I touch the future. I teach.
서울에 있는 한 고등학교 교무실, 나는 2교시 3교시 미적분, 5교시 기하와벡터 수업을 마치고 앉아있다. 해야 할 업무와 수업 준비는 1교시에 마쳤고 6,7교시는 자유롭다. 자기계발을 위해 수업이 없는 시간에는 책을 읽어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예전부터 읽으려고 생각했던 책 '브리다'를 빌려서 앉았다. 의지는 좋았지만 역시나,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결국 모니터에 있는 익스플로러에 자연스럽게 손이 가고, 네이버-스포츠-하이라이트는 눈 감고도 클릭할 수 있다. 그렇게 K리그, 프리미어리그, 한국시리즈 등등 각종 스포츠 하이라이트를 보다가 일과를 마치는 종이 친다. 반납일은 다가오는데 오늘도 책 진도는 나가지 못했다.
우리 교무실 부장님은 나와 달랐다. 수업이 없는 시간 교무실에서 항상 보라색 Grammar 영어 책을 보고, 때론 이어폰을 꼽고 인터넷 강의를 듣고 계셨다. 교사로서 당연하다 생각할 수 있겠지만, 놀라운 건 부장님은 김종국 같은 덩치를 가지고 계신 체육선생님 이시다. 궁금했다 승진에 영어 점수가 필요하신 건가? 아니면 해외연수나 파견교사를 준비하시는 건가?
어느 날 부장님과 함께 야자감독을 하게 되었다. 나는 야자감독을 잘 보내기 위해 핸드폰 풀 충전+샤오미 보조배터리를 챙겼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 '브리다'는 서랍 속에 있을 것이다. 4층 야자실로 부장님과 함께 올라가는데 내 손에는 보조배터리가 있었지만, 부장님 손에는 보라색 Grammar 책이 있었다. 나는 부장님께 여쭤봤다.
"부장님 요즘 계속 영어 공부하시던데 뭐 시험 준비하는 거 있으신가요?"
"그런 건 아니고~ 우리 딸이 지금 두 살인데 3년쯤 후에 말도 알아듣고 그러면 내가 직접 영어를 가르쳐 주고 싶어서~ 3년 정도 공부하면 가르칠 수 있겠지?"
내 손에 들린 보조배터리가 부끄러웠고 부장님이 너무 멋있었다. 30대 후반의 나이에 딸을 위해 영어공부를 다시 시작한다는 건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와~ 대단하시네요! 다시 공부하시려면 어렵지 않으세요?"
"어렵긴 한데 공부가 너무 재미있어! 딸 생각하면서 하니까 학생 때 목적 없이 공부했던 거랑은 차원이 다르더라고."
나와 동기부여 차원이 달랐다. 그냥 '책 읽으면 나한테 좋으니까' 이 정도가 내 동기부여였다면, 부장님은 '딸을 위해서'라는 강력한 힘이 있었다. 선물을 받는 기쁨도 있지만 선물을 주는 기쁨이 더 크다는 말이 있듯이 자신을 위한 동기부여에서 힘을 잃었다면, 다른 사람을 위한 동기부여는 어떨까? 박진영 씨는 자기관리가 철저한 것으로 유명하다. 365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유기농 음식으로 식단 관리하고, 하루도 빠트리지 않고 운동을 통해 몸 관리를 한다. 그는 '팬들을 위해' 60살까지 춤을 추고 싶어 이렇게 관리를 한다고 말한다.
이제는 책 '브리다'가 재미있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는 동기부여를 가지고, 좋은 내용을 전달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읽으니 놓쳤던 구절도 다시 보게 된다. 지난 시간에는 "괜찮아. 이 세상에 틀린 건 없어, 심지어 저기 고장 난 시계도 하루에 두 번은 맞는 걸?"이라는 책 속 구절을 아이들에게 소개해 주었다. 매일 하던 수업준비도 '내 수업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들을 위해서'라고 생각하니 집중력도 높아지고 무엇보다 수업 준비가 즐거워졌다.
하는 일에 진전이 없고 의욕을 잃어가면 이런 동기부여는 어떨까?
'나'를 위한이 아닌
'남'을 위한 동기부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