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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창고 Jul 05. 2019

연희동 골목길 외딴섬, '카페 샘'

예술이 샘솟는 공간 -1 


몇 달 전 친구로부터 ‘카페 샘’ 이야기를 들었다. “네가 일하는 곳 가까이에 작은 카페가 있는데 종종 연주회도 하고 그림 수업이랑 전시도 한다,”고, 분명 좋아할 테니 꼭 가보라는 말도 함께 전했다. ‘그걸 다 하려면 공간이 꽤나 크겠는 걸…’하고 생각했는데 그곳은 주택가에 둘러싸여 있는, 쉽게 지나치리만큼 작은 곳이라 했다. 호기심이 생긴 나는 친구에게 주소를 물어 그곳에 찾아가 보기로 했다. 평범해 보이는 작은 조개일수록 진주를 발견했을 때 더 기쁜 법이니까.




공간에 대한 관심은 곧 사람에 대한 궁금함으로 이어졌다. 조금 집요해 보일 정도로 카페 샘의 SNS를 샅샅이 살폈다. 전시회, 라이브 연주회, 미학 스터디, 드로잉 클래스, 영화 모임, 모빌 만들기, 제로 웨이스트 마켓, 토종 토마토를 길러 먹는 워크숍… 종잡을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일을 벌이는 카페 샘은 공간지기 만큼이나 다양한 면을 갖고 있음이 분명했다.     


카페 샘 인스타그램 @cafe_saem


지도 앱을 켜서 주소를 검색하니 카페 샘은 홍제천변에 있었다. 내가 일하는 동네가 ‘홍제동’이니 친구는 ‘홍제천’이 생각났을 법도 하다. 그래, 내가 일하는 곳 앞에도 홍제천이 흐르지…. 하지만 홍제천은 종로구 평창동에서 시작해 짐작보다 많은 동네를 지나치는 긴 물길이다. (홍제천을 따라 쭉 내려가다 보면 한강이 나온다!)


걸어서 갈 순 없었다. 초록색 버스를 타고 안산 밑자락 고개를 넘어갔다. 지나는 길에는 집들이 산비탈을 따라 빽빽이 늘어져 있었다.




연희동 홍제천변의 모습.


버스가 내려준 곳은 다름 아니라 연희동까지 이어진 홍제천 앞이었다. 장마라더니, 비는 며칠 오는 둥 마는 둥 이내 개이고는 물 표면에 파란 하늘이 비쳐 보였다. 홍제천 위로 물길을 따라 강변북로로 이어지는 내부순환도로가 지난다. 내부순환로가 아니었다면 나무와 하늘이 모래내에 오롯이 담겼을 터다.     


모래내는 홍제천을 부르는 다른 이름이다. 물이 모래를 많이 끌어와 모래 밑으로 물이 흐른다 하여 ‘모래내’라는 이름이 붙었다.




앞에는 홍제천, 뒤에는 궁동산이 감싸안고 있는 연희동.


홍제천 건너편엔  빨간 벽돌로 지은 다세대주택과 오래된 빌라가 가로로 쭉 이어졌고 그 뒤로 높은 뒷산이 보였다. 홍제천과 궁동산 사이에 조용히 자리 잡은 연희동 모습이 이방인의 시선에서 본 ‘서울’의 표상과는 썩 다르리라 생각했다.


작은 골목길이 살아있는 동네


카센타와 오토바이 가게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생긴 모양대로 길을 걸었다. 낮고 구식인 기와지붕 집들이 즐비했다. 골목길의 울퉁불퉁한 바닥과 외벽은 타지인의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또 소란하지 않게 옮겨놓았다.


제각기 다른 외벽과 지붕을 가진 집들


가장 좁은 골목을 지날 때 작은 고양이를 만났다. 바로 여기라는 듯, 앞장서서 골목길을 안내했다. 가까이 다가가자 모서리 그늘에서 잠시 앉아 휴식을 취하는 듯했다. ‘분명 이곳의 주인이겠구나.’


"날 따라오는 거냥"


골목의 끝에 다다르자 고양이는 나를 본 체 만 체 하더니 담장을 폴짝 넘어 사라졌다. 고개를 돌린 곳엔 하얀 간판의 카페 ‘샘’, 초록 잔디 간판의 ‘밭’이 보였다. 고작 다섯 걸음 밖에서 봐도 카페 샘은 내 한 뼘에 다 들어올 정도로 작았다. 누구라도 "이런 곳에 카페가 있었냐"라고 물을 정도로 '외딴섬'과 같았다.


샘 간판 옆에 '밭' 간판은 뭘까? 다음 편에 해답이 있다.

놀란 것도 잠시, 숨겨진 보물을 발견한 듯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질문들을 곱씹을수록 호기심이 커져갔다. 어떤 사람들일까. 궁금한 마음이 먼저 샘의 문을 열고 들어가 공간을 채우기 시작했다. 이를 알아챈 샘 지기가 밖으로 나와 밝은 미소로 인사를 건넸다. “찾아오기 힘들지 않으셨어요?”     


다음 편에 샘지기 인터뷰가 이어집니다.           




카페 샘

서울 서대문구 홍제천로 2길 100

월-토 12시-5시

02-334-0517


Editor 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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