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울렁거리는 밤이 찾아오면, 난 그 울렁거림 보다는 울렁이지 않았던 지난 며칠이 얼마나 고요했었는지를 조용히 돌아보게 된다. 내 방에는 정적이 흐르고, 그 정적을 깨는 음악 소리마저 어딘가 정적이다. 상대적으로 시끄러운 내 마음이 견디기 어렵다. 침대 위에서 옆으로 돌아누워 쇼츠 영상이나 보며 더 큰 소음으로 내 마음을 잠재우고 싶지만 오늘은 그냥 꾹 견디며 글을 써보기로 한다.
어떤 순간을 사무치게 그리워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제는 그 열정적인 그리움마저 그리울 정도로 차분하게 과거를 돌아본다. 어떤 경지에 오르지는 못했으나 어쩌다 보니 어느 지경에 이르기는 했다. 이 정도 지경에 이르니 그다지 후회될 것도, 그다지 쪽팔릴 것도, 어떤 순간을 간절하게 다시 살아 보고 싶은 마음도 없다. 내일에 봤을 땐 꽤 그리워할만한 오늘을 살고 있는 것 같다. 아직까지는.
내가 대강 어떤 인간인지 파악했다고 믿는 인간들 때문에 상처받는다. 그런 인간들을 무시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가만히 곱씹어 보면 그건 참 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당신들을 단편적으로 이해하고, 멋대로 판단할 거야. 가능성을 재단할 거고, 내가 만든 프레임에서 벗어나면 놀랍다는 표정으로 바라볼 거야.라고 다짐하지만 놀랍게도 이미 아주 열심히 그러고 있어서 머쓱해진다. 꽤 공평하다는 생각을 하며, 상처받은 티를 내지 않기로 한다. 다른 사람이 날 어떻게 보든 상관없다고 말하지만, 애초에 나는 상관있게 설계되었음을 느낀다. 나 자신을 스스로가 사랑하면 될 것 같지만, 그들 앞에서 열변을 토하며 내가 바라는 내 모습을 그들에게 설득하는 게 조금 더 쉬울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음악이 다시 멈추고 고요한 방이 날 감싸면 마음속 꿈틀거리는 불꽃같은 게 느껴진다. 이것을 품은 채 잠에 들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불은 꺼지되 꽃은 시들지 않게 물을 붓는다. 내가 쓰는 글들이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불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나에게 붓는 물이었더라. 그 누가 읽지 않아도 아무렴 괜찮아. 끝내주는 파티에 가봤던 사람만이 여명이 밝은 시간에 쌓여있는 잿더미만 봐도 전 날 밤의 열기를 가늠하니깐. 결국 내가 만든 결과물이 이런 매캐한 잿더미여도 누군가에게는 닿기를 바란다. 그게 욕심이란 것도 안다. 그런데 아직 마음속 불꽃이 덜 꺼졌는지 오늘은 자꾸 그런 욕심을 부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