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가는 건 나 자신이지
손에 움켜 쥔 모래 처럼
내 꿈이 점점 사라져 가던 어느 날,
살포시 손을 펴 보니 꼼짝 않고 남아 있는 모래들이
조용하지만 깊게 내 심장을 울렸다.
그대로다.
내 꿈은 아직도 그 자리에서 그대로이다.
햇빛이 뜨거우면 뜨거운대로
바람이 불면 부는대로
비가 오면 오는대로, 눈이 오면 오는대로
그렇게 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항상 그 자리에 있어 당연한 줄 알았던 건지
내 마음이 변한 걸, 그의 탓으로
돌리려 했던 건지 마음이 자꾸 운다.
비겁하게 변명하며 뒤로 숨던 진짜 내 모습이
꿈이라는 찬란한 녀석 앞에서
자꾸만 초라해진다.
미적지근해져 그 강렬함을 잊어버리고
서서히 꿈과 멀어지고서야 후회를 안고 와서는
나는 이 꿈과 맞지 않는걸까
나는 이 꿈을 이룰 수 없는건가
내가 하고 싶은 건 지금 이게 아닌데...라며
꿈과 멀어질 수 밖에 없는 대사를 미리 짜온다.
언제나 그랬던 것 같다.
언제나 꿈을 만나보지도 못하고
흐르는 세월에 맡겨놓고 나 몰라라 빠빠이
내가 꽉 잡고 있었어야 되는데, 잘 챙겼어야 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돌고 돌아 다시 만나
다시금 내 심장을 울린 꿈 이라는 녀석에게
미안하고 고맙다. 다시 한 번 날 설레게 하는 꿈에게 다시 약속해야겠다. 이번엔 꼭 도망가지 않겠다고, 다시 찾아와줘서 고맙다는 인사도 잊지 않고. 마지막으로 후회하지 않을 만큼 널 붙잡고 있을거란 귀여운 경고도 함께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