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것을 제공하지 못하는 교육, 학생의 신뢰를 잃는 교육
사이버대학이라는 요상한 교육 시스템을 처음 접하면서 의문이 많이 들었다.
과연 수업은 어떻게 진행될까?
학생과 교수는 어떻게 소통할까?
과제는 어떻게 내줄 것이고 어떻게 제출해야 할까?
시험은 어떻게 쳐야 하나?
수업은 사이버외대가 자체 개발한 것인지 용역을 준 것인지, 자체 강의 시스템을 이용해서 15주 동안 매주 월요일 강의가 올라오고 학생은 2주간의 출석 유효기간에 이 녹화된 수업을 수강하면 출석으로 인정되고 기간이 지난 후 수강하면 지각, 수강하지 않으면 결석으로 처리된다.
매 주차 강의와 함께 강의실 사이트에는 '문의게시판'과 '열린 게시판'을 마련해 두어서 학생들이 질의나 강의 수강 소감을 적을 수 있고 조교나 강사, 또는 교수가 답변을 달아준다. 부지런한 교수는 빠른 시간 안에 답변을 올리는 반면 게으른 교수는 며칠 분량의 문의를 한 번에 몰아서 답변을 한다.
과제는 한 학기에 단 한번 기말에 제출하는 과제가 유일했는데, 세 과목에서 서로 짜 맞추기라도 한 것처럼 과제 내용은 자필로 스페인어 단어나 문장을 서너 페이지 옮겨 써서 사진으로 찍어서 과제방에 기한 내에 업로드하는 것이었다.
시험이 가장 궁금했는데 같은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들이 동일한 시간에 사이버외대 시험 시스템에 접속해서 50분간 객관식 문제와 단답형, 또는 작문을 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긴장해서 준비했는데 생각보다 쉬웠다는 느낌이다. 생각해 보니 문제가 쉬웠다기보다는 내가 이미 시원스쿨에서 기초 과정을 마스터했기 때문인 것 같다.
이런 시험 준비를 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사이버외대의 수업에는 교재가 없다는 것이다. 강의 자료라고 교수가 수업을 하면서 사용한 강의 PPT를 PDF 파일로 올려두어 학생이 출력해서 교재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는데 그건 교재가 아니라 교수의 강의자료여서 시험 준비를 하기에는 여러모로 적절치 않았다.
가령 교수가 수업에서 설명을 하면서 판서를 하려고 문장에서 그날 익힌 부분을 괄호 쳐두고 학생이 생각하게 한 부분이 있는데 그런 부분의 자료에는 빈 괄호만 있어서 정확한 답을 알려면 강의를 다시 돌려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PPT는 한 페이지에 강의 내용의 요약을 큰 글씨로 담고 있어서 이런 자료로 시험 준비나 강의 내용의 복습을 하기에는 어렵고 불편했다.
왜 교재를 사용하지 않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더군다나 외국어 공부에는 새로 외워야 할 단어나 중요한 표현이 담긴 문장이 많아서 교재는 필수적이다. 언어를 가르치는 과목에서 교재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정말 의아한 일이다.
그리고 나를 가장 어이없게 만든 것은 이렇게 만든 강의 자료에는 한주도 빠짐없이 매주 오류가 있다는 것이다. 스페인어는 동사 원형이 인칭과 단복수에 따라 어미가 변하고 강세가 변하기 때문에 철자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학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그 점은 교수들도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었다. 원형에서 인칭별, 단복수별 변화에는 일정한 법칙이 있었는데 가끔씩 이런 법칙을 따르지 않는 불규칙 동사들이 있어서 철자 하나하나는 스페인어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고 당연히 철자를 하나라도 틀리게 쓰면 오답 처리되어 점수를 받지 못했다. 그런데 정작 교수들이 만든 강의 자료에는 한주 동안에도 여러 번 오류가 있었고 게시판에는 이런 오류를 지적하거나 문의하는 학생들의 글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나도 여러 번 자료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는 글을 올렸는데 교수의 답변이 인상적이었다.
"앗! 그렇군요. 수없이 보고 또 봤는데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오타'... "
'수없이' 보고 또 봤다는데 매주 오류는 나오고 있고 중요한 동사 변화에서의 어미에서 나오는 오타는 언어를 지도하는 교수가 '실수'라고 하기에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렇게 자주 오류가 발생하자 나는 새로운 단어가 나오면 더 이상 교재나 교수의 강의를 신뢰할 수가 없어서 인터넷 사전을 찾아서 확인을 해야만 했고 그러다 보면 어김없이 오류가 발견돼서 게시판에 그 내용을 알렸는데 나중에는 하도 여러 번 여러 과목에서 이런 오류들이 발견되니 지칠 지경이었다.
그러던 중 하이라이트는 교수가 강의 중 자료로 띄워둔 강의 자료에 여러 개의 오류가 동시에 보이고 있는데도 교수는 그것을 발견하지도 못한 채 그냥 다음 강의로 넘어가버린 것이다. 나는 공개 게시판에 이런 여러 가지 반복되고 있는 강의 자료 오류를 지적하고 시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 왜냐하면 이들의 답변은 늘 다음 자료에 고치겠다는 것인데 당장 자료를 바르게 고쳐주지 않는다면 학생들은 잘못된 자료로 시험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대답은 변하지 않았다. '다음에' 고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대로 오류투성이인 강의자료를 그대로 올려두었다. 시스템 구조상 수정된 내용을 반영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21세기에 PDF 파일에 올려진 잘못된 문서를 수정하는 일이 그토록 어려운 일인가?
교수가 지도하는 내용을 학생은 무조건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만일 사전이나 교재가 교수의 지도 내용과 다르다면 학생은 당연히 교수의 지도 내용을 믿을 것이다. 교수가 수업 준비를 하면서 가장 최신의 내용과 신뢰할 만한 학문적 소양을 갖추고 있을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사이버외대에서는 그렇지 않다. 강의 내용에 수시로 틀린 내용이 올라오고 이것을 학생이 지적하면 반영하지 않는다. 학생이 예습과 복습을 할 교재는 마련되어 있지 않고 의문이 생기면 사전을 찾아서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시원스쿨은 학생들이 보고 복습하고 혼자서 예습도 할 수 있도록 오류가 전혀 없는 깔끔한 교재를 제공한다. 시원스쿨이 잘하는 것이 아니라 당연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고 이토록 당연한 일을 사이버 외국어 '대학교'에서는 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학생이 오류를 지적하면 다음 학기 교재에 반영을 한다고 하니 학생은 외국어를 공부하면서 잘못된 교재를 갖고 시험 준비를 하고 틀린 단어를 외워야만 한다. 시원스쿨 수강료보다 열 배쯤 많은 등록금을 받고 있는 사이버외대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