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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도 아일랜드, 당신이 예술가를 꿈꾼다면.

'골웨이'를 기억하다.

by 눅눅한 여행가
골웨이의 시내

아일랜드 하면 어떠한 것이 떠오르는가?

기네스 맥주? 영국 옆 나라? 아이슬란드?


조금 뜬금없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엔 예술가들의 나라라고 생각한다.

아일랜드와 예술을 연관 지어 이야기한다면 분명 의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아일랜드가 왜 예술가들의 나라인지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필자의 MBTI는 현실을 추구하는 ENTJ다. 감성적인 마인드와는 거리가 먼, 공감과 감정이 결여된 철저하게 현실만을 추구하고 집착하는 유형이다. 하지만 한동안 감성에 빠져 여행 작가를 꿈꿨던 때가 있었고 그때부터 글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는데, 그 모든 것은 아일랜드의 '골웨이'로부터 비롯되었다.

'비긴 어게인'이라는 국내 음악 예능 프로그램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첫 번째 시즌은 영국에서 진행되었고, 당시 아일랜드의 골웨이에서 진행했던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그 한 편의 예능 속에서 아일랜드라는 나라가 얼마나 음악에 진심인지를 확신할 수 있었고, 나 역시 그 예능을 계기로 아일랜드에 발을 들였다.


작은 항구도시 골웨이, 이곳을 방문한다면 엔틱 한 펍과 도로변의 가수들이 여러분을 반기고 있을 것이다. 조그마한 항구도시에서 전 세계의 모든 음악이 공존한다면 믿을 것인가? 골웨이는 그런 곳이었다. 한 블록을 걸어가면 올드팝이 나오고, 또 한 블록을 가면 라틴노래가 나오고, 장르불문 다양한 음악이 조그마한 곳에서 공존하고 있다. 하루 종일 길거리의 노래만 듣고 다녀도 따분함이라곤 느껴지지 않는 낡고 바다 내음 나는 신선한 도시였다. 눈에 보이는 아무 펍이나 들어가도 분명 누군가가 공연하고 있을 테니 안주는 따로 필요 없을 것이고, 간단하게 맥주 한 잔만 주문하면 된다. 가만히 노래를 들으며 기네스를 마시다가 숙소로 돌아가면 되는 음악과 현실의 경계 따위 존재하지 않는 그런 동네였다.


골웨이에 푹 빠져 음악과 이틀간의 시간을 보내며 한국의 베토벤이 되고 싶었을 때쯤, 투어를 통해 '모허 절벽'이라는 곳을 갔다. 흔히들 알고 있을 법한 식상한 유형의 단체 투어였으나 전혀 식상하지 않았다. 가는 동안 마주하는 바다와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할 것 같은 웅장한 성, 그리고 거대한 대자연의 끝인 '모허 절벽'은 다시 한번 메마른 나의 심장을 뛰게 했고, 그때쯤부터 책을 한 권 출판해보겠다는 버킷리스트를 조심스레 끄적이며 본격적으로 글을 써보게 되었던 기억이 있고 현재의 나까지 이어져 왔다.


모허 절벽

그렇기에 나는 예술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아일랜드를 꼭 가보길 권해주고 싶다. 맥주와 음악, 그리고 자연 이 세 가지가 마치 하나처럼 공존하고 있는 어떤 영감이 떠오르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그런 곳이니까. 물론 코로나가 2년째 말썽이지만, 분명 세계를 다시 돌아다닐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영국을 가는 김에 아일랜드를 가는 것이 아닌, 아일랜드를 가는 김에 영국을 가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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