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창돌이 Jan 11. 2023

내가 이성에 처음 눈을 떴을 때

초등학교 5학년 과학 수업 시간




내가 기억하는 처음 첫 짝사랑은 초등학생 5학년 때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알지도 못했을 그 나이에 내게 설렘을 준 상대가 있었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몇몇 에피소드들이 기억에 남는다. 물론 이건 절대적으로 나의 주관적인 이야기이다. 내가 생각하는 상대의 모습과 행동들만이 나의 해석으로 추억되기에 말이다.


어느 여름 날 과학 수업시간으로 기억이 난다. 초등학생 시절을 떠올려보면 과학실이라는 공간이 따로 있었다. 그래서 실험을 해야 하는 교과 과정일 때에는 교실에서 벗어나 과학실로 이동해 그곳에 구비된 다양한 실험 도구들로 실험을 하곤 했었던 기억이 난다.



조별로 과학 수업 시간을 하기에 같은 조원들과 실험을 해나가다가 사소한 말다툼이 벌어지게 되었다. 실험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서로 내 말이 맞다고 다툼이 생겨나다가 내가 상대에게 이런 말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당신이 뭘 알아?” 라는 뉘앙스의 말을 했었는데, 갑자기 그 상대가 “내가 니 마누라냐? 내가 왜 당신이야” 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지켜보면 다른 아이들이 놀리기 시작했다. 얼레리 꼴레리 하며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유치하고 어이없는 에피소드이지만 20년이 넘었음에도 이상하게 이때의 기억이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그전까지 한번도 겪어보지 않았던 경험이고 이성에 대해 생각하고 눈을 뜬게 이때가 처음이지 않았나 싶다. 그 뒤로 괜시리 그 아이가 신경이 쓰이고 생각하게 되었다.



기억에 남는 다른 에피소드도 하나 있다. 시간이 흘러 겨울이었고, 겨울 방학을 앞둔 시기라 생각이 난다. 교실에 조별로 책상을 'ㄷ‘ 모양으로 앉아 있었다. 쉬는 시간이었는지 아니면 조별 레크레이션 시간이었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질 않지만 조별로 게임 같은걸 했다. 허밍으로만 누구의 무쓴 노래인지를 맞추는 게임 같은 걸 했다. 돌아가면서 문제를 내고 맞추는 식으로 진행이 되었는데, 중간에 돌아가면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무엇인지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었고 나는 그 시절 가장 좋아했던 영턱스클럽의 노래를 말했었다. 노래가 정확히 <정>이었는지, <못난이 콤플렉스>였는지는 조금 헷갈린다. 그리고 나서 다시 문제는 내는데 짝사랑했던 그녀가 내가 좋아한다는 노래로 문제를 냈다. 하지만 난 그 문제를 맞추지 못했다. 왜 그런지는 몰라도 말이다. 다른 아이들도 맞추지 못한걸 생각해보면 아마 허밍으로 불러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때 나와 마주보면 앉아 있었던 그녀의 표정이 엄청 아쉬워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왜 못 맞추냐는 식으로 말이다. 그때의 표정과 말투가 여전히 생각난다. 그 뒤 우리는 6학년으로 올라갔고 다른 반이 되었다. 그리고 중학교도 다른 곳으로 가게 되면서 소식을 알 수가 없어졌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