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을 만나더라도 항해는 계속해야 한다(6)

해야죠. 해야만 합니다.

by 유창석

첫 번째 생각.


스타트업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다들 많이 얘기하듯이 생존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경험했다. 우리가 아무리 사람들에게 필요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비즈니스 플랜이 있다 하더라도 생존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우리가 아무리 고귀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시장에서 고객들에게 인정받지 않고 생존하지 못한다면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고객은 냉철하다. 시장은 정확하다. 사람과 세상에 필요하지 않거나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모두 나와 우리 팀의 책임이다.


지난 5년간 매일 신경 썼던 것들. 입주율과 대관 가동률이다. 공간 사업으로 스페이스코웍을 시작했다. 점차 교육사업과 마케팅 솔루션 사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그래도 우리의 생존과 가장 직결된 것은 공간 사업이었다. 모든 일하기는 시행착오의 연속이다. 생존은 하고 싶은 걸 하기보다는 해야만 하는 일에 모든 정신과 신경을 집중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객이 바로 알아차린다. 냉혹한 시장에서 인정하지 않는다. 매일 계획하고 실행하고 체크하고 다시 실행하는 과정을 거치면 더디지만 조금씩, 아주 조금씩 생존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누적된다.


스페이스코웍에서 일하는 나의 모습을 보며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리고 그런 걱정을 직접 말해주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매번 같은 말을 했었다.

"해야죠. 해야만 합니다."


두 번째 생각.


팀빌딩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누가 나에게 팀빌딩을 해서 선물하지 않는다. 내가 직접 해야 한다. 스페이스코웍에서 일하며 내가 상대방을 진심으로 존경하는 마음으로 바라본 것은 훌륭한 팀빌딩이다. 여기서 말하는 훌륭한 팀빌딩이란, 구성원들이 공동의 목표에 공감하며 고객과 제품 개발에 집중해서 성과를 창출하고 있는 팀이다. 물론 구성원들과의 깊은 신뢰도 더해져야 한다. 거기에 끈끈한 관계면 더욱 좋다.


팀빌딩의 어려움을 처음에는 어렴풋이 알았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깨달았다. 우선은 내가 바로서야 현실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고, 팀빌딩을 할 수 있는 리더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더 알고 있어야 하고, 내가 더 배려해야 하고, 내가 더 유쾌해야 하고, 내가 더 전문적이어야 하고, 내가 더 솔직해야 하고, 내가 더 노력해야 했다. 세상 모든 이치가 대부분 상호작용이다. 내가 바로 선 상태에서 상대방을 대하고 난 다음에 판단해야 하는 것이었다.


이런 과정을 지켜본 사람들이 나에게 용기와 위로의 말을 종종 건넸었다. 충분히 잘하고 있고, 너도 노력을 많이 했다고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매번 같은 말을 했었다.

"해야죠. 해야만 합니다. 저부터 바로 서야 합니다. 저부터 성찰해야 합니다."


세 번째 생각.


공간에 콘텐츠를 직접 채운다는 것은 정말 신경 써야 하는 것들이 많았다. 2017년 6월부터 2019년 12월(시즌 1 종료 후 6개월 휴식)까지 스물여섯 번의 토크쇼를 진행했다. 앞서 말했듯이 나도 강연을 통해 깨달음을 많이 얻었다. 때론 위안이 되고 했었고, 즐거움을 선물 받기도 했었다. 언젠가 나도 강연문화콘텐츠를 꼭 만들어봐야지 라는 막연한 생각을, 스페이스코웍에서 펼쳐보게 되었다. 입주사로 함께한 통에듀테인먼트 김광집 대표님이 이런 나의 생각과 끼(?)를 보고 함께 해보자고 제안이 출발점이었다.


두통쇼를 진행하면서 매달 새로운 게스트를 섭외하고, 홍보 준비와 실행, 게스트 사전 조사, 행사 준비 등 바쁘게 돌아갔다. 두통쇼를 하고 나면 어느새 다음 달 행사가 눈앞에 와있었다. 참석한 사람들의 즐거운 표정과 긍정적인 피드백들을 전달받으며 너무나 큰 보람과 즐거움을 선물 받았다. 또한, 두통쇼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훌륭한 게스트들에 대해 알아가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다. 이런 감사함과 즐거움은 매달 두통쇼를 준비하는 수고스러움과 노력의 뒤에 찾아오는 것이다. 김광집 대표님과 함께 이런 얘기를 자주 나누었다.


김광집 : "창석아, 다음달 두통쇼 준비가 ooo,oooo,ooooo,oooooo 이런 것들이 안되고, 어렵네."

유창석 : "형님, 그러게 저도 ooo, ooo,oooooo,ooooooo 이런 것들이 생각처럼 잘 안 되는 것들이 있어요."


김광집 : "어떡하지 창석아?"

유창석 : "형님, 해야죠, 해야만 합니다. 같이 해보시게요."


그랬다. 남들이 하는 건 다 쉬워 보인다. 지금보다 지금보다 경험이 부족할 땐, 남들이 하는 것은 다 쉬워 보였다. 지금보다 무지할 땐, 남들이 만들어 놓은 것은 나도 할 수 있다고 착각했다. 지금보다 오만할 땐, 내가 아직 하지 않은 거라 합리화했다.


하나씩 실력을 쌓아가면서 깨달았다. 내가 해본 것이 아니면, 섣불리 판단하면 안 된다. 내가 본 것이 아니면, 어설프게 말하면 안 된다. 내가 아는 것이 아니고 경험해보지 않았으면, 그 노력의 가치를 함부로 재단해서 생각하면 안 된다.


경험을 쌓아가면서 겸손함을 배웠다.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편안함은, 누군가의 노력과 수고스러움 위에 존재한다. 지금 내가 감탄하고 있는 것은, 누군가의 치밀한 기획, 조사, 시행착오, 실행으로 이루어졌다. 지금 내가 존재하는 것은, 그동안 나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의 관심과 배려 덕분에 존재한다.


그렇게 생존과 성장 과정을 거치며 더욱 단단해지는 나를 발견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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