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살리려 요리한다

<술꾼들의 모국어> 권여선, 한겨레엔, 2024

by 나는나

나는 요즘 나를 위해 요리한다. 올해 중학생이 된 아들은 소울푸드(soul food)만을 찾고, 몸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라면, 마라탕, 치킨 등을 가까이 하다 보니 내가 만든 음식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덕분에 입맛 까다롭지 않은 남편은 뒤로하고 내 입맛에 맞게 요리한다.
어릴 적 나는 단짠 양념이 된 불고기나 갈비 아니면 고기는 잘 먹지 않았고, 그렇다고 다른 좋아하는 식재료가 딱히 기억나지도 않는 걸 보면, 한마디로 입이 짧은 아이였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는 요리를 즐겨하는 편이 아니었고, 주로 영양가면으로 접근하는 타입이어서, 엄마가 음식 재료의 효능에 대해 설명을 늘어놓기 시작하면 나의 없던 입맛은 돌아오는게 아니라 돌아나가기 일쑤였다. 된장찌게조차 대학들어가 처음 먹어보았다. 나는 ‘된장’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도 싫었지만 그 모양새가 마치 ddong을 연상시켰기에 아예 입에도 대지 않았다. ‘시래기’는 이름과 모양이 딱 쓰레기같았으므로 맛있게 먹는 어른들을 뜨악하게바라보곤 했다. 그런데 지금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시래기된장지짐이’라면 믿겠는가?
음식취향도 사람과 함께 나이가 든다. 아들이 지금은 몸에 좋지도 않은 음식들만 먹으려 들지만 내가 별로 걱정하지 않는 이유다.
『술꾼들의 모국어』를 처음 펼친 순간 너무 맛깔나게 재미있어서 나는 아껴 두고 야금야금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녀가 만들어 먹었던 음식들을 두루 섭렵하여 다 손수 해먹어보고 싶은 열망에 뱃속이 간질간질할 정도였다. 아마 권여선의 엄마같은 사람이 내 엄마였더라면 나도 권여선 못지않은 요리가(?)가 되어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과 부러움이 일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론 그 맛을 내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품을 들여야 하는 것인가 하는 한숨 섞 한탄이 나오기도 했다. 감기여파로 삼 주째 피로감과 무기력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처지라 그런 수고로움을 감당할 자신이 없는 것이다. “공부와 음주의 공통점이 있다면 미리 미리 준비해야 좋은 결과를 얻는다는 것이다. 아니 생각해 보면 세상 모든 일이 그렇다.” (p.118) 이렇게 미리 바지런을 떨고, 열정을 쏟아 부을 힘이 내게는 부족하다.
허나, 내가 하지 않으면 누가 나를 먹일 것인가? 나 아니면 내 입맛에 딱 맞게 해줄 사람도 없기에 오늘 저녁엔 힘을 내어 버섯들깨탕을 끓였다. 표고버섯, 느타리버섯 그리고 팽이버섯을 준비하고, 무와 파를 채 썰어 준비한다. 들기름에 발연점이 높은 아보카도유를 섞어 마늘을 볶고, 썰어놓은 표고버섯, 느타리버섯, 무를 넣어 볶다가 물을 붓고, 해물육수 코인 한알을 넣어 끓인다. 아, 버섯을 볶을 때 국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하면서 볶으면 버섯의 육수를 최대한 끌어낼 수 있다. 마지막에 어슷썬 파와 찢어 놓은 팽이버섯을 넣고, 들깨가루와 찹쌀가루를 살살 풀어 한소끔 끓이면, 걸쭉하고 구수한 버섯들깨탕 완성이다. 체력회복이 더딘 것이 나이 탓인가 아니면 갑상선이 하나밖에 없는 탓인가 하는 어두운 생각들을 했는데, 뜨끈하게 밥을 말아 한그릇 먹고 나니 눈이 말갛게 떠지고 광명을 되찾은 느낌이다. 다행인 것은 요즘엔 검색만 하면 요리법이 다 나오고, 재료도 손쉽게 손가락만 까딱하면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대가 아무리 편리해 졌다해도 나는 아날로그적 삶을 꿈꾼다. 내게 마지막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하나 있다면 시골에 작은 집을 짓고 직접 텃밭을 가꾸며 사는 것이다. 그 텃밭에는 온갖 요리재료들, 즉 가지며 오이, 고추며 상추, 배추, 깻잎 등등이 자라 그때 그 때 싱싱한 것들을 가져다 요리를 해먹으며 건강하게 노후를 보내는 것이다. 그런 전원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체력일진데 지금의 나의 체력으로는 어불성설이다. 아, 신이시여 내게 체력을 주소서, 건강을 허락 하소서! 꿈을 위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 오늘도 나는 나를 위해 요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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