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n the Road Oct 31. 2018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성공 비결

-마케팅 4.0’ 시대에 보다 중요해지는 연결성의 가치


(사진) 카카오 페이지 속 동명 웹툰과의 높은 싱크로율로 인기를 끈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


  30대 직장인 A는 화장품 ‘H’를 사용한다. 배우 전지현 씨를 모델로 하는 이 화장품의 광고가 너무 마음에 들어 유튜브를 찾아보기도 한다. 음악과 색감, ‘차가운 도시 여자’라는 이 브랜드 콘셉트와 전지현 씨가 너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A는 이 광고로 H의 로열 고객이 됐고 본인도 ‘차도녀’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게 됐다. 이 제품은 히트 브랜드가 됐다.


20대 대학생 B는 자연주의 화장품 ‘R’을 사용한다. R은 공장을 키친으로 표현한다. 합성 방부제를 최대한 적게 사용하고 생과일의 먹을 수 있는 부분만 발라내 갈거나 즙을 내 제품에 그대로 넣은 제품이 많다. 그 흔한 스타 마케팅도 하지 않는다. B는 이 제품의 친환경이라는 가치와 그 가치를 실천하는 진정성에 끌려 해당 제품만 쓴다.


20대 직장인 C는 얼마 전 유명 연예인 H가 론칭한 화장품을 구매했다. 지난 3월 그가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을 보다가 중간에 맥주를 마시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의 몸은 새빨개졌지만 얼굴은 변함이 없는 걸 보고 이 제품에 관심을 갖게 됐다. H가 무슨 파운데이션을 사용하는지 인스타그램을 찾아 알고 난 뒤 주변에 관련 정보를 공유했다. 이후 H가 직접 화장품을 만들었다는 얘길 듣고 당연히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에 구매했고 사용 후엔 적극적으로 주변에 제품을 권할 생각이다.


◆산업혁명에 따른 시대별 마케팅의 변화

위의 세 장면은 제품을 히트시키는 측면에서 각각 다른 접근 방식의 마케팅 기법을 보여준다.

이들 마케팅 기법은 매출과 브랜드 인지도 제고 측면에서 효과적이다. 여기에서 살펴볼 부분은 각 마케팅 방법론의 의미와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각 방법론의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사물과 현상의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 마케팅은 고객 니즈의 충족을 목적으로 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제공이다. 따라서 상품과 서비스의 공급과 소비 대상인 고객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친 산업 혁명의 관점에서 각 마케팅의 의미와 방법을 이해할 수도 있다.


‘마케팅 1.0 시대’는 마케팅이 필요 없는 시대라고 할 수 있다. 1차 산업혁명, 즉 증기기관의 발명에 따라 처음으로 개인의 자급자족을 넘어선 상품이라는 개념이 생기기는 했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시대였다. 만들어 놓으면 팔리는 시대였던 만큼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해 가치를 제공하려는 노력이 필요 없었다. 공급자 중심의 시대로 만들어 놓으면 팔리는 시대였다. 마케팅이 필요 없는 시대, 그것이 마케팅 1.0의 시대다.

‘마케팅 2.0의 시대’에는 2차 산업혁명, 즉 전기 혁명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해졌다. 그 덕분에 제품이 넘쳐나고 제품 간 경쟁이 치열해졌다. 소비자는 각각의 니즈를 만족시키는 많은 제품 중 선택해야 했다. 이때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는 많은 제품 중 차별화는 필수였다. 차별화를 위해 ‘다르다’는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STP(Segmentation Targeting  Positioning)를 통해 다른 포지션을 찾는 것이 마케터의 역할이었다. 사람들의 마음속 시장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달라야 했기 때문이다. 제품의 차별화가 어렵다면 이미지라도 달라야 했다. 이 제품의 사용을 통해 나도 ‘차도녀’가 될 수 있다는 소비자가 선망하는 이미지를 만들고 그렇게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했다. 바로 이 그것이다 우리 제품을 통해 소비자에게 제품 이상의 가치를 제공해야 했다. 나음보다 ‘다름’이 핵심이었다.


