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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돌이 Jan 16. 2023

내일로 여행에서 만났던 그녀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다


군복무를 하며 정말 많은 책을 읽어나갔다.  다리를 다치게 되면서 활동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내무실에 남아 대기를 해야만 하는 상황 속에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책을 쌓아두고 읽었다. 그렇게 나의 독서습관을 만들어졌고 현재까지도 꾸준히 독서를 해나가게 되는 바탕이 되었다.


더불어 군 복무시절 같이 내무실 생활하던 동료들로부터 다양한 정보들도 듣게 되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내일로 여행이었다. 2007년도 1월에 군복무를 시작했는데, 2007년도 여름에 내일로 여행이 생겨났고, 나보다 1년 뒤에 입대한 아이가 이 여행을 했다면서 추천해주면서 이야기 해주는데 흥미롭게 다가왔다.


전역하고 난 2009년 여름. 내 인생 첫 내일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홀로 여행을 떠난 것이 이때가 처음인지라 설렘을 가지며 여행 계획을 세우고 서울역에서 내일로 티켓을 끊고 여행을 시작했다. 첫 여행지는 여수였다.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곳이기도 했고, 내일로 여행객들의 후기가 많은 곳들 중 한 곳이었기에 말이다. 처음하는 나홀로 여행인지라 뭔가 어색하고 그랬다.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기에도 민망하고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오지 않았다고 다시 찍어달라고 하기에도 어려움을 겪으며 내일로 여행 첫날을 보냈다.



2일째 보성을 갔다. 새벽부터 가기 위해 첫차 시간에 맞쳐 알람을 맞추고 일어나 순천을 거쳐 보성역에 도착을 했다. 보성 녹차밭, 이곳도 내일로 여행객들의 성지들 중 하나이기에 문을 열기도 전인 아침시간임에도 많은 여행객들이 있었다. 처음 간 녹차밭이 신기하고 좋았다. 하지만 첫날인 여수부터 시작해서 보성에 이르기까지 나홀로 여행을 하다보니 외로움이 들기도 했다. 누군가 이야기를 나누고 싶기도 했는데 동행이 없기에 말이다. 녹차밭을 보고 나와 버스정류장으로 이동을 했다. 버스정류장은 팔각정 같은 정자 건물 옆에 있어 버스가 오기전까지 정자에 들어가 누워 있었다. 새벽부터 일어나 돌아다녀 피곤했기에 말이다. 그렇게 누워 있었는데 누군가가 왔다. 홀로 내일로 여행을 하는 사람인 것 같았다. 겉모습만 봐도 내일로 여행을 하는 구나 싶은 복장과 배낭을 메고 있었기에 말이다. 어디서 용기가 났는지는 모르지만 홀로 여행 온 그녀에게 말을 건냈다. 혹시 내일로 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냐면서 말이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보성역으로 돌아가는 버스가 도착했지만 대화는 계속 되었다. 내일로 여행으로 어디어디 돌아다니고 있는지부터 앞으로 어딜 갈 예정이라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각자 자신의 개인사까지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보성역에 도착했지만 다른 도시로 넘어가는 기차가 오기전까지 시간이 남기도 하고 점심 시간대이기도 해서 같이 식사를 먹자고 제안을 했고 같이 점심을 먹게 되었다. 점심을 먹고 같은 기차를 탔다. 가는 방향이 같았기에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다음 여행지가 벌교였고, 나는 진주였다. 같이 기차를 타고 가다 셀카를 찍었고 이메일 주소를 교환했다. 그리고 싸이월드 1촌을 맺기도 했다. 벌교역에 도착해 그녀는 내렸고 나는 그 기차를 타고 진주까지 가서 진주역에 내려 내일로 여행을 이어나갔다. 연락처를 주고 받은 것은 아니고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이라 컴퓨터가 없으면 인터넷하기가 어려운 시기였기에 여행을 마치고 나서 집으로 돌아와서야 그녀와 싸이월드 일촌을 맺고 다시 연락을 할 수가 있었다. 그녀는 대구 사람이었고, 나는 서울에 살다보니 따로 만나기는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취업을 앞두고 공부를 해나가는 시기였기에 자주 교류를 하지는 못했었다. 그러다 여름에만 있던 내일로 여행이 겨울에도 내일로 여행을 하기 시작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접하고 또 다시 내일로 여행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가 사는 대구에 가서 만나 저녁을 먹기도 했다.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어 오랜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헤어졌다. 그 뒤 나는 대외활동을 한다면서 바쁜 날들을 보냈고, 어느순간 싸이월드는 사라지고 페이스북으로 넘어가는 시기까지 겹치게 되면서 그녀를 잊고 지냈다.



몇 년이 지나 <짜릿하고 따뜻하게>라는 책으로 독서모임을 하다 발제자의 발제문 중에 “p.18 “II=t人², 여행의 인상(Impression)은 시간(time)과 만난 사람(人) 수에 비례한다.” JR 청춘18티켓 카피입니다. 어쩌면 세상에 혼자 떠나는 여행은 없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광고 카피처럼 여러분의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고 싶어요.“ 라는 발제가 있었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하다 잊고 있던 그녀가 떠오른 것이었다. 생각이 나서 찾다보니 예전에 싸이월드에 올렸던 사진이 아직 그대로 남아 있었고, 페이스북으로 검색을 해보니 이미 친구였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다. 그녀는 결혼을 했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는 사실을 접하면서 오랜 시간이 흘렀구나 싶기도 했다. 아마도 그녀가 기억에 남는 이유는 여행을 하며 처음 만나 이야기를 나눈 사람이라는 점에서 더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것 같다. 그 뒤로 내일로 여행을 6번정도 하며 여러명의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지만 특별히 떠오르거나 기억에 강렬히 남는 사람이 없는 걸 보면 처음이라는 것이 주는 힘이 얼마나 큰가에 대해 새삼스레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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