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함이 아름다움을 만든다? 중부 토스카나의 불볕더위를 피해 이태리의 가장 북쪽쯤인 휴양도시 코모에 왔다. 아름다운 코모 호수를 끼고 있는 고급진 휴양 도시라는 것만 알고 왔는데, 예상보다 훨씬 아름답다. 이럴 줄 알았으면 며칠 머물러야 했는데 ㅠㅠ 하루 만에 떠나야 한다. 짐을 풀고 동네를 자세히 살펴보니 이 동네, 살기에는 최악이다. 호수를 둘러싼 도로는 교행 힘든 왕복 2차선(1차선과 다름없다. 분명 오토바이용 왕복 2차선이고, 엄청 막힌다), 주택가의 경사 기울기는 30-40도, 경사면에 축대를 쌓고 집을 올리고 올렸다. 골목길은 좁고, 오르막이라 조매만 걸어도 숨이 찬다. 다행히 주택가 도로가 있기는 하지만 엄청 좁고 가팔라서 간 작은 사람은 운전도 못 할 정도. 주차는 뭐 말할 필요가... 하여튼 우리 같으면 안 살았을... 혹은 살았다면 호숫가에 인가 몇 채 있을 동네에 60만이 산다. (로마 때부터 황제와 귀족들의 별장이 있는 동네였다는) 호수의 풍경이야 아름답지만 결국 #코모 란 도시를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것 인간들이 만든 집들과 골목들이다. 포토샵으로 집들을 싹 지우고 나면 그냥 호수다. 이태리에 가장 아름다운 마을 중 하나라는 벨라지오. 호텔 이름에 많이 쓰이는 그 벨라지오가 이 동네 있다. (마카오에 있는 거 아니다!) 그 동네 구경 가려는데 길은 좁고, 구불구불해서 왕복 두 시간이나 걸려서 못 갔다. 아마도 우리 같으면 도로 새끈하게 쫙 냈을 것이다. 관광객이 온다는데 못 할게 뭐가 있겠나! 근데, 오래된 마을은 다르다. 주민들은 자신들이 살아온 환경을 존중한다. 도로는 좁고, 주차는 지옥이지만, 쉽게 바꾸지 않는다. 불편함이 차근차근 모인 마을은 우리 상식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모습이지만, 아름답다. 불편함을 견딜 만큼 시간의 힘이 쌓인 마을이 우리에게도 있었으면 좋겠다 #이태리여행 #코모여행 #매일쓰기 @ Lake of Com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