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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들을 위한 데이터 분석 이야기

상상과 현실은 다르다

by 여름비

AI와 빅데이터라는 환상의 마케팅 단어


나는 개인적으로 인공지능과 빅 데이터라는 말을 혐오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이 두 단어가 들어가는 기사나 강의를 볼 때면 항상 의구심을 마음 한편에 두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아니라, 수치적 자료를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문화, 그리고 CEO들의 "데이터 활용"에 대한 비전 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는 정말로 인공지능과 빅 데이터를 쓰는 회사들이 있다. 예를 들어 구글과 아마존, 혹은 넷플리스들이 있다. 하지만, 동시에 세상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많은 기업들에게는 이런 회사들의 예제가 오히려 독이 된다. 정말로 커다란 규모의 회사가 아니라면 매일 테라바이트 단위의 데이터를 쌓을 일 도 없고, 또 그 데이터를 사용하여 만든 수학모델(혹은 인공지능)을 사용할 일 또한 없다. 많은 회사들에게 필요한 것은 소위 "간지"나는 4차 산업 인공지능과 빅 데이터가 아니라, 회사의 현 상황을 잘 알 수 있는 간단한 수치들, 그리고 그 수치들을 잘 읽고 활용할 수 있는 Product Manager들이다


그렇기에, 데이터 분석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인공지능 연구가 등을 고용하기 전에는 아래와 같은 질문들을 필수적으로 자신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1. 저 사람들을 통해 우리 회사는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가? 아니면 간지 탬인가?

2. 우리 회사는, 쓸만한 데이터가 충분히 갖추어져 있는가

3. 분석가, 혹은 사이언티스트가 회사에 들어와서 분석 및 모델링에만 신경을 써도 되는 상황인가?



데이터는 간지가 아니라 실용성이 우선이다


많은 임원진들이 단순히 데이터 분석가 혹은 사이언티스트를 고용하면 많은 것들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수학적 모델을 통해(소위 머신러닝) 가치를 전달하는 기능이 해당 회사 서비스의 중요한 부분이 아니라면, 그 사람들이 들어와서 하는 일은 결국에는 리포트 생산이나(엑셀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방향성 없는 유저 분석이 되어 버린다. 물론, 리포트 생산과 유저 분석 또한 충분한 가치를 만들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데이터 분석가 및 사이언티스트 들은 지적으로 도전적인 과제를 하는데 흥미가 있지, 리포트 생산이나 쓰이지도 않은 유저 분석 결과 보고서를 만드는데 흥미가 있지는 않기 때문에 해당 직군의 퇴사율을 급격히 높여 버린다


물론, 예외 또한 있다. 설령 수학모델을 사용하는 서비스의 기능이 주 파트가 아니더라도, 분석가 및 사이언티스트가 생산하는 유저들에 대한 보고서가 서비스에 즉각적으로 반영되고 또 기획의 방향을 결정하는 문화가 갖추어져 있다면, 분석가와 사이언티스트를 고용하는데 드는 비용은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을 가치를 해당 포지션의 사람들로부터 창출할 수 있다. 물론, "예외"라고 쓴 만큼, 이런 회사들은 극히 드물다고 생각한다. 또한, 데이터 자체는 의사결정의 서포트 자료가 될 뿐, 실질적인 서비스에 대한 의사결정은 해당 회사 혹은 PM의 실력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단순히 AI와 빅 데이터라는 말에 이끌려 비싸고도 비싼 데이터 분석가 및 인공지능 전문가를 고용하는 것은 환상을 위한 돈 뿌리기라고 할 수 있다. 명확한 목적이 없다면 말이다



데이터를 어떻게 쓸지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에 실패한다면


데이터를 어떻게 쓸 지도 명확하고, 또 그동안 google analytics 및 firebase 사용을 통해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훌륭한 문화를 만들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데이터를 사용하여 무언가를 하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다. 일단은, 많은 경우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혹은 분석가들이 사용하기 좋은 형태로 서비스의 데이터가 쌓이고 있는 경우가 별로 없다. 대부분, 정말로 깊은 분석을 하기 위해서는 서비스의 데이터 구조 자체를 리팩터링 (이라고 말하고 갈아엎는)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기존에 데이터를 더 많이, 자주, 다양한 형태로 쓰고 있을수록, 분석을 위한 서비스 데이터 구조 리팩터링은 시간도 많이 걸리고 또 굉장히 많은 이슈들과 얽혀 복잡해져 버리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리고, 이렇게 몸집이 커진 데이터 구조 변경 프로젝트를 Product Management 경험이 없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이끌 경우, 많은 사건과 사고 그리고 불화가 초래된다. 이런 것을 막기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상상의 동물을 고용해야 한다


백엔드 프로그래밍도 잘하면서, 기획 팀 리더로서 프로젝트를 이끈 경험이 있고, 동시에 2년 뒤에도 아무런 말썽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분석용 데이터 구조를 설계할 수 있는 수학자



그렇다면, 데이터를 활용하고자 하는 CEO들은 무엇을 가장 먼저 해야 할까?


서비스를 agile 방식으로 론칭하듯이,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 또한 빠른 try&error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데이터에 포커스를 둔 데이터 팀을 만들어서, 데이터 구조를 만들고, 그에 따른 인프라를 구성하고, 분석 결과물을 만드는 이러한 과정들이 빠르게 시도되고 실패하면서 내 회사에 맞는 방법을 찾아 나아가야 한다. 단순히 데이터 관련된 사람들을 한 두 명 고용하고, 놔두면 알아서 잘하겠지라는 마음을 가지면 정말로 데이터를 활용하는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 또한 하나의 커다란 서비스이고, 이 사람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주어야 빨라도 반년 뒤에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알아두도록 하자


그리고 이 모든 것 이전에, 처음에도 말했다시피, CEO가 "데이터"라는 것에 대해 비전을 가지고 로드맵을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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