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n the Road Oct 17. 2017

카메라 앱 '구닥'의 역설

4차 산 업혁명과 기업 대응 , 한국 경제 신문 10월 2일  

 "구닥" 스마트폰 사진 한 번에 24장밖에 못 찍는데…유료 앱 1위 등극

 언제 어디서나 연결된 시대…시장에서 벌어진 '이상한 일' 세 가지
(1) 오히려 더 외로워 - 아날로그적 상호작용 갈망 
(2) 두 번의 기회는 없다 - 순간에 관심 못 끌면 '끝'
(3) '안티'도 필요하다 - '무플'보다 '악플'이


1회용 필름 카메라를 표방한 ‘구닥’이라는 유료 앱(응용프로그램)이 인기다. 발표 후 한 달 반 만에 40만 명 이상이 내려받았고, 홍콩 대만 등 8개국에서 유료 앱 1위를 차지했다. 구닥은 말 그대로 구닥다리 아날로그 카메라를 복제한 앱이다. 사진 24장(필름 한 통)을 다 찍으면 소비자는 1시간을 기다려야 다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찍은 사진을 보기 위해서는 사흘을 기다려야 한다. 예전에 사진관을 찾아 ‘인화’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이런 제약 때문에 소비자들은 한 장 한 장 신중하게 사진을 찍는다. 사람들은 이렇게 기다리는 설렘을 은근히 즐겼다.



Getty Images Bank


‘연결성의 역설’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모바일로 개인들이 언제 어디서나 연결되면서 예상치 못한 현상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필립 코틀러 교수가 《마켓 4.0》이라는 책에서 언급하면서 유명해졌다.


첫 번째 연결성의 역설은 연결돼 있어서 오히려 더 외로운 현상이다. 우리는 많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가입돼 있고, 지인들과도 24시간 연결돼 있다. 그러나 그들 간의 소통을 보면서 외로움은 더욱 커진다. 다른 연결로 소통에 몰입하지 못하고 겉돌기도 한다. 그래서 갈수록 아날로그적 상호작용을 갈망하고 이를 충족시켜 주는 서비스가 고객에게 감동을 준다. 구닥이 대표적이다.


리츠칼튼호텔이 SNS를 훈훈하게 만든 일도 같은 맥락이다. 몇 년 전 한 가족이 리츠칼튼호텔에 휴가를 왔다가 떠났는데 집에 와서야 아들이 아끼는 기린 인형 ‘조시’를 두고 온 것을 깨달았다. 아버지가 호텔에 전화했다. “우리 아들에게는 조시가 휴가를 갔다고 얘기해뒀으니 빨리 그 인형을 찾아서 좀 보내주세요.” 며칠 뒤 인형이 집으로 배달됐다. 거기에는 조시가 휴가를 즐기는 것 같은 사진이 함께 동봉돼 있었다. 조시가 골프 카트를 운전하거나 선탠을 하고, 마사지를 받는 것 같은 사진이었다. 감동한 고객이 사진과 이야기를 SNS에 공유했다.


두 번째는 연결로 인해 더 소통하기 어려워진다는 역설이다. 채널이 많아 소비자와 소통하기 더 쉬울 것 같은데 현실은 그 반대다. 너무나 많은 연결이 있다 보니 주의가 산만해서 소비자의 시선을 잡아 끌기 어렵다. 미국 국립생물공학 정보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인간이 주의를 지속할 수 있는 시간은 8초에 불과하다. 어떻게 소통해야 할까? 우선 스타일과 통찰의 통합이 필요하다. 시각적으로 스타일이 살지 않으면 눈길을 끌지 못하고, 통찰력 있는 내용이 아니면 소비자를 잡아 두지 못한다. 타이밍도 중요하다. 진실의 순간이라는 말이 있다. 고객이 제품과 서비스를 만나는 첫 번째 순간은 ‘검색’이다. 그 순간에 독창적인 얘기로 고객을 잡지 못하면 두 번은 없다. 그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세 번째는 ‘안티’도 필요하다는 역설이다. ‘악플’이 ‘무플’보다 낫다. 연결된 세상에서 고객의 관심은 즉각적이다. 지루하고 무료하면 그들은 바로 떠난다. 연결성 시대에는 끊임없이 브랜드와 제품을 소비자가 얘기해야 한다. 칭찬 일색의 댓글만 있는 브랜드는 고객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부정적 옹호와 긍정적 옹호의 균형 속에서 브랜드는 더욱 활성화된다. 영국 여론조사 업체인 브랜드 인덱스는 “스타벅스는 좋아하는 사람이 30%, 싫어하는 사람이 23%로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추고 있다”며 “싫어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을 활성화하는 필요악”이라고 설명했다. 부정적 옹호가 없다면 브랜드에 대한 대화는 무료하고 시시해진다는 얘기다.


‘나이키 플러스(Nike+)’라는 앱이 있다. 나이키는 이 앱을 통해 소비자들이 달린 거리와 속도를 기록하고, 친구들과 비교하도록 유도했다. 끊임없이 제품과 브랜드를 얘기하는 장을 제공한 것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연결은 더 강화되고 이런 역설은 점점 더 일반화할 것이다. 이런 역설을 이해하고 관리할 수 있는 통찰을 가진 기업이 경쟁 우위를 차지할 것이다. 스타일과 통찰이 결합된 스토리를 통해 고객과 소통하고, 부정적 옹호와 긍정적 옹호의 균형과 관리를 통해 살아있는 브랜드를 창조할 때 경쟁 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디지털 약탈자가 될 것인가? 디지털 희생양이 될것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