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위클리 비즈 2019.12
최근 차량 공유 업체 '타다'의 사업 금지법 입법 과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여러 얘기가 있지만 금지를 주장하는 근거의 하나는 실제로 혁신이 없으므로 보호할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혁신이라 부르는가?
올해의 경영 서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의 저자 탈레스 테이셰이라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시장 파괴적 혁신의 주요 원인은 신기술이 아닌 '고객'임을 강조한다. 기업은 고객에 대한 심층적 분석을 통해 고객이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택하는 주요 단계와 주요 활동, 즉 고객의 가치 사슬(Value Chain)을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사슬의 어느 한 곳을 끊어내어 고객에게 만족과 충족을 줄 수 있는데, 필자는 이것을 파괴적 혁신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고객에게 새 가치 부여하고 만족시키는게 '혁신'
예를 들어 유통업계에 새벽 배송 경쟁의 열기를 일으킨 마켓컬리를 생각해 보자. 온라인 배송은 '비교·평가-구매-배송-사용'의 소비자 가치 사슬이 있다. 그러나 여기서 배송에 대한 큰 불편함이 존재했다. 일단 고객이 집에 있지 않은 시간에 배송이 되고 그러다 보니 배송과 사용 간에 큰 불일치가 있었다. 마켓컬리는 바로 이 부분을 파고들어 해결한 것이다. 고객이 집에 있을 새벽에 제품을 배달하고, 받은 제품을 바로 요리해 아침으로 먹게 함으로써 배송과 사용 간 불일치를 해결한 것이다. 마켓컬리의 이런 디커플링은 서울 강남에서 바쁘게 사는 맞벌이 부부인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의 소비 행태를 깊이 통찰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소비자의 가치 사슬을 분석해 배송 부분만을 바꾸었다. 그 덕에 2015년 연 매출 100억원 규모였던 새벽 배송 시장을 2018년 4000억원 규모로, 올해 1조원 정도로 키운 마켓컬리에 혁신이 없다고 얘기할 것인가?
최근 한국 콘텐츠 시장을 뒤흔드는 넷플릭스는 어떤가? 넷플릭스는 비교·평가-구매-배송-사용 과정 중 비교·평가 과정에 있는 소비자의 불편함을 개선했다. 내가 어떤 영화를 봐야 할지는 항상 영화를 고를 때 가지는 고민이었다. 넷플릭스는 시네매치라는 알고리즘을 통해서 바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렇게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으로 대변되는 미국을 대표하는 혁신 기업이 되었던 것이다.
이번에 논란이 된 타다는 어떤가? 비교·평가-구매-배송-사용 단계 중 구매 단계를 해결했다. 우리나라 택시의 문제에는 구매 행위가 아예 불가능한 특정 시간대와 특정 장소가 있다. 예를 들어 금요일 밤 11시 강남역 부근이라면 아마 일반적 택시 구매 행위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그 공유 업체는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지난 5월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실시한 택시 서비스 전반에 대한 국민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매우 불만족 14.8%, 불만족하는 편 38.6%로 불만족이라는 응답이 53.4%를 차지했다. 그러나 타다의 재탑승률은 89%에 이르고, 출시한 지 1년 반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가입자는 150만명에 이른다.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고 있고 고객을 만족시키고 있는 것이다.
법적인 이유로, 아니 다른 여러 이유로 타다 영업이 문제가 될 수는 있다. 그러나 최소한 혁신이 없다는 얘기는 하지 말아야 한다. 경영학의 아버지라는 피터 드러커도 저서 '혁신과 기업가 정신'에서 "혁신은 고객 만족을 위한 완전히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분명히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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