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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미 부자 Nov 03. 2023

Moon River

책과 함께

최초의 독서 모임은 무려 정확한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어린 시절이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나, 아버지의 혹독한 교육 방침에 의해 주말까지 영어로 된 그림책 몇 페이지를 읽고 그 내용에 대해 얘기해야 했었다. 동생도 같이 했다. 책에 대한 숙제발표를 하며 주말에 놀지 못하는 고통을 함께 느꼈던 모임이었다.


학창 시절의 독서는 재미를 추구하던 소설과 성적향상을 위한 공부로써의 독서가 주를 이뤘다. 독서 토론의 진정한 필요성을 깨우친 건, 고등학교 교환학생 시절 미국에서 들었던 “영어” 시간이었다.


고전과 문학을 읽으며 작가의 숨은 뜻을 “맞추는” 한국의 문학시간에 대비해 미국의 수업은 단순하고 자유로웠다. 선생님은 학기 중에 다 같이 읽을 책을 나눠준다. 학생들은 매일 일정한 양의 페이지를 읽고, 읽을 내용에 대한 느낀 점을 작성한다. 수업시간에는 각자의 견해에 대해 토론한다. 가령, ‘톰소여의 가출은 정당한가?’와 같은 논점이 나오고, 여기에서 파생된 시대적 배경과 작가의 사상 등이 토론 주제가 되는 형식이다.


하지만, 미국에 막 적응 중인 내게 현지인 수준의 독서 할당량과 영작은 너무도 어려웠고, 사실상 독해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또 다른 독서 모임은 성인이 되어 주관한 타임즈, 이코노미스트 모임이었다. 지정된 기사를 읽고 영어 토론을 하고자 했다. 세 달가량은 성공적으로 진행했던 것 같다. 하지만 갓 직장인들은 바쁜 여가일정에 치이며, 결국 모임은 사교 모임으로 전락하며 자연스레 흩어졌다.


영화를 보고 나면 숨겨진 뜻을 파악하기 위해, 여러 가지 다른 해석들 해보기 위해 일행과 토론을 하기도 한다. 책은 많은 상상력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영화보다 할 얘기가 많다. 빠른 전개 대비 나열할 수 있는 글자의 한계로 생략되는 이야기도 많다. 책에 나오는 장소로 여행을 가면 그 장소가 새롭게 보이기도 한다.


뻔한 관광지로의 여행을 벗어나기 위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엄밀히 보면 비즈니스 서적이지만, 그 나라의, 도시의, 사람들의 특색을 상상해 볼 수 있게 해 준다. 문뜩, 궁금증이 생긴다. 나와 같은 책을 읽은 다른 사람과, 함께 그 장소로 여행을 간다면, 같은 느낌을 받을까?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과 이야기를 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 시작으로 책이란 촉매제를 선택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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