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 혁명” 전시회가 필요하다"
정부가 주도한 “한국 전자 IT 산업 융합 전시회” 일명 한국형 CES (동대문 CES) 가 몇 일전 끝났다. 절차와 성과에 대해서 논란이 있었지만 한국에도 CES와 같은 세계적 전시회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형성된 것 같다. 공감의 현실화를 본격적 추진하기 前 올해 경북 대표단의 일원으로 참가한 것을 포함, 지금까지 10년 이상을 CES에 참가하고 다닌 경험에 기반 조심스럽지만 미국 CES의 성공요인에 대해 한번 짚어 보고 적용방안에 대해 논의해 보고자 한다.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19년 CES는(국제 소비자 가전 전시회) 4천500개가 넘는 업체와 18만8천 명 이상의 사람들을 끌어 모았고, 이들이 호텔, 레스토랑, 쇼 관람, 쇼핑 등에 사용한 금액만 3억5천만불 정도라고 예측되고 있다. 도대체 CES의 무엇이 이렇게 사람을 모으고 성공을 거두는 것일까?
첫째는 4차 산업 혁명을 대표하는 전시회가 되었다는 점이다. CES는 과거에는 지금처럼 세계적인 미디어 노출을 양산하는 전시회는 아니었다. 한때는 모바일 중심의 2월 MWC에 밀린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던,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TV 등 가전 중심의 대표적 전시회 중의 하나에 불과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기조연설에 스포츠 의류 용품 업체 언더 아머의 CEO를 초대해 정보기술(IT)을 결합한 스포츠용품의 미래에 대해 설명하게 하고, 아우디 등 자동차 업체를 초대, 부스를 열어 자동차와 IT의 융합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게 하는 등 “기술의 융합”이라는 4차 산업 혁명의 물결에 누구보다 빠르게 편승했고, 그 결과 현재의 위치에 올라섰다. 우리도 세계적 전시회를 만든다면 전자, 자동차, 디스플레이등의 산업과 제품 중심의 전시회가 아닌 기술의 융합과 그 사용자 중심의 혜택을 보여주는 전시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CES는 19년 올해도 통신사 버라이존 CEO를 초청 5G 가 가져오는 미래에 대해 기조 연설을 하게 하고, 5G 기반의 자율주행차, 스마트 홈 및 스마트 시티의 융복합 중심의 기술을 선보였다. 특히 자율주행차도 기술이 아닌 자율 주행차가 되었을 때 사용자들이 차안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에 대한 고민이 담긴 “Digital Cockpit”에 대한 전시가 많았다.
둘째는 라스베가스에서 열린다는 사실이다. 라스베가스는 어떤 도시인가? 66,000평의 전시 면적과 151,000개의 객실이라는 전시참가자의 편의를 넘어, 분수쇼와 레이저 쇼등 도시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공연장이고, 밤이 살아 있는 도시이다. 세계적인 “태양의 서커스팀”이 공연하는 물쇼(오쇼), 불쇼(카쇼)및 각종 공연과 퍼포먼스를 1년 내내 내가 묵는 호텔에서 관람할 수 있고,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및 세계적인 브랜드들이 모여 있는 쇼핑 아케이드 들이 즐비한 곳이 바로 그곳이다. 한마디로 먹고 쓰고 즐기는 모든 곳이 한 자리에 구비된 곳이 그곳이다. 우리도 세계적인 전시회를 만든다면 이제 그들의 여가시간도 고민해야 한다.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는 코나의 노래제목만은 아니다. 이번 라스베가스에서 원쇼를 보았을 때 마지막에 마이클 잭슨의 홀로그램 영상은 마치 그가 다시 부활한 것 같았다. 평창 밤의 드론쇼, VR/AR/홀로그램을 활용한 한류 콘텐츠 등 고민만 있다면 기술적으로는 우리도 충분히 밤이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 수 있다.
세째는 Timing이다. 오늘의 시대를 표현하는 단어로 VUCA(volatility, uncertainty, complexity, and ambiguity)가 있다. 환경의 변동이 심하고, 불확실하고 복잡하고 모호하다 라는 것이다. 불확실성이 상수인 시대에 역설적으로 확실성을 구하는 게 인간이다. 최소한 올 한 해 이런 기술들이 이렇게 세상을 바꾼다는 것을 1월에 가장 먼저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1월 9일 열리는 CES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이다. 우리도 세계적인 전시회를 만든다면 그 시기는 1월 CES 보다 빨리 이미 와 있는 미래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기술적으로는 9월 베를린 IFA및 날씨까지 고려되어야 한다. IFA (Internationale Funkausstellung): 매년 9월 초 베를린에서 열리는 국제 가전 박람회로 1월의 CES, 2월MWC와 함께 세계 3대 전자 전시회중의 하나이다.
맹자에 보면 천시불여 지리, 지리 불여 인화 (天時 不如地利 地利 不如 人和)라는 말이 있다. 일을 도모하는데 있어서 언제 보다는 어디가 중요하고, 어디 보다는 사람들의 화합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여기서 사람들의 화합이라는 것은 사람들 생각의 융합과 공유이다. 한국형 CES의 성공을 바란다면 어디와 시기도 고려되어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첫번째 단추는 4차 산업 혁명 시대라는 시대 정신에 맞게 제품이나 산업이 아닌 생각, 기술의 융합과 공유에 기반 사용자 경험 중심의 전시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