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하늘이 하얀 점을 찍기 시작하면, 불필요한 말들이 멈춰 선다.
눈은 소음을 낮추고 풍경을 정리하며 한 해의 끝자락을 천천히 덮는다.
그 포근한 정적 속에서 우리는
지나온 흔적을 되짚고, 곧 펼쳐질 장면을 조심스레 그려본다.
묵은 마음을 가볍게 털어내며, 새로운 출발을 조용히 예열한다.
완벽해지지 못한 일들,
다 하지 못한 문장들,
오래 미루어둔 감정들.
급히 해결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듯, 겨울의 시간은 느리고 단정하다.
이 계절 한가운데에서, 우리는 부족한 채로 괜찮아진다.
조금 전 읽은 책 속의 문장을 곱씹으며 그녀는 천천히 컵을 씻었다.
남은 케이크 조각을 랩으로 단단히 감싸 두고, 느슨해진 어깨를 가볍게 두드린다.
테이블 위에 흩어진 설탕 가루와 커피 얼룩이
오늘의 속도를 천천히 식히는 동안
창밖의 굵직한 눈발이 도시의 윤곽을 한 줄씩 지워나갔다.
버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 살아낸 한 해였다.
그녀가 지켜낸 또 하나의 오늘이,
작은 루프탑 카페에서 숨을 고르듯 마무리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