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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안 XianAn 스님 Feb 01. 2022

아메리칸 육바라밀 중 지계바라밀

미주현대불교 2022년 2월 호


2022년 2월 호 [현안 스님의 아메리칸 육바라밀] 제2편

지계바라밀 Precepts Paramita


보살행 중 두 번째 바라밀은 지계바라밀(持戒 波羅蜜)입니다. 이것이 부처님의 가장 중요한 가르침 중 하나인 계(戒)와 율(律)입니다. 계란 무엇일까요? 계는 불제자가 따르는 도덕행의 규범입니다. 계는 악을 멈추고 실수로부터 보호해 줍니다. 계를 지키면 어떤 악행도 마구 하려고는 않을 것입니다. 그대신 스스로 바르게 행동하고, 선행을 부처님께 바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불법승 즉 삼보에 귀의하고, 진전을 원하는 재가자라면 오계를 받아야 합니다. 그 다섯 가지 계율은 불살생(不殺生), 불투도(不偸盜), 불사음(不邪婬), 불망어(不妄語), 불음주(不飮酒)입니다.


계율은 우리에게 덕의 명확한 정의를 가르쳐 줍니다. 그러므로 수행을 위해서 계율에 대해서 배우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불교를 지도하는 비구나 비구니라면 계율을 이해해야 합니다. 모든 법사(불법을 지도하는 스님)가 배워야 할 가장 첫 번째가 바로 계율입니다. 옛 사람들은 출가 후 5년간 계율만 익히고 5년이 지나서야 교(敎)도 배우고 선(禪)도 닦았다고 합니다. 계율은 출가자와 재가자 모두에게 수행을 위한 단단한 기반이 되어줍니다.


계율이란 무엇입니까? 계율을 일컬어 “지악방비(止惡防非)”라고 합니다. 이는 악을 멈추고 실수를 막는다는 뜻입니다. 그것이 계율이며, 계율이 있는 이유입니다. 실수를 방지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계율이 얼마나 중요합니까. 그렇게 악행을 멈춰야 합니다. 우리가 계율을 이해하면, 악행하는 것을 알아차리는 즉시 멈추게 해줍니다. 그게 계율의 역할이고, 계율이 있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부분은 실수를 방지하는 것입니다. 계율을 이해하고 알기 때문에 실수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곧 열반에 들려하실 때, 제자 아난다가 4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그 중 하나는 “부처님이 세상에 계실 때 부처님이 우리의 스승이십니다.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후엔 누가 우리의 스승이 될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말하시길, “내가 열반에 든 후, 너희들은 계율을 스승으로 여겨야만 한다.” 그는 출가자 즉 모든 비구와 비구니들에게 계율을 스승으로 여겨야만 한다고 지시하셨습니다.


예를 들어 재가자가 오계를 받고, 그후 총 여덟개의 계율을 받으면 더 앞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사미승에겐 열 가지 계율이 있습니다. 사미계를 받은 후 구족계를 받으면 완전한 출가자가 되는데, 그때 250개의 비구계 또는 348개의 비구니계를 받습니다. 여기엔 열 가지 중대한 계율(십중대계)와 48가지 가벼운 보살계(48경계)가 있습니다. 열 가지 중대한 계율이란 그 중 하나라도 어기면 참회가 불가하기 때문에 중대하다고 부릅니다. 만일 가벼운 계율을 어겼다면, 잘못을 고치고 새롭게 시작하는 게 가능합니다. 계율을 받고자 하는 재가자는 반드시 계율을 출가자에게 청해야 합니다. 계율이 전수될 때, 반드시 비구 스님이 계체(戒體)를 줘야합니다. 부처님의 계율에 따르면 비구니는 계율을 전수할 수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내가 열반에 든 후, 계율을 스승으로 여겨야만 한다”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우리는 계율을 공부해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요즘 재가자나 출가자 모두 계율에 관심이 별로 없습니다. 저도 사실 이 분야에는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선 수행을 하다보니 계율을 받아야만 앞으로 더 빨리 진전할 수 있다고 느낀 후에야 관심이 생겼습니다. 그러다 보니 현시대에는 계율을 제대로 공부하고 이해하는 사람도 별로 없습니다. 그러니 계율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을 찾기도 어렵습니다. 그런걸 말법시대라고 부릅니다.


