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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돌이 Jan 13. 2023

고등학생시절 유일한 추억거리

학원에서 만났던 그녀


고등학교를 인문계로 진학을 하게 되었다. 중학교 시절 나름 공부 좀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고등학교로 진학해서 처음 본 중간고사 성적을 받고서는 충격에 빠졌다. 반에서 14등을 했기에 말이다. 35명중 14등. 중학교 때에는 반에서 5등안에는 꾸준히 들었기에 큰 충격에 빠졌다. 혼자 공부하는 것은 안 되겠다 싶어서 학원을 다시 다니기 시작했다. 고등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위치한 학원이었다. 같은 반 친구가 다니고 있어 같이 다니게 되었고 그게 인연이 되어서 고등학교 3년내내 그 학원만 다녔다. 그 당시 그 학원에는 과목마다 따로 수강을 해서 수업을 들었었는데 수학과 국어를 주로 수강해서 다녔고 영어도 중간에 수강해 듣기도 했다. 참고로 내가 다닌 고등학교는 남녀 공학이기는 했지만 분반이었기에 남녀 공학을 다녔음에도 아는 동창이 한명도 없다. 동아리 활동 같은 것도 하지 않았기에 말이다. 그래서 학교 다니면서 기억에 남는 사람이 없고 학원을 다니다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다.


아마 고2에서 고3으로 올라가는 시점으로 기억이 난다. 연말이었던 것으로 기억이 나는데 고2까지는 학원 다니는 친구들도 많았고 그랬었는데 고3으로 올라가면서 공부를 내려둔 친구들이 많아졌고 학원을 다니는 친구들 또한 자연스럽게 하나둘 사라졌다. 홀로 학원을 다니면서 외롭게 공부를 해나갔다. 그러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시즌이 되면 각 학교별로 사람을 모아 수업을 하곤 했다. 이 과정 속에서 같은 학교를 다니는 여학우들을 만나게 되고 같이 수업을 듣곤 했다. 오랜세월 한 학원을 같이 다니다보니 얼굴이 친숙해지기도 했다. 그래서 학교를 다니다 급식실로 이동하거나 간식을 사 먹을 때 마주치곤 했지만 인사를 나누거나 그러는 사이가 아니기에 그저 스쳐 지나가기만 했을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수학 수업시간이었는데 그날 수강생이 나와 그녀, 그리고 그녀의 친구 3명 뿐이었다. 이과생이었던 그녀와 문과생이었던 내가 그때 같은 수업을 들었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여느때와 같이 수업을 듣고 나갈려고 하는데 먼저 나갔던 그녀가 내게 인사를 하는 것이다. 크리스마스 잘 보내라는 인사였는지 새해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였는지는 정확히 기억에 남질 않지만 내 얼굴이 보이지 않는 복도에서 그렇게 큰 소리로 인사를 해주었다. 그 뒤 특별히 에피소드가 있지는 않았다. 단지 학원에서 같은 수업을 듣게 된다면 자꾸 그녀가 의식되었다. 그 뒤 몇 개월동안 수업을 듣다가 어느 순간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수능을 몇 달 앞 두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더 이상 학원 다니며 공부하기보다는 자습을 하거나 과외를 하며 막판 스퍼트를 내려고 하기에 그만 둔 것으로 생각이 된다. 별거 없었던 나의 고등학생 시절 유일하게 추억할 수 있는 사람이지만 이게 전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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