‘마케팅 3.0의 시대’에는 3차 산업혁명으로 컴퓨터와 인터넷의 바다가 열리면서 사람들 사이에 정보화 혁명이 일어났다. 사람들의 지식은 거의 무한히 확장됐다. 굳이 제품의 이미지나 마케팅을 통해 우리가 다르다고 얘기하는 것이 필요 없거나 불가능해졌다. 이미지가 아닌 실체에 대해 사람들이 판별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제품과 서비스를 넘어 특정 회사가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지, 그것을 얼마나 진정성 있게 제공하는지가 중요해졌다. 사람들은 해당 제품이 자신을 얼마나 차별화해 주는지보다 이 제품이 얼마나 ‘자기답게’를 표현해 주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가 그것이다. 다름보다 ‘자기다움’이 핵심이다.


‘마케팅 4.0의 시대’는 연결의 시대다. 4차 산업혁명과 연관돼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특징을 초연결에 의한 초지능의 시대라고도 한다. 수많은 사물인터넷(IoT)에 의해 빅데이터가 생성되고 해당 빅데이터에 기반해 인공지능(AI)이 최적의 결정을 하는 시대가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이 시대를 특징하는 단어가 연결이다.


우리는 엄청나게 연결돼 있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트위터·밴드·단톡방 등을 통해 개인은 세계와 연결됐다. 을 통해 우리는 연결의 힘을 알 수 있다. 자신의 질문을 통해 자신이 특정 제품의 개발에 참여하게 되고 그 제품의 마케팅에도 개입한다. 제품을 만드는 회사는 자기 질문을 통해 자기가 알고 있는 많은 지인들, 즉 자신의 세상과 연결된다. 자기다움보다 ‘연결’이 중요하다.


◆연결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까지 마케팅의 진화를 산업혁명과 연계해 살펴봤다. 굳이 진화라는 표현을 사용한 이유는 일견 공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적자생존이라는 관점에서 마케팅의 지향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다.

물론 다름과 다움을 배척할 필요는 없다. 어떤 면에서 보면 이들 요소는 마케팅 성공의 필요조건이기도 하다. 하지만 충분조건으로서 ‘연결’이 없다면 필요조건은 무의미하다. 연결 시대의 가장 큰 가치는 연결을 만드는 힘이다. 그러면 연결은 어떻게 만들까.  


첫째, 연결의 구조(context)를 만들어야 한다.


사람들이 쉽게 연결에 참여하게 하고 연결의 가치를 알도록 만들어야 한다. 연결의 네트워크 속에 머무르게 하고 연결을 공유하게 하라는 얘기다.


지난 7월 종영된 ‘김비서가 왜 그럴까’라는 제목의 케이블 채널 드라마가 있었다. 재력·외모·수완 등 모든 것을 다 갖춘, 자기애로 똘똘 뭉친 나르시시스트 부회장과 그를 완벽하게 보좌해 온 비서의 ‘퇴사 밀당 로맨스’였다.

마지막 회 시청률이 최고 10.6%를 기록해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 동 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드라마의 성공 요인은 남녀 주인공의 환상적 호흡 덕분이었다. 또한 6월 기준 540만 명이 보고 있던 카카오 페이지 속 동명 웹툰과의 높은 싱크로율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카카오 페이지는 처음에 무료 5회, 20회 제공 등을 통해 소비자가 쉽게 그 연결의 플랫폼에 들어가도록 한다. 소비자가 들어가는 순간 ‘지금 50만4000명이 보는 소설’ 등의 문구로 추천해 자연스럽게 구독을 시작하게 만든다. 그리고 매회 읽고 있는 소설에 달려 있는 다른 사람의 댓글을 보여주며 재미를 더한다. 자신의 댓글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자기가 느낀 매력 포인트를 전달하기도 한다.


카카오 페이지는 또한 무료 혜택이 끝나면 ‘지금 받을 수 있는 캐시는 34만8900원’ 등의 문구를 통해 공짜로 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더 나아가 ‘하루 기다리면 무료’라는 메시지로 소비자가 이 플랫폼에 머무르도록 한다. 카카오 페이지는 이런 연결의 힘을 통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가입자는 지난해 기준 1000만 명이 넘었고 5년 전 17억원이던 매출은 올해 2200억원으로 껑충 뛸 전망이다.



