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스마트폰, AI가 드리운 그림자

by Sherlock Park

90년대에 초등학교를 다녔던 세대라면 다음과 같은 멘트로 시작하는 광고를 한 번쯤 들어봤을 겁니다. “옛날 어린이들은 호환, 마마, 전쟁 등이 가장 무서운 재앙이었으나 현대의 어린이들은 무분별한 불량/불법 비디오를 시청함으로써 비행 청소년이 되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비디오를 보기 위해서는 비디오 대여점에서 테이프를 빌려 와야 했는데요. 청소년용으로 분류된 비디오를 틀면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 짧은 건전 비디오 광고가 먼저 등장했지요. 방금 언급한 멘트가 바로 그 광고의 첫 부분입니다.

그 시절 대부분의 비디오테이프에는 영화 제목이 적힌 스티커가 붙어 있었는데요. 간혹 아무것도 붙어 있지 않은 테이프들도 있었습니다. 그런 테이프들은 비밀리에 이 집, 저 집으로 돌아다니며 때로는 부모님이 계시지 않는 시간대에 여러 학생들 앞에서 상영되기도 했지요. 짐작이 가시죠? 바로 위 광고에서 절대 보면 안 된다고 강조한, 음란물이 담긴 불량비디오였던 겁니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비디오 플레이어도 사라졌고, 비디오 대여점도 문을 닫았습니다. 대신 어른, 아이 할 것 모두가 한 손에 스마트폰을 쥐고 있지요. 이제 유튜브에서 원하는 영상을 마음껏 시청할 수 있고요. 버튼 한 두 번만 누르면 주위 사람과 쉽게 영상을 공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편리함이 오히려 해가 되기도 하는데요. 과거에는 비디오테이프는 복사하는데 시간이 걸렸고요. 그래서 경찰이 테이프를 압수하면 음란 영상물의 확산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콘텐츠가 파일 형태로 존재해 한번 SNS에서 퍼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가 없습니다. 특히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성착취물은 더욱 빠르게 전파되어 피해 규모를 키우지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지금은 본인이 일상에서 찍은 사진이 포르노와 합성되어 성착취물로 둔갑하기도 합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그리고 AI 기술이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해 준 건 사실이지만 과거에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피해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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