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젖은 서핑 보드를 옆구리에 끼고 맨발로 해변를 걷는다.
발끝에 스며드는 따스한 모래, 햇살에 데운 시간들.
짠 내음 가득한 바람이 그의 젖은 머리카락을 가볍게 흔든다.
파도는 끊임없이 밀려와 그를 넘어뜨렸고,
거센 물살은 쇠사슬처럼 몸을 휘감아 거칠게 바닥으로 끌어내렸다.
하지만 남자는 보드를 움켜쥐고, 숨을 몰아쉬며, 또다시 달려들었다.
몇 번이고 쓰러진 끝에 겨우 바다 위에 섰던 순간들이
밀려오는 파도 소리에 섞여 사라져갔다.
저 멀리 수평선 위로 노을이 번지고,
새들은 낮게 날아간다.
남자는 그 풍경을 한참 바라보다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이기는 싸움이 아니었다.
하지만 끝까지 싸운 자만이,
붉은 석양 속에서 걸어 나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