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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창완 Feb 10. 2022

금주 75일 해도 달라지지 않는 것

알콜 중독, 술을 끊다

│이 글은 다음 홈&쿠킹 카테고리에 등록된 글입니다.


술을 끊었다. 꽉 채운 75일, 그날 이후로 한 잔도 마시지 않았다. 그날도 난 술을 먹고 있었다. 맥주 한 잔만 하고 집에 돌아온 금요일이었고, 굳이 혼술하고 싶지는 않던 밤이었다. 유튜브를 틀어 놓고 고민을 시작했다. 먹을까, 말까.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1병만 먹자.”


집 앞 편의점에 들러 진로 이즈백 1병과 안주 거리를 집어 왔다. 잔을 챙기고 컴퓨터 앞에 앉아 한 잔, 두 잔.


“아, 맛있다.”


금요일은 마셔야 했다


금요일 밤은 그렇다. 술을 먹고 싶지 않더라도 먹어야만 하는 날이다. 7일 중 5일을 사회에 묶여 있어야 하는 이에게 4.8일쯤 되는 그 시간은 마셔줘야 한다. 화요일이든 수요일이든 언제든 술은 먹지만, 이날만큼 편안하지는 않다.


그런데 그 날, 2021년 11월 26일 금요일 밤만큼은 어딘가 맘이 불편했다. 그 주 수요일에는 지인들과 술을 마시고 집에 와 혼술을 먹었다. 바로 전 주에도 3번이나 술을 마셨다. 소주 1병이면 족하던 혼술의 양은 최근 들어 2병으로 늘고 있었고, 일주일에 2~3번 술을 마시는 일이 많아졌다. 아, 이러다


“X 되겠다.”


싶었다.


“그래, 마지막 잔이다.”


정확히 자정이었던 것 같다. 소주잔을 설거지해 놓고 먹은 것들을 웠다. 3일 차, 금주 사실에 대해 동네방네 소문을 냈다. 지금 생각해보면 회사도, 여자친구도 내가 금방 다시 돌아오리라 생각했던 것 같다. 금주 3일 차의 말은 없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금주 19일째 맞은 회사 회식 때 내 잔을 채운 사이다와 환타.

끊어 보니 좋다


“평생 끊을 것이다.”


72일 전 당당히 이런 말을 하고 다녔던 걸 생각하면 겁도 없는 녀석이구나 싶다. 75일 술을 끊은 지금은 평생보다는 눈에 보이는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 ‘아 그래… 평생은 쉽지 않겠어’ 싶은 고비들을 몇 번 만나서다. 그래서 정한 다음 단계는 100일이다.


75일 금주 해보니 술을 끊는다고 만남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함께 잔을 기울이던 녀석들과는 여전히 만나고, 사는 이야기를 한다. 내가 함께 기울이던 잔에 소주 대신 사이다가 채워질 뿐 크게 달라진 건 없다.


맑아진 정신은 최대 수확이다. 금주 1~2주차 때 효용감 만큼은 아니지만, 해야할 일이 쌓여있거나 상황이 복잡하고 사나울 때면 '정말 끊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술은 주로 공허함과 불만족감을 채워주고, 회피나 도피를 선물했다.

소주 4병도 거뜬했던 동생 놈과의 저녁 식사 자리가 바뀌었다. 맞은편 친구는 혼자 거나하게 취해서 "형은 술을 안 마셔도 취하네유"라는 헛소리를 했다.

술을 끊는다고, 살이 빠지진 않는다.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내가 증명하고 있다. 살을 빼려면 먹는 것을 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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