(사진) 카카오 페이지의 웹툰 ‘김비서가 왜 그럴까’. /한국경제신문


◆오직 한 사람에 집중하고 참여시켜라

연결을 만드는 둘째 방법은 ‘지금 이 순간 오직 한 사람에게 집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 사람이면 충분하다. 한 사람이 세계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그 한 사람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가 중요하다.

아마존의 자회사이자 온라인 신발 판매 업체인 자포스의 고객 추천율(NPS)은 90점이 넘는다. 10명 중 9명 이상의 고객이 자기 주변의 사람을 자포스로 연결시킨다는 것이다. 이유는 자포스가 항상 오롯이 한 사람에게 집중하기 때문이다. 자포스는 고객 대상 콜센터를 ‘콘택트센터(contact center)’란 이름으로 운영한다. 이 콜센터는 다른 방해를 받지 않고 전화로 고객과 5~10분 정도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다. 고객을 뭉뚱그려 단순히 고객으로 정의해 버리면 5~10분간 통화할 수 없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집중해 얘기할 때 개인적 또는 감정적 유대감을 쌓을 수 있다. 고객의 어머니가 사망했다는 이야기에 같이 눈물을 흘리며 꽃을 보내주기도 하고 때로는 슬픔에 잠긴 고객과 10시간 이상 통화할 수도 있다.

자포스는 물류센터도 단순 배송센터가 아닌 ‘고객 주문 이행 센터(Fulfillment Center)’라고 표현한다. 대부분의 온라인 거래 업체들은 재고를 보유하지 않고 고객 주문이 들어오면 고객의 주문을 제조업체로 던져 버린다. 거기에는 주문만 있지 ‘사람’이 없다.


자포스는 제품을 사 재고를 보유하고 고객이 주문하면 바로 그 제품을 찾아 배송한다. 물류비용과 재고비용이 더 들지만 자포스는 오롯이 고객 한 사람에게 집중해 그의 주문을 이행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셋째는 고객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연결의 시대에 고객은 연결의 객체이자 주체다. 소비하는 사람이지만 생산자가 되기도 한다. 생산자 또는 연결의 주체로서 고객이 기여하고 참여할 부분을 남겨둬야 한다는 것이다.

필립 코틀러 켈로그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마켓 4.0’을 통해 고객의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제품은 공동 창조(Co Creation), 가격은 참여에 따라 가격이 변하는 환율(Currency), 유통은 커뮤니티 참여(Communal

Activation), 프로모션은 대화(Conversation) 등 이른바 ‘4C’를 제안한 바 있다.


샤오미 성공의 요체도 바로 고객의 참여에 의해 완전해지는 MIUI  인터페이스다. MIUI 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이자 고객 참여의 장이다.

처음부터 레이쥔 샤오미 회장이 공동 설립자이자 부총재인 리완창에게 “돈을 쓰지 않고 100만 명이 MIUI

를 쓰게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따라 100명의 슈퍼 유저를 발굴 개선해 피드백을 받는 데서 출발했다. 이들은 1년 후 50만 명, 2014년 기준 2000만 명에 달한다. 샤오미는 일종의 연예인과 같은 팬덤 문화를 만들어 낸 것이다. 레이쥔 회장은 말한다. “우리는 스마트폰을 파는 것이 아니다. 참여 의식을 파는 회사다.” 이들이 “샤오미 폰은 내가 만든 폰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애착을 가지고 홍보 마케팅을 하다 보니 샤오미는 매출 대비 2% 이하의 마케팅 비용 정도만 쓰고도 7~8%를 쓰는 기업과 대결할 수 있다. 이것이 샤오미가 가성비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다.


마케팅은 진화한다. 진화의 의미는 적자생존이다. 나음과 다름, 다움이 아닌 연결이 중요하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고객과 연결을 만들고 강화하고 그 최초 연결을 확대해 재생산할지 고민해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연결성 시대 "닥공"이 답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