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 FC 스타디움 투어에서 발견한 열정
축구는 많은 이들에게 웃음을, 가끔은 눈물을, 본질적으로는 축구 팬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희망과 열정을 주는 선하고 정직한 스포츠이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이 설레는 감정을 느껴봤을 것이다. 그리고 이 감정은 우리가 축구를 계속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된다.
그리고 난 이 설렘을 안필드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리버풀 FC의 득점 하나하나에 모든 스태프들이 기뻐하고 환호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고, 자신이 진심으로 애정하고 사랑하는 팀을 투어리스트들에게 소개해주는 열정 넘치는 투어가이드 까지. 누군가에겐 그저 20파운드짜리 투어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에겐 그 이상을 깨닫게 해 주고 내 삶에 대한 동기를 부여해주는 한 편의 인생 강의가 되었다.
"이 세상에 안필드의 함성 같은 함성은 없으며 나는 그 함성을 사랑한다."
- 스티븐 제라드
이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는 스타디움은 나의 시선을 끄는데 충분했다. 안필드는 머지사이드 주 리버풀에 위치한 리버풀 FC의 홈구장으로, 1884년에 처음 개장했고 그 당시엔 지역 라이벌팀인 에버튼 FC가 1892년까지 사용했었다. 에버튼 FC의 구단주는 구장 임대료를 임의로 매년 높여 구단 재정에 문제를 주는 일을 반복하였고, 구단을 매개체로 이익만을 추구하는 모습에 화가 난 대주주들이 그를 축출시키고 1892년에 구디슨 파크로 경기장을 옮기게 되었고 졸지에 세입자를 잃게 된 구단주 하울딩은 축구 구단을 하나 더 만들게 되었는데 그가 만든 구단이 바로 리버풀 FC이다. 그때부터 리버풀 FC의 홈구장으로 사용되고 있고, 안필드는 고유의 역사를 보유한 채로 크고 작은 구장 개축을 반복하여 지금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안필드의 수용 가능 관중 수는 54,074명으로 잉글랜드 내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규모를 자랑하는 구장이다.
비교할 만큼 많은 구장들을 가보지는 않았지만 이 메가스토어는 소위 말하는 '빅클럽'이라고 불릴만한 규모를 보여줬다. 유니폼들은 물론이며 다양한 스포츠 의류, 머플러, 액세서리, 심지어는 리버풀 FC의 술 까지 있을 정도로 다양했고 그만큼 눈이 즐거웠던 스토어였다.
스타디움 투어 티켓의 가격은 20파운드(약 30,000원)이다.
학생들은 16파운드(약 24,000원)에 구매할 수 있어 학생인 나는 16파운드에 구매했다.
조그마한 패블릿 사이즈의 투어 가이드 디바이스를 제공해주는데 투어 중간중간 이 디바이스를 활용해 구단 관련 영상을 볼 수 있게 되어있다.
6층까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면 안필드의 관중석 가장 높은 곳에 들어갈 수 있는 문이 나온다. 그 이전에 스크린으로 이 구단에 대한 짧은 영상을 보여주는데 꽤 인상적이다. 짤막한 영상이지만 이 구단의 긍지를 보여주는 영상이다.
처음 들어서자마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정말 웅장하고 근사하다는 말 이외엔 다른 수식어가 필요하지 않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실제 경기가 있는 날엔 이 넓은 경기장을 꽉 채운 수 만 명의 서포터들의 열정이 리버풀 FC가 홈경기에서 정말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18-19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당시 리버풀 상대 팀을 응원했던 내게는 저 사진들이 그다지 좋은 기억이 아니지만 가장 최근에 우승했던 챔피언스리그 당시의 사진들은 경기장 이곳저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기자회견시에 종종 보이던 바로 그곳이다. 투어리스트들에게 앉아서 사진을 찍어볼 수 있는 기회도 주었고 꽤나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라커룸 역시 웅장하고 멋있다는 외에는 딱히 수식어가 필요하지 않았다. 깔끔하지만 고급스럽고 정말 전의에 불탈 것만 같은 그런 라커룸.
프리미어리그에서 자주 보던 그곳. 축구팬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여기가 어디인지.
TV 중계에서 매 경기마다 보이는 바로 그 벤치이다. 대부분의 축구팀들은 홈팀 벤치에는 히팅 시스템 즉 흔히 말하는 엉뜨 의자를 제공하고 어웨이 팀들에게는 제공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곳을 마지막으로 공식적인 투어는 끝이 난다. 이후에 경기장 바로 옆에 위치한 박물관을 이용할 수 있고 그곳엔 리버풀의 역사에 대한 내용들 위주로 담겨있는 것 같다.
리버풀 FC의 전설적인 선수들의 흔적과 그들에 관한 글, 리버풀 FC가 따낸 트로피들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의 역사적인 순간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박물관이다.
모든 투어를 마치고 생각했다. 투어를 하는 동안 만났던 구단의 스태프들과 투어가이드 분들의 얼굴은 항상 미소를 띠고 있었고 난 그 미소만으로도 그들이 정말 이 구단을 사랑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신들이 사랑하고 애정 하는 팀을 위해 일하는 모습들은 정말인지 행복해 보였고 그들은 리버풀 FC를 위해 일하는 것에 대해 자긍심과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흔히들 말하는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 끝없는 준비를 하고 노력한다. 12년간의 학창 시절을 보내고 수능을 치러 대학에 진학하여 4년간의 또 다른 교육과정과 끝이 보이지 않는 스펙을 준비한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가 이렇게 목표로 하는 좋은 직업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해서 난 대답할 수 없지만, 적어도 이들에게는 리버풀 FC를 위해 일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직업이 아닐까 싶었다. 본인들이 가장 열정적으로 자긍심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그런 일'이니까. 이들의 열정은 나를 놀라게 했고 정의가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좋은 직업'을 갖겠다고 아등바등 25년을 살아온 나를 다시금 뒤돌아 보게 되었다. 나는 지금껏 죽어있었다. 하지만 이곳의 사람들에게서 살아있음을 느꼈다. 고로 안필드는 살아있다.
언젠가 나도 가슴이 설레는 그런 일을 할 수 있기를.
by 눅눅한 여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