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담화 시간은 사실 힘들어

by 찬놀

회사에서 선배가 밥을 사주신다고 한다. 사실 점심시간에는 수면을 취해야 오후에 일할 힘이 나지만 좋은 마음으로 불러주셨으니 기쁘게 응한다. 사람을 피하는 것은 나의 못된 성향이다.


바삭하게 튀겨진 경양식 돈까스를 소스와 함께 음미하면서 서로의 근황에 대해 묻지만 너무 많이 묻는 것은 실례가 될 수 있으므로 가장 공감대 형성이 쉬운 얘기를 꺼내본다. 회사 사람이니 회사 얘기밖에 없다. 일 얘기를 하면 밥먹다가 체할 수 있으므로 사람 얘기를 한다.

누가 어땠다던지, 뭐라 했다던지, 내가 보기에는 이런 것 같다 하는 얘기들이다. 요즘 A와 B가 술을 먹다가 싸웠다는 얘기를 여기저기서 세 번째 듣는다. 나는 술을 마시면 뇌기능이 고장나는 타입이기 때문에 남들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술 먹고 한 행동에는 범죄가 아닌 한 관대한 편이다. 그런데 알콜에 비교적 강한 자들은 그게 이해가 안 가는 듯하다. 마치 맨정신에 실수를 한 것 처럼 당사자의 인격을 무참하게 까내린다.


그리고 그 참담한 얘기를 도대체 어디서 얼마나 더 들어야 끝나는 걸까. 인터넷에 올라온 몰카를 지워주는 디지털 장의사가 있다는데 소문 장의사도 필요할 지경이다. 이 분들은 정말 그 얘기가 재미있어서 반복하는 걸까, 아니면 그냥 할 말이 없어서 억지로 부풀리는 걸까. 자신이 그런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일은 없다고 확신하는 걸까, 아니면 자신의 치부를 들킬까봐 열심히 남을 먼저 욕보이는 걸까.


어느쪽이든 나에겐 괜시리 민망한 분위기지만 사회생활이라는 걸 위해 어쩔 수 없이 관심있는 척 동조하고 질문까지 하는 내가 혐오스럽게 느껴진다. 나나 그들한테 직접 피해를 준 것도 아닌데. 입이 더러워지는 느낌이 든다. 언젠간 나도 그들의 심판대 위에 세워지는 업보빔을 맞거나, 이미 맞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미안해요, 뒷담화 당사자들. 당신들도 뒤에서 내 욕해서 쌤쌤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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