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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 the Road Sep 06. 2018

맥주 한잔에 대박 친 ‘홍진영 파데’의 비밀



지난 7월 가수 홍진영 씨가 자신의 이름을 딴 화장품을 출시했다. 이 화장품의 출시 과정이 재미있다.



홍 씨는 3월 ‘인생술집’이라는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맥주 한잔만 마셔도 온몸이 새빨개지는 타입”이라고 말했다. 마침 그날 홍 씨는 시스루 옷을 입었고 실제로 맥주 한두 모금을 마신 그의 온몸은 새빨갛게 변했다. 시청자들은 빨개진 몸과 달리 그대로인 홍 씨의 얼굴색에 주목했다.


방송 이후 홍 씨의 카카오톡과 메시지에는 관련 문의가 엄청나게 쏟아졌다고 한다. “언니 이 미친 커버력은 뭐죠”, “파운데이션 뭐 쓰세요” 등의 문의였다.



그는 며칠 후 자신의 유튜브 채널 ‘쌈바 홍’에 해당 제품을 소개했다. 이 화장품은 ‘홍진영 파데(파운데이션)’로 불리며 화제가 됐고 홍 씨는 급기야 자신의 이름을 딴 화장품을 출시하게 된 것이다. ‘홍진영 파데’는 오늘의 소비자와 마케팅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사례다.



오늘날을 ‘연결성의 시대’라고 하는데, 연결성 시대는 무엇이고 이 시대적 특징에 따라 소비자는 어떻게 변했고 마케팅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을 가장 잘 표현하는 낱말로 ‘초연결 사회’를 들 수 있다. 초연결 사회는 인터넷을 통해 사람 간 연결은 물론 사람과 사물, 심지어 사물 간 연결 등 ‘연결의 영역 초월’이 이뤄지고 있는 사회를 의미한다.



◆연결성과 고객 행동의 변화



이제 연결성은 단순한 인터넷으로의 접속을 의미하는 기기적 연결을 넘어 너와 나의 경험을 연결하는 경험적 연결성 그리고 커뮤니티를 통해 나와 세계를 연결하는 사회적 연결로 진화했다.



관련 당사자들 간 상호작용 비용을 현저히 낮춤으로써 시장 경쟁 고객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가능하게 한다. 연결에 따라 시장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변화의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졌다.



기존 거대 기업도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는 시대다. 존 챔버스 시스코 회장은 “포천 500대 기업의 40%가 10년 내에 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쟁도 이제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기업 내부의 자원만 가지고는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게 됐다.



필립 코틀러 켈로그경영대학원 교수는 ‘마켓 4.0’이라는 책을 통해 “연결성은 고객이 남들 앞에서 의견을 표현하게 해준다. 연결성은 고객이 브랜드를 옹호할 수 있는 완벽한 환경을 창조하고 있다. 연결성에 따라 브랜드와 고객의 관계는 이제 수평적이다. 고객은 동료이자 친구이며 수동적 목표물이 아니라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 미디어”라고 얘기하고 있다.



예전의 고객이 개별적 개인이었다면 이제는 관계가 반영된 커뮤니티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망라한 광범위한 네트워크로 공동 연대해 행동으로 옮기기 때문이다. 이런 연결성은 특히 고객의 구매 경로를 변화시킨다.



지금까지 고객 경로에서 사용돼 온 대표적 모델은 ‘ AIDA ’였다. 고객은 제품을 구매하기까지 인지(Aware)하고 흥미(Interest)를 가지고 욕망(Desire)하고 행동·구매(Act)하는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이 AIDA  모델에 관심(Interest)과 욕망(Desire)을 합쳐 태도(Attitude)로 하고 소비자의 반복 구매를 넣은 4A 모델을 연결성 이전 시대의 구매 경로 모델로 얘기하기도 한다. 즉, 인지(Aware)-태도(Attitude)-행동

(Act)-반복행동(Act again)이다. 이때는 태도가 중요했다. 태도는 한번 결정되면 바꾸기 쉽지 않았고 그것이 구매와 반복 구매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마케팅은 태도를 바꾸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들도 1년에 두 차례씩 ‘브랜드 인지도 조사(BAS : Brand Attitude Survey)’를 통해 고객의 브랜드에 대한 태도를 조사했다.



하지만 이 모델은 오늘날 연결성의 시각으로 보면 몇 가지가 불편하다.



첫째, 인지에서 반복 구매에 이르는 과정이 단선적이라는 사실이다. 인지에서 반복 구매까지가 일방적인 전후 하나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행동 경로는 훨씬 더 복잡한 것이 현실이다. 인식 후 행동할 것 같지만 현실은 ‘행동 전’이 아니라 ‘행동 후’에도 바뀐다는 것이다.



둘째, 이 모델은 깔때기 모델이라는 것이다. 인지에서부터 반복 구매까지의 숫자가 점차 줄어든다는 사실이다. 요즘 구매 행동에 대해 깔때기 모델보다 물고기 모델을 많이 얘기한다.



자동차 업종을 사례로 살펴보면 자동차를 구매하기 위해 소비자들은 평균 140일 전에 제조사 사이트를 중심으로 검색하기 시작하고 59일 전에 매장을 방문해 자동차를 쇼루밍한다.



