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앙북스의 첫 출간물 《약사유리광여래본원공덕경》
출가 후 한국에 들어와 2021년 3월 1일, 첫 책 《보물산에 갔다 빈손으로 오다》를 출간했습니다. 책이 나오자마자 연합뉴스에서 먼저 출간 소식이 보도되었고, 이어 매일경제와 동아일보에서 청주 보산사까지 직접 찾아와 인터뷰를 진행해 지면으로 소개해주었습니다. 예상보다 빠르게 알려졌습니다. 매일경제 기사가 나가자마자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책으로 돈을 벌려는 것 아니냐, 수행은 하지 않고 다른 데 관심이 많다는 이야기, 또 어떤 사람들은 새로운 ‘풀소유’라면서 거침없이 비난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오히려 그런 반응들 덕분에 책이 더 알려졌는지도 모릅니다.
당시에는 한국에 온 지 오래되지 않았고, 보산사에서 소박하게 수행하며 지내던 때였습니다. 그래서 그런가보다 하고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후로도 우리는 그저 수행을 이어왔고, 그 과정에서 많은 젊은이들이 함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중에는 출가를 선택한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첫 책 이후에는 주로 영화스님의 책을 번역·출간하는 작업을 이어왔습니다. 그러다 후배 스님과 함께 위앙북스를 설립했고, 작년 5월 첫 책으로 《약사유리광여래본원공덕경》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습니다. 만약 인기를 목표로 했다면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다른 주제를 선택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약사경을 첫 책으로 정했습니다.
이러한 대승불교의 가르침에 대해 어떤 이들은 증명할 수 없다는 이유로 부정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 경전을 통해, 멀고 어려운 깨달음의 길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 고통받는 존재를 외면하지 않고 누구라도 돕겠다고 서원하신 약사부처님의 큰 자비에 깊이 감탄했습니다. 당장 필요한 것을 돕겠다는 그 서원은 많은 이들에게 실제로 필요한 위로와 힘이 되어줍니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선명상을 먼저 소개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선명상을 시작해 꾸준히 이어가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약사부처님의 가르침이 널리 전해져, 사람들의 수행을 가로막는 여러 장애를 조금이나마 덜어주기를 바랍니다. 또 약사경을 통해 수행을 이어갈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지고, 혹은 수행을 시작하지 못하더라도 지금의 삶에서 겪는 괴로움이 조금이라도 줄어들기를 바랍니다.
최근 저의 두 번째 책 《미국 스님 한국 표류기》(모과나무)가 출간되었습니다. 여러 일간지에서 출간 소식을 전해주었고, 경향신문, 조선일보, 코리아헤럴드, 아시아투데이 등에서 제 이야기를 기사로 다루어주었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잊고 있던 악플은 여전히 따라옵니다. 출가했으면 산속에서 수행이나 하지 왜 출판을 하느냐, 돈 욕심이 남아 있는 것 아니냐, ‘풀소유’ 아니냐는 식의 반응들입니다.
첫 책이든 이번 책이든, 저는 인세를 따로 받지 않고 책으로 받아왔습니다. 그렇게 받은 책은 주로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학생들이나 젊은 이들에게 건네왔습니다.
만약 돈을 목표로 했다면, 출가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다만 수행을 하며 스스로 겪은 변화를 다른 이들과 나누고 싶었고, 그 과정에서 책이라는 형식을 선택했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같은 반응이 반복되는 것을 보며, 한 사람을 실제 모습이 아니라 미리 정해진 이미지로 판단하는 일이 얼마나 쉽게 이루어지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사실 큰 종단도 아닌 미국 위앙종으로 출가한 스님들도 이제 적지 않습니다. 그중에는 묵묵히 수행을 이어가면서 다른 이들도 수행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포교에 힘을 보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을 생각해보면, 근거 없이 덧씌워지는 이미지가 얼마나 쉽게 사람을 가려버리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저 개인에 대한 평가는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 다만 젊은 나이에 세속적 즐거움과 욕망을 내려놓고 매일 수행에 힘쓰는 이들까지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은 안타깝습니다.
사실 포교도 하지 않고, 책도 쓰지 않으며 조용히 개인 수행만 이어간다면 훨씬 편하고 평화로운 삶을 살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절에 찾아와 괴로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마주할 때, 그들을 진짜로 도울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외면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조용하지 않은 수행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결국 수행은 스스로를 돌아보는 일입니다. 오해가 풀리든 풀리지 않든, 그것 자체가 중요한 문제는 아닐지도 모릅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잘못된 인식과 단정이 어떤 이들에게는 좋은 가르침과 수행을 접할 기회 자체를 막아버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입을 다물고 묵묵히 더 바르게 수행하며 그 길을 이어가는 것뿐일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안타까운 마음이 문득 들어 이 글을 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