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함께 하는 성북동의 방법
<저마다의 걸음으로 걷는 성북동>에서 계속됩니다.
많은 예술가들이 교외 삼아 찾아 들었던 동네 성북동은 여전히 예술과 어우러져 사는 동네다. 살던 이들이 다음 세대에 자리 넘기며 거처를 지킨 까닭도 있지만, 예술가 연대 및 교류 지원을 바탕으로 성북동이 예술가에 비교적 친화적인 동네로 기능한 덕에 전연 새로운 이웃이 들고도 여전히 그 색깔을 유지하는 까닭도 있다.
자세한 내력을 성북문화재단 산하 성북예술창작터의 프로젝트 <성북예술동>을 중심으로 살펴봤다.
처음에는 대부분 이사 온 사람들이었다.
예술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옆동네에 살았다고 했다. 예술가가 모여 산다는 소문이 돌면 꼬박 월세가 오르더라고 했다. 성북은 몇 차례 재개발 추진과 무산을 겪으며 땅값, 그러니까 월세가 정체되어 있었다. 적정한 월세를 찾아 왔다고 했다. 2010년 전후였다.
이사 온 사람들은 각자 자리 잡았는데, 모인 곳은 비슷했다. 적정한 월세를 이루고 있는 지구가 따로 있었다. 이사 온 사람들은 오며가며 서로의 얼굴을 익혔다. 곧 친해졌다.
친해지면서 이들은 고민을 나누었다. 각자의 고민에 접점이 있었다. 작품이나 프로그램을 공개할 창구가 막막하다는 점이었다. 방도를 찾기 위해 함께 움직였다. 시도는 꾸준했지만 산발적이었다. 예술 종사자들은 이웃하고 연대했지만, 그때그때의 한시적인 모임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관이 힘 기울였다. 2014년 성북문화재단 산하 전시 공간 성북예술창작터의 주도로 성북동에서 활동하는 예술공간 및 예술가의 네트워크 ‘성북 시각예술 네트워크’가 설립됐다. 몇 차례의 모임을 거치면서 활동 방향에 관한 논의가 오갔다.
이들의 첫 작당은 가상의 마을 <성북예술동> 만들기였다.
성북 시각예술 네트워크 구성원들은 일상을 성북동에 두고 있는 성북동의 일원이었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성북동 ‘주민’은 아니었다. 작업실이나 일터는 성북동에 있었지만, 거처는 다른 지역에 있는 경우가 있었다. 행정동도, 법정동도 거처를 여기 두지 않은 이웃을 묶을 수는 없었다. 동시에 마을은 이들을 아우를 가장 분명한 소속이었다. 마을이 필요했다. 마을을 정의할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이들은 “성북동 안의 미술기관, 문화 거점 공간, 예술가 작업실을 기반으로 예술가, 공간 운영자, 큐레이터, 예술 애호가가 더불어 사는 곳”이면 우리 동네라고 정의했다. 우리 동네를 가르는 기준은 물리적인 구획이 아니라, ‘사람’에 둔 것이다. 마을 이름은 ‘성북예술동’. 행정적으로는 없지만 사람이 있어서 있는 마을이었다.
‘성북예술동’이 설립되고 얼마지 않아 마을의 출범을 이야기 삼은 프로젝트 전시 <성북예술동: 봄, 거님, 만남>이 진행됐다. 마을 홍보를 마을의 방식, 예술로 풀어내는 것을 내용 삼았다.
전시 공간, 작가 등 성북동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예술 주체들이 참여한 전시였던 만큼, 전시는 다채로운 방식으로 벌어졌다. 성북예술창작터는 성북예술동의 임시 동사무소로 꾸며져, 동네 연혁 소개를 소재 삼아 전시를 열었다. 성북동의 전시 공간과 문화예술 거점 가게에서는 전시며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성북예술동에 속한 전시공간을 돌아볼 수 있는 투어 프로그램과 성북예술동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네트워킹 프로그램도 열렸다.
이후에도 ‘성북예술동’은 규모와 모습을 달리하며 매해 열리고 있다. 2017년에는 예술인 협동조합 ‘아트플러그’ 포함, 지역 건축가 및 예술가들과 연계해 유휴·무허가 공간을 성북예술가압장 등의 전시공간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2018년에는 성북동 곳곳의 일상 공간, 예컨대 카페, 재생공간, 게스트 하우스 등을 작업실 삼게끔 하는 팝업 레지던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올해는 성북 지역 곳곳의 예술공간과 성북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를 잇는 <2019 성북예술동 : 메타 매칭>을 열었다.
성북예술동을 전후해 모인 주체들은 성북예술동이 아닌 방식으로도 활동을 뻗치고 있다. 대부분 '주민'의 방식이다.
‘성북도큐멘타’는 2014년 시작한 아카이빙 전시다. 매년 성북의 다양한 이슈 중 하나를 주제로 잡아 여러 매체를 통해 아카이빙하고 이를 시각화해 담는다. 지역의 사진 작가, 다큐멘터리 감독 등 지역 예술가의 참여로 진행된다.
주민으로서 주민에게 전하는 주민의 이야기로, 성북동 예술가들의 활동은 서서히 읽히는 모양새다. 물론, 성북동에서 예술가와 그들의 활동이 젠트리피케이션을 피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는 실상 확실치 않고, 이 같은 불안정한 기반에서 성과를 냈다한들 과연 유효한 것인지, 되려 기반을 더욱 흔드는 일은 아닐지 의문스러운 부분도 있다.
그래도, 사람은 남지 않을까. 사람이 모여서 마을이 되었으니, 행여 자리 옮겨서라도 다시 사람이 모이면, 마을이 되지는 않을까. 그 정도 느슨한 바람은 여기서 끄잡아 올릴 수 있지 않을까.
참고
네오룩 <성북예술동 2017 2017_0908 ▶2017_1015>
집필 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