계율을 배우고 싶어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곳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계율을 가르치려 해도 배우고자 하는 사람도 별로 없습니다. 만일 계율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 계율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게 됩니다. 부처님의 말씀대로 스승이 없는 것입니다. 계율을 이해하지 못하면, 불교 수행에 대한 이해도 매우 막연하며, 부정확해집니다.


선화 상인의 능엄경 강설을 보면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도를 수행하기 원하는 자는 계율을 받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수적이다. 만약 청정한 체를 지킨다면, 당신은 빛나는 진주처럼 아름답다. 당나라 시대 중난산에 살았던 율사 한 분은 계율을 잘 지켰기 때문에 천신이 내려와 음식물을 공양했다. 계율의 덕은 매우 크다. 만일 계율을 받지 않고 불법을 공부한다면, 이는 마치 물이 새는 병과 같다. 계율을 지키는 것은 샐 틈을 막는 것이다. 인간의 몸은 유루가 있다. 그래서 샌다. 만일 오랫동안 계를 지키면 결국 유루가 없어질 것이다.”

그만큼 계율은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계율을 어기면 유루(有漏, outflow)가 생깁니다. 그건 바로 수행에서 진전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합니다. 유루는 말 그대로 샌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컵에 물을 아무리 부어도 물이 줄줄 새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노력해도 컵이 절대 가득찰 수 없습니다. 실제 수행에서도 유루가 있으면, 선을 계속 수행하고, 아무리 최선을 다해서 정진해도, 진전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유루란 무엇인가요? 번뇌일까요? 샌다는 것은 뭔가 잃고 있다는 뜻입니다. 계율을 어기면 심하게 새는 것이 있습니다. 그래서 계율을 배우고, 우선 크게 새는 것을 막는 것부터 배워야 합니다. 크게 새는 것을 막으면 작게 새는 것이 있어도 괜찮습니다. 왜냐하면 여전히 수행에서 진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새는 것은 바로 우리의 기운입니다. 기운이 질질 새나가면 단전에 쌓이는 게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명상할 때, 단전에 기를 쌓아야 합니다. 일단 단전에 기가 쌓이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흘러서 순환하게 됩니다. 작게 새는 것이 있어도 괜찮습니다. 번뇌는 작게 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명상에 집중하는 대신 우리는 망상을 따라갑니다. 그게 번뇌입니다. 그리고 그게 유루입니다. 또는 결가부좌로 앉아 있는데 다리가 아픕니다. 바로 거기에 번뇌가 있습니다. 거의 가득 다 찼는데, 조금만 더 기다리면 꽉 차는데, 다리를 풀어버립니다. 그래서 번뇌가 유루입니다. 그래서 번뇌는 진전을 느리게 합니다.

요즘 세상 사람들은 매우 똑똑하고 아는 게 많습니다. 게다가 아는 것이 많을수록 자랑스럽게 느낍니다. 하지만 더 많이 알수록 교만해집니다. 그게 지식의 본성입니다. 그리고 많이 알면 알수록 정작 중대한 문제는 배우질 못합니다. 아는 건 많은데 자기 자신의 생사의 문제는 고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매일 성공을 위해, 돈을 위해 더 많은 지식을 얻고 싶어합니다. 나이가 들어서 늙고 병들어서도 돈 버는 생각을 멈출 수 없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왜 그렇게 하고 있는지 물으면, “자식에게 남겨줘야지!”라고 말합니다. 돈 버는 것보다 중요하게 다룰 더 큰 문제가 있지 않나요? 뿐만 아니라 절에 가서도 불교에 대한 지식만 더 많이 얻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자꾸 놓칩니다. 가장 중대한 문제는 생사에 대해서 배우는 것입니다. 그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생사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이해해야 합니다. 무언가 배우고자 절에 가지만, 우리의 진정한 목적 즉 궁극적인 목적은 생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서 절대로 교만하면 안됩니다. 불교에 대한 개인적이고 독자적인 이해, 자기 자신이 가진 지혜와 지식이 얼마나 대단하지에 관한 생각이 우리 앞을 가로막습니다. 지식이 많으면 많을수록, 능력이 뛰어날수록 이런게 생사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방해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생각을 없애야만 합니다. 생각을 없애고 정화해야만 깨달음의 길에서 더 앞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불교에서 계율없이 수행한다는 것은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유루가 많이 생긴다는 뜻입니다. 여기에서 제일 위험한 것은 우리가 알아차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 불교에서의 계율은 우리의 유루를 없애거나 줄이기 위해서 고안되었습니다. 우리가 불교 계율을 어기는 한 깨닫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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