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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안 XianAn 스님 Dec 28. 2022

[미쿡의 선과 정토] 화두(話頭)

[미쿡의 선과 정토 이야기(74)]


지난 2018년 봄 저는 영화 스님을 모시고, 다른 여러 제자와 함께 미국에서 한국에 방문을 왔습니다. 출가 전 일입니다. 중국 선종 수행의 정수인 선칠(禪七) 수행을 소개하기 위해서 서울과 제주도를 방문했습니다. 당시에 한국에는 영화 스님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습니다. 광고도 크게 하지 않았는데 신기하게도 꽤 많은 분이 참여했습니다. 그때 영화 스님은 3일 선칠 집중수행 동안 매일 저녁 참선 법문을 해주셨습니다. 원래 선칠은 7일 주기로 구성되어 있고, 보통 여러 번 반복해서 1~2개월간 계속합니다. 게다가 본래 선칠 중에는 법주가 매일 저녁 한 번씩 법문을 합니다. 그때 수행자들은 여러 가지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2018년은 처음 한국에 소개했던 때라서 서울에서 3일, 제주에서 3일 선칠을 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당시 영화 스님은 3일간 매일 오전과 저녁 두 번씩 법문을 하셨습니다.


선칠에 참여한 분들은 유독 화두에 대한 문제와 의문점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대체로 “난 반드시 화두를 해야 한다...”라는 생각을 갖고 질문을 던졌습니다. 영화 스님은 그들에게 “3년 동안 화두를 해서 큰 진척이 없으면 빨리 포기하고 다른 것을 시도해야 한다”라고 설명해줬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두에 질문은 계속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수년간 또는 십여 년간 화두만 수행했다면,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수행하면서 큰 돌파구를 경험했나요? 만약 돌파구를 경험했다면, 그 후에도 계속 다른 돌파구가 있었나요?


만일 그렇지 못했다면, 이제 다른 것을 해봐야 할 때입니다. 영화 스님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진전을 강조했습니다. 여러분이 수행에서 반드시 진전해야만 한다고 강요하는 건 아닙니다. 누구나 참선, 절, 사경, 기도 등으로 안락을 경험하고 기운을 재충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수행하면 자연스럽게 얻는 것입니다. 만일 편안함에 안주하지 않고,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자신의 한계점을 밀어붙인다면 진전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실 한국에서 참선하는 분 중 화두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건 한국뿐 아니라 중국, 대만, 일본, 베트남 등 여러 동양권 국가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화두를 한다”라고 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의 명상을 한다”고 여깁니다. 왜냐하면 불교에서는 화두는 상근기의 수행자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사실입니다. 화두는 상당히 어려운 수행법이기 때문입니다.


화두(話頭)는 대략 말머리라는 뜻이고, 대승의 법문(法門, Dharma door) 중 하나입니다. 중국에선 “화토우”라고 부르고, 일본에서는 “코안”이라고 합니다. 그게 참선 주제입니다. 그리고 화두에 성공해서 그걸 완성하면 깨달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화두법이 인기가 있는 것입니다. 전통적으로 이 법문을 가르칠 때 일주일간 정진한 후 선문답을 합니다. 사부(마스터)가 제자에게 개별적으로 선문답을 하고, 이 과정을 통해서 학생이 성공적으로 수행을 마쳤다는 증명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엔 문제가 있습니다.


여러분이 화두를 하려면 스승이 주제를 줘야 합니다. 그냥 책이나 인터넷, 도반에게서 듣고 스스로 화두를 정해서 하는 게 아닙니다. 스승에게서 화두를 받아서 그 주제를 심사숙고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본래 화두하는 것을 “참화두(參話頭)”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참(參)”이란 그 참선 주제를 “관(觀)” 즉 심사숙고하는 것입니다. 화두를 하면 누구에게 배웠는지 누가 지도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스승이 누군지에 따라서 여러분이 도달할 수 있는 단계도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선 수행하는데 보통 제자가 스승보다 더 높은 단계에 도달할 수 없습니다. 화두 수행에서 스승의 역할은 학생의 기반을 세워주고, 문제가 생겼을 때 방향을 조정하는 것입니다. “내가 근기가 모자라서요”, “게을러서 열심히 못 해서 그래요”, “혼자 열심히 하면 되는 거잖아요”라고 하지 마십시오. 부족하고 열심히 할 수 없는 것도 여러분의 장애일 뿐입니다. 그런 것들을 극복할 수 있도록 보호해주고, 이끌어주는 것이 바로 여러분의 선지식이 해야 할 일입니다. 여러분에게 가장 적합한 수행법이 화두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진정한 선지식이라면 한눈으로 여러분의 문제가 무엇인지, 무엇을 해야 할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화두를 하고 있다면, 하고 있으면서 어떤 게 문제인지, 잘못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명료하지 않다면, 왜 정체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면, 선지식부터 찾아야 합니다.


현안(賢安, XianAn) 스님

2012년부터 영화 선사(永化 禪師)를 스승으로 선과 대승법을 수행했으며, 2015년부터 미국에서 명상을 지도했다. 미국 위산사에서 출가 후 스승의 지침에 따라 한국으로 돌아와 현재 분당 보라선원(寶螺禪院)에서 정진 중이다. 국내 저서로 『보물산에 갔다 빈손으로 오다』(어의운하, 2021)가 있다.


출처 : 불광미디어(http://www.bulkwang.co.kr)


원각경 중


若諸衆生 雖求善友 遇邪見者 未得正悟 是則名爲外道種性 邪師過謬 非衆生咎

약제중생 수구선우 우사견자 미득정오 시칙명위외도종성 사사과류 비중생구

 

만약 모든 중생이 비록 좋은 벗을 구하려고 하나, 삿된 견해를 가진 자를 만난다면, 바른 깨달음은 얻지 못한다. 이것은 곧 이름하여 외도 종성이라고 부른다. 그건 삿된 스승의 허물과 오류이지, 중생의 잘못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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