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숲엔 오래전부터 무언가가 떠다녔다.
희끄무리한 형체들이 공기 속 해파리처럼 나무 사이를 유영했다.
사람들은 그것을 ‘하얀 메아리’라 불렀다.
살아 있는 나무에서 태어나,
그 속에 새겨진 기억과 이야기를 옮겨 다니는 존재.
침묵을 떠돌며,
숲을 함부로 가른 이들에겐 길을 잃게 하고,
돌아온 자에겐 그동안의 진실을 보여준다.
하얀 메아리들은 나뭇결에 스민 모든 비밀과 속삭임까지 온전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이곳은 과거를 숨기지 못한다.
진실은 빛이지만, 눈부신 만큼 잔혹하다.
그 빛을 끝까지 바라본 이들은 드물었고,
그래서 숲을 통과한 자보다 사라진 자가 더 많았다.
여기서는 말을 아껴야 했다.
단 한 마디라도 흘리면, 메아리가 그 숨을 품고
끝없이 이 숲을 떠돌게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