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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란 Aug 27. 2023

글보다 제목이 중요해?

가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제목보다 나은 글을 찾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멋진 제목에 이끌려 글을 열어보면 실망하는 경우가 더 많다. 안타깝다. 물론 빼어난 글에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기가 막힌 제목을 지은 것도 본적이 많다. 이를 테면 명랑한 은둔자와 같은 책이다. 소유냐 존재냐도 그렇다. 


하지만 좋은 글은 평범한 제목에 더 많이 숨어 있다. 산책, 불안, 고래, 논고 등 그동안 내가 읽었던 정말 좋은 글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툭 내뱉은 것 같은 그런 제목이었다. 그들은 글을 쓰는데 온 힘을 다 쏟고 집중하여 제목을 짓는 것은 아무래도 좋아, 라며 출판사와 편집자에게 맡겨버렸는지도 모른다. 혹은 자신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심지어 '무제'라고 했어도 그들의 글은 널리 읽혔을 것이다.


그러나 제목이 좋아야 읽힌다,라는 명제가 온라인에서는 진리에 가깝다. 글을 쓰는 것만큼 제목에 신경을 쓰게 된다. 검색어에 잘 걸리는 제목, 그런 것도 좋은 제목에 속한다. 그러나 제목과 다른 글에 실망을 자주 반복하다 보면 오히려 멋들어진 제목은 피하게 된다. 담백하고 간결한 제목이 더 끌린달까. 


제목은 대체 무엇일까. 사람에게 비유하면 외모 같은 것일까? 외모와 옷과 차와 같이 겉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쉽게 판단하여 평가할 수 있는 것일까? 사람의 외모를 제목에, 성격과 삶의 경험 같은 본질적인 것을 글에 비유한다면, 우리는 어쩌면 일생 내내 사람의 제목만 보며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글보다 제목이 중요할까? 


어쩌면 그럴 수도 있다. 우리는 제목들만 둥둥 떠다니는 세상을 살고 있다. 모든 글을 읽기에, 모든 사람의 본질을 들여다보기에는 바빠서, 웹 서핑을 하듯 마우스를 모니터에 휘적대며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가만, 그렇다면 글보다 제목이 중요할 수도 있겠다. 그래, 앞으로는 그럴 수도 있겠다.




https://unsplash.com/photos/-9vMBjrU-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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