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꾸 마음이 앞서간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결과가 걱정되고, 한 발짝 내딛기도 전에 '이게 맞는 방향일까'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주변을 보면 다들 잘 되는 것 같고, SNS를 열면 누군가는 오늘도 무언가를 해냈다는 소식이 가득하다. 그 사이에서 나만 제자리인 것 같아서, 괜히 더 빨리 움직여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서두를수록 더 꼬인다.
급하게 보낸 메시지는 꼭 오타가 있고, 허겁지겁 시작한 일은 중간에 다시 엎게 된다. 빨리 끝내려다가 오히려 더 오래 걸리는 경험,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또 서두른다. 조급함이 습관이 되어버린 것처럼.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오늘 이 문장이 쓰고 싶었다.
"차근차근, 서두르지 말자."
붓이 종이 위를 지나가는 동안, 이상하게 마음이 가라앉았다. 글씨를 쓰는 동안만큼은 빠르게 할 수가 없다. 획 하나하나에 집중하다 보면, 잠깐이나마 조급함을 내려놓게 된다. 어쩌면 나에게 캘리그라피는 그런 시간인지도 모른다.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고, 스스로에게 허락하는 시간.
'차근차근'이라는 단어가 참 좋다.
급하지 않게, 한 계단씩, 순서를 지켜서. 그 안에는 나를 믿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빠른 것이 미덕인 세상에서 이 단어는 살짝 반항적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 좋다.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건, 느려도 괜찮다는 말이 아니다. 지금 이 속도가 틀리지 않았다는 말이다. 내 걸음으로, 내 순서대로 가도 된다는 말이다.
오늘 하루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
한꺼번에 다 하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오늘 할 수 있는 만큼만, 한 걸음씩 내딛는 것. 그게 사실 가장 빠른 길인지도 모른다. 조급해질 때마다 이 문장을 꺼내보자.
"차근차근, 서두르지 말자."
이런 문장들을 쓰다 보면, 글씨 한 줄이 하루를 버티게 해 준다는 걸 느낀다. 그 경험을 나누고 싶어서, 요즘 조용히 글을 엮고 있다. 문장과 에세이를 함께 담은 캘리에세이 전자책으로. 언젠가 이 글을 읽는 누군가의 하루에도,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오늘도 차근차근, 잘하고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