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제보다는 오늘, 오늘보다는 내일,
이 모든 것이 조금은 더 쉬워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산다.
그래서 나는 매일 삶이 조금씩 쉬워지기를 바라고, 쉬워지는 게 많은 만큼 어른이 되는 것이라 믿는다. 매일 끊임없이 새로운 어려움이 나를 맞이 하지만, 분명 26의 세월 동안 많은 것이 쉬워졌다. 다만, 어떤 것이 쉬워진 이유는 내가 그만큼 능숙해져서도 있지만, 단순히 내가 무뎌져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익숙한 범위 안에서 어떤 어려움을 느끼기에는, 인정하기 싫지만 내가 많이 무뎌졌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 여전히 내 감정이 그렇게 무뎌지지만은 않았음을 느끼게 하는 사람을 대할 때, 나는 어리숙하다. 그리고 그런 나의 모습이 당황스럽다. 나는 평소와 다르게 횡설수설하고, 간혹 검정치마의 가사처럼 잘못 고른 단어가 너무 크게 들리는 상황을 마주한다. 나는 후회하기도 하고, 바로 잡아보려 하기도 한다. 오늘은 조금 더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아마도 쉽지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사람을 대하는 것만은 영원히 쉬워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나를 미소로 바라봐 주는 그 사람한테 무언가 특별한 감정을 느낀다. 그래서 어리숙하게라도, 그 특별한 감정을 계속해서 표현하고 싶다.
그런 사람을 두고 집으로 돌아가는 일요일 오후의 버스 안에서 나의 마음은 한 없이 무겁다. '마음이 무겁다'는 표현은 단순하지만 절묘한 표현이다. 마음이 널찍한 공간이라면, 그 공간에 무게감 있는 감정들이 차곡차곡 쌓일 때가 있다. 그 무거운 마음이 조금은 두렵지만, 나는 그 감정들을 버스 밖 풍경처럼 그저 바라본다.
그것은 마치 사나운 말벌이 주변에서 윙윙될 때,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야 하는 것과 비슷하다. 만약 움직여 피하기를 선택했다면, 어떤 감정은 나를 하루 종일 쫓아오는 아주 지독한 말벌일 수 있음을 각오해야 한다. 피하기 위해 가까운 연못에 뛰어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우스운 표현이지만 나의 경우 그 연못에는 술이 가득 차있다.) 하지만 오늘 나는 꽉 막힌 고속도로 위 차들처럼 미동도 하지 않는 것을 택했다.
무거운 마음속 여러 감정들은 금방이라도 나를 집어삼킬 것 같지만, 내가 가만히 바라보기만 한다면 그 부정적인 감정들은 아무런 힘이 없다. 그리고 그렇게 바라볼 수 있는 것이 곧 나의 힘이다. 나는 주말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내가 좋아하는 도시를 떠나면서, 힘겹게 힘을 내본다.
일요일 오후의 버스 안에서 나는 무료하다. 나는 내가 도착해서 옮겨 적을 수 있는 문장들을 머릿속으로 추리면서, 월요일로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