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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비 Feb 20. 2024

회고4: PM 되니 행복하냐?

그것은 할 말이 매우 많지

여차저차, 어찌어찌, 이번에도 조상님이 도와서 PM(Product Manager)이자 Data PM이 되었다.

그래서, 의사결정권과 책임이 무한정 주어지는 PM이 되어보니 행복하냐고 물어보면, 할 말이 많다.


내가 DA(Data Analyst)이던 시절, PM이던 친구와 같이 서로의 지식을 공유하는 세션을 가졌다. 그때 나는 데이터 활용 환경과 데이터 분석 방법에 대해 설명했고, 친구는 PM(PO)가 하는 일의 핵심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그때 친구가 자신이 만든 다양한 기획서 및 문서를 보여주며 했던 말이 기억난다.


 '결국 어떤 문서를 어떤 형식으로 만드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내 의견을 명확히 타인에게 전달할 수 있다면 어떤 방법도 괜찮아'



그때, PM이 만들어내는 명확한 아웃풋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위와 같은 말을 하니 매우 혼란스러웠다. 위의 말 만으로는 그래서 PM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자금 생각해 보면, 이는 내 경험 부족에서 일어난 혼란이었다. 스타트업에서 PM이 하는 일이란 굉장히 다양할 수 밖이 없고, 또 시간의 흐름과 과제에 따라 다양한 문서 형식을 만들어 나아갈 수 밖이 없기 때문이다.


이때 나는 알아차려야 했다. 결국 PM이 하는 일이란 '문제를 찾고, 해결할 방법을 고안하고, 그래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타인에게 전달하는 것'이 핵심이고, 그렇기 때문에 실력 있는 PM은 너무나도 다양한 일들을 하기 때문에 명확히 무엇을 한다고 output기반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을 말이다.



사실 나는 개인적으로 Product Manager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오히려 근래에 레브잇 덕에 조금 핫했던 Problem Solver라는 직책이 좀 더 지금의 PM들에게 맡는 이름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생각해 보자, 특히 스타트업이라면, 결국 PM이 회사에 들어가서 하는 일은 권한과 책임이 크면 클수록 정~~ 말로 다양하다. 생각나는 것만 나열해도 아래와 같다.


- 채용, 온보딩, 퇴사 프로세스 만들기

- 유저 인터뷰, 문제 발굴, 기획, 프로젝트 매니징

- 팀원들 멘탈 및 동기부여 관리하기

- 문서 정형화, 관리, 구조화

- 전략 기획, KPI 수립, 마일스톤 수립...



위의 리스트를 보기만 해도 숨이 막힌다. (하하, 물론 내가 위의 것들을 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CPO 만세!!)

그런데 또 생각해 보면 서비스를 성공시키기 위해 자연적으로 하게 되는 모든 문제들이자 문제들에 대한 실행들이다. 이것을 누가 할까?


수많은 자동화 및 효율화 SaaS가 나오는 이 시대에,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인력과 인시는 점점 더 줄어들고, 그러나 말거나 저런 것들을 해야 하는 사람이 필요한데, 그것을 바로 PM이 한다. 즉, 이미 PM이라고 R&R을 한정 짖기에는, 너무나도 광대한 일들을 하고 있고 또 해 나아가야 한다. 그것도 보통 혼자서!


이러다 보니, 사실 PM보다는 Problem Solver라고 부르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 더 나아가서, 앞으로의 수많은 직책들이 Problem Solver라는 이름 라애 통합되지 않을까? (물론 각자의 전문성에 따라 해결하는 문제들이 특정 방향으로 쏠리기는 하겠지만)



이제 충분히 밑장은 깔았고,

그래서 DA에서 PM으로 업종을 바꾼 것이 장기적으로 신의 한 수였냐 하면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다만 행복하냐고 물어보면 고통스러웠다고 말하고 싶다.


왜 만족스러웠을까(신의 한 수)?

PM으로서 스타트업에서 일한다는 것은 정말로 정말로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나, 깊게 특정 업무만 하다 보니, 그리고 누군가 주어준 문제를 해결하는 포지션이 있다 보니, 내가 스스로 다양한 문제를 발굴하고 더 나아서 실행을 설계한다는 것은 너무나 익숙하지 않은 일이었다. 거기에 더해서 관계자들을 설득하고 어라인 하는 일도 해야 하다 보니 내 역량을 한계를 금방 맞보게 되었다.


얼마나 소중한 경험인가!

내 한계를 마주하고 이를 강제로 뚫어야 하는 환경에 놓인다는 것은, 그리고 그에 대해서 꾸준히 질 좋은 피드백을 줄 수 있는 환경에 놓인다는 것은 정말로 축복받은 기회이자 경험이다.


여기에 더해서, 앞으로 많은 직군들이 결국 Problem Solver가 강제로 되어야 할 것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정말로 PM이 된 것은 나 자신을 위한 신의 한 수였다.



왜 고통스러웠을까?

훌륭한 PM이 된다는 것은, 어떤 전문적인 지식의 습득으로 이루어진 다기보다는, 나 자신의 문제해결 능력과 사고 능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사람으로서의 내 모자란 부분과 미숙한 부분들이 업무 역량 그 자체에 바로 적용되고, 업무에 대한 피드백은 결국 나 자신의 정체성과 본질에 대한 깊은 어딘가를 건드린다.


즉, 피드백을 받을 때 내 지식이 문제가 아니라 나 자신이 문제였다는 것을 알게 되어 너무 아팠고, 근데 그게 또 너무 맞는 말이라 더 아팠다.


여기에 더해서 PM으로서 역량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강제로(그리고 자발적으로) 앱 서비스를 총괄하는 포지션까지 끌어 올려지다 보니, 정말 넘치도록 많은 역량부족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고 (그리고 내가 그 피드백을 받기를 원했고), 회사와 나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결과를 만들기까지 시간이 걸리다 보니 정말로 고통스러웠다.



결과적으로

진짜 뒈지게 힘들었고, 또 이런 도전을 한 나에게 만족한다.

이 과정을 계속, 더 빠르게 겪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답을 찾은 것 같다. 어떻게 덜 고통스럽고 더 재미있게 일을 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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