그 이후 중고차 사이트를 방문해 가격을 비교하고 유저들의 구매·사용 후기를 중심으로 검색 활동을 진행한다. 그리고 다시 전시장에서 시승하고 가격을 흥정하는 등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셋째, 소비자를 인지의 축적을 통해 태도를 바꿀 수 있는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는 점이다. 그래서 그들은 엄청난 마케팅 캠페인을 통해 소비자의 태도 변화를 도모했다. 하지만 오늘날 소비자는 더 이상 대상인 객체가 아니다. 하나의 주체로 소비자의 적극성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서 필립 코틀러는 4A 대신 연결성 시대의 고객 경로로 5A 모델을 제안했다. 인지(Aware)-호감(Appeal)-질문(Ask)-행동(Act)-추천(Advocate) 등의 5A가 그것이다. 태도는 호감과 질문으로, 반복 구매는 추천으로 바뀌었다. 적극적인 소비자를 상정하다 보니 질문이라는 항목이 추가됐다.



◆추천을 부르는 ‘커뮤니티’에 주목하라



‘홍진영 파데’에서 수만 명의 질문을 만든 소비자가 그것이다. 또한 연결성 시대의 구매는 사회적 구매를 의미한다. 즉 자기는 그 제품을 실제 사지 않아도 사회적으로 그 제품을 추천하거나 옹호할 수 있다.



자기가 믿는 친구나 커뮤니티가 그 제품을 옹호하고 추천했을 때 그 제품을 써보지 않았지만 자신도 그 제품을 추천하는 것이다.



코틀러 5A 모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추천이다. 추천은 질문에 대한 답이 돼 자기 경험을 다른 사람과 연결하는 경험적 연결성이 되기도 한다. 커뮤니티 안의 사회적 연결성에 의해 다른 사람의 구매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결성 시대 마케팅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소비자로부터 추천을 획득하는 것이다. 추천을 받기 위해 기업들은 고객이 아닌 팬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연결성 시대에 추천하는 팬을 만들기 위해 기업들은 3가지 마케팅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첫째 마케팅 방향은 커뮤니티의 육성과 구축이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추천을 이끌어 내고 사회적 연결의 공간인 커뮤니티에서 우리를 옹호해 줄 수 있는 커뮤니티 말이다. 연결성 시대 기하급수적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서도 커뮤니티의 활용은 필수적이다. 커뮤니티를 만드는 게 너무 어렵다고는 생각하지 말자.



지난해 3월 큰 노력 없이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선언’이라는 선언문 하나를 올렸을 뿐인데 개설된 지 1주일이 안 돼 가입자 10만 명을 넘긴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페이스북 커뮤니티가 화제가 된 일이 있다.





이 사례를 참조해 커뮤니티 만드는 방법을 보면 첫 단추는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선명한 목적의 설정이다.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과 같은 선명하고 동질감을 일으키는 목적이다. 목적이 너무 작다거나 동조자가 적을지에 대해서는 염려하지 말라. 니치 법칙이라는 얘기가 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아이디어다.



이것은 4차 산업혁명 시대, 연결성 시대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다. 우리가 깊은 열정을 느끼는 것이 아무리 괴짜 같은 생각이라고 하더라도 똑같은 열정을 느끼는 사람이 아주 많다는 얘기다. ‘오이를 싫어하는 모임’을 생각해 보자. 그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세상에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은 자기밖에 없는 줄 알았다는 얘기가 많았다.



둘째 단추는 소수의 열정을 가진 핵심 인력이다. 커뮤니티를 만들다 보면 특히 초기에는 규모에 집착하게 된다. 하지만 초기에는 동질성·소속감·열정을 가진 소수의 핵심 인력이 훨씬 중요하다. 다수에게서 작은 가치를 얻지 말고 소수에게서 최대의 가치를 얻는 방식이다.



◆만족보다 ‘감동’으로 팬을 만들어라



셋째 단추는 목적에 부합하는 진정성 있는 콘텐츠의 지속 공급이다. 빌보드 1위를 차지한 ‘방탄소년단’은 멤버 일곱 명이 한 계정을 사용하면서 지금까지 엄청난 트윗을 올렸다. 방탄소년단의 풍부한 팬덤 형성의 요인으로 이 풍성한 떡밥을 꼽는다.



트윗이 하나 올라오면 10만~20만 개의 리트윗이 쌓인다. 대표적 한류 스타 지드래곤에 비해 팔로워 수는 적지만 트윗과 리트윗 수는 더 많다고 한다. 연결성 시대의 핵심은 ‘공감이 가는 진정성 있는 이야기는 한계비용 제로로 무한히 퍼져 나간다’는 것이다.



둘째 마케팅 방향은 경험을 통해 자신에 대해 확신을 가지는 소비자 자신을 위한 경험 기회의 확대와 마케팅 전 단계에서의 소비자 참여 기회를 제고하는 것이다.



셋째 방향은 기업 측면에서의 감동 제공이다. 만족은 고객을 만들지만 감동은 팬을 만든다고 한다. 어떻게 감동을 제공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기업은 고민해야 한다.



커뮤니티를 통한 다른 사람의 영향, 소비자 자신의 참여를 통한 영향, 기업이 제공하는 감동을 통한 외부의 영향을 통해 우리는 연결성 시대에 추천을 극대화할 수 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5호(2018.08.13 ~ 2018.08.1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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