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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안 XianAn 스님 Apr 11. 2024

한국인들이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미국인 스님의 법문

미국 위산사 영화 선사 대중 법문집 <복 있는 당신께, 다르마 톡>

미국에서 위앙종의 가르침을 펼치고 있는 영화 선사의 법문을 모아서 엮은 <복 있는 당신께, 다르마톡> (영화 스님 저자, 대지 스님, 상욱 스님, 현안 스님, 현공 스님 옮김, 어의운하, 2024)이 출간되었다(나는 여기 역자로 참여했다).


지난 2018년 영화 스님은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당시 나는 출가 전이었고, 당시 내가 우주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분과 내 조국에 함께 방문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설렜다. 그런데 이제 국내에 도량이 둘이나 되고, 한국인으로 구성된 승가 공동체도 있다. 게다가 이번 책은 벌써 그의 국내 4번째 출간이다.

사실 2019년 내가 출가할 때즈음 한국인들은 미국으로 찾아와 영화 스님에게 한국에서 가르치길 청했다. 때마침 코로나가 터졌고, 영화 스님은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다. 당시 그의 유일한 한국인 출가인 제자였던 나는 출가 후 몇 달만에 미국에서 한국으로 보내졌다. 나는 영화 스님의 결정을 무조건 신뢰했다.


그러던 중 한국에서 첫 선칠(좌선 집중 정진기간)을 시작했다. 그해 겨울 20대 아가씨가 찾아왔다. 말이 별로 없던 그녀는 겨울 내내 영화 스님의 법문을 들었고, 다음 해 봄 출가해서 "현공 스님"이 되었다. 그녀는 출가 후 온종일 결가부좌로 앉아 영화 스님의 법문을 녹취번역했다. 그녀는 출가 후 1년 넘도록 영화 스님을 직접 만나지 못했다.


청주 보산사

그후 수행에 목마른 한국인들은 보산사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출가했고, 한국 스님도 더 합류했다. 이쯤 되면 무엇이 한국인들에게 낯선 미국땅에서 온 영화 스님의 가르침을 잘 받아들이게 하는지 궁금해진다. 나를 비롯한 대부분 한국인은 한국 문화와 전통에 대한 대단한 자부심과 애정이 있다. 그런데 어째서 굳이 미국인인 영화 스님을 따르고, 심지어 출가까지 하게 만들까?


사실 영화 스님은 대승불교를 수행하기 때문에, 그의 법문 주제는 한국인에게 매우 익숙하다. <복 있는 당신께, 다르마톡>에서 볼 수 있듯 그는 선 명상, 염불, 사십구재, 윤회, 육바라밀, 인욕, 관세음보살, 신심, 참회, 보시, 자비 등 우리에게 익숙한 주제를 많이 다룬다. 그는 또한 지난 20여 년간 지장경, 약사경, 금강경, 반야심경, 육조단경, 화엄경 등 많은 대승경전을 강설해왔다. 이렇듯 법문 주제는 매우 익숙하지만, 그의 설명하는 방식은 아주 다르다.


영화 스님은 서양식 교육을 받았고, 미국에서 대학교육을 받고, 사회생활을 했다. 그는 너무나 미국적이다. 그래서 그의 법문은 직설적이다. 빙빙 돌려서 말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그의 법문은 매우 자비롭다. 누구든 언제든 그의 법문 중 질문할 수 있다.


미국인은 매우 직설적으로 뭐든 다 묻는다. "와우! 어떻게 저런 질문을 하지?"라고 생각할 것들을 마구 묻는다. 장난스러운 질문부터 낯 뜨거운 질문까지 뭐든 다 묻는다. 일례로 성적인 호기심이 자꾸 든다거나, 한국에선 불법이나 미국 일부에선 합법이며, 마약의 일종인 대마초(마리화나)가 명상보다 낫지 않냐는 등의 질문이다. 


영화 스님의 법문에 자신이 천주교나 기독교인이라면서 반대 의견을 내놓는 경우도 있다. 한국에서는 보통 다들 조용히 듣는 편이고, 질문을 나서서 잘 하지도 않고, 스님들이 설명하는 것에 반대하는 말은 하지 않는 편이지만 미국은 다르다. 미국에서는 법문 중에 사람들이 주저하지 않고 "나는 동의 못해요!"라고 반박하거나, 다시 설명해도 납득이 되지 않으면 "글쎄요. 그래도 나는 아니라고 생각해요"라고 법문 중에 답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화 내는 대신 어떤 질문이든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하여 답해준다. 쇼를 하기 위한, 명성을 위한 답이 아닌, 진실되고 지혜로운,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수행자의 장애와 문제를 진짜로 풀어줄 그런 답을 제공한다. 그는 자비롭지만, 너무 캐주얼하고 대수롭지 않은 듯 말하기에 그 자비로움은 알아차리기도 어렵다.

한국 스님에게 배우지 않는다고, 한국에서 출가하지 않았다며 나를 배신자 취급하고 공격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까지 한국인들에게 영화 스님을 알리려는 이유는 사실 너무나 단순하다. 이런 좋은 가르침을 미국인만 배우게 둘 수 없었다. 예전에 한국 스님들의 훌륭한 가르침은 종교와 무관한게 우리들에게 더 행복하고 선한 사람이 되는 밑거름이 되어왔다. 하지만 지금 세대는 다르다. 종교를 거부하고, 강압적이거나 일방적인 소통을 싫어한다. 


영화 스님은 이제 나이가 70에 가깝다. 그는 미국과 유럽에도 많은 제자들이 있지만, 열정적인 한국 제자들을 위해 매년 한국에 온다. 나는 더 늦기 전에 한국에서 더 많은 이들이 그의 가르침을 통해서 얻고 싶은 것들을 얻길 바란다.

오마이뉴스에 동시 발행합니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2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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