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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 the Road Apr 06. 2018

의류의 죽음과 H&M, 유니클로, 자라의 삼색 대응

어떻게 지속 성장이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것인가?  한경 3월 30일자

스웨덴의 글로벌 패스트패션 기업 H&M이 실적 부진에 시달리면서 고전하고 있다. 2017년 9월부터 11월 말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했고 특히 1년 이상 된 기존 점포의 매출을 분석하면 전년 대비 9% 줄었다. 이런 감소와 부진이 일시적인지 지속될 것인지에 대한 예측이 분분하다.

의류산업은 유행에 민감해 트렌드를 예측하면 ‘대박’을, 예측하지 못하면 ‘쪽박’을 차는 도박과 같은 사행성이 큰 산업이다. 의류 업체들은 패션 트렌드의 예측을 위해 사활을 걸고 있고 패션 트렌드를 만들어가기 위해 수년 전부터 유행 컬러, 유행 패턴, 옷감 재질 등을 발표하면서 세몰이를 하기도 한다. 

‘패스트패션’이란 패션 트렌드를 예측하기보다 최신 트렌드를 즉각 반영해 빠르게 제작하고 빠르게 유통하는 의류를 가리키는 말로 자라, H&M, 유니클로가 대표적 회사다. 세 회사는 패스트패션이라는 범주로 묶이고 있지만, ‘패션 트렌드’라는 화두에 각각 다른 대응을 해왔다.


자라는 패션 트렌드에 대한 예측을 버리고 전자태그(RFID)로 매장 내 판매율에 따른 다품종 소량 생산의 발 빠른 대응을 통해 패션산업에 대응하고 있다. 그 결과 자라의 재고율은 15% 정도(H&M은 45%)로 업계 평균보다 훨씬 낮고 신제품 실패율은 1%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유니클로는 패션이라는 콘셉트를 아예 버리고 ‘라이프웨어’라는 생필품 콘셉트로 패션 트렌드에 대응하고 있다. 히트텍과 같은 소재 차별화를 바탕으로 기본 개념의 필수 아이템들을 제공한다. 개인이 이 필수 아이템의 조합을 통해 패션을 완성하게 하는 등 일정 부분 패션에 대한 책임을 소비자에게 돌리고 있다.            


H&M은 3대 패션 회사 중 가격과 매장 운영 관리에 탁월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재고를 줄이는 데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매장을 랜드마크로 만들어 소비자를 유인하고 매장 내 전시 연출 전문 인력을 둬 끊임없이 매장 내 전시 연출을 바꾸면서 매장의 매력도를 계속 높인다. 

H&M은 ‘자라’에 비해 패션 트렌드를 선행해 생산한 제품이 많고 가격 경쟁력을 가져가기 위해 자라와 같은 다품종 소량 생산이 아닌 다품종 다량 생산을 하다 보니 매장 판매력이 중요해진 것이다. 기업 경영의 최고 가치는 지속 가능한 성장이다. 지속 가능한 성장은 경영활동에서 변수의 존재를 얼마나 줄일 것인가에 있다고 본다. 패션 트렌드라는 의류산업을 규정하는 핵심 변수에 대해 유니클로는 패션 트렌드라는 변수 자체를 부정하는 길을 가고 있다. 자라는 패션 트렌드라는 변수의 예측을 포기하고 빠른 대응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변수를 상수화하고 있다.  H&M은 상대적으로 가격과 매장의 판매력으로 패션 트랜드라는 변수를 관리 하려고 하지만, 패션 트렌드에 의존해 제품을 선행 생산하다 보니,  자라나 유니클로에 비해  "패션 트랜드"라는 변수의 영향력이 더 크다. 

최근 블룸버그는 의류의 죽음이라는 기사를 통해 의류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패션이라는 획일적 유행을 일방적으로 소비자가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게 된 것이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우리 산업을 규정하던 핵심 요소들이 변하고 사라지고 있다. 모든 것이 재정의되고 있다. 변하는 것을 예측하는 노력은 무의미할 수 있다. 변하지 않는 나만의 가치에 기반을 둔 경쟁력 구축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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