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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겁나남편 Apr 20. 2018

세계 여행을 떠난 이유

꿈.... 이었기 때문에.

난 20대에 꿈이 없어서 늘 불안했다. 커서 뭐가 되어야 겠다는 목표가 딱히 없어도 되는 걸까? 딱히 뭘 원하고 있는지 잘 몰랐다. 졸업 후 비교적 안정적인 회사에 취업해, 나름 인정받는 직장생활을 했지만 뭔가 늘 허전했다.

어렸을적에는 인디아나 존스 영화를 보면서 모험을 즐기는 탐험가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은 해봤지만 요즘 세상에 탐험가라니...

해외출장 복귀 비행기에서 영화를 뒤적거렸다. 눈에 들어온 영화, 80일간의 세계여행. 잊었던, 기억속 저 멀리 숨겨두었던, 어릴적 세계여행의 꿈이 다시 생각났다. 설레이는 그 감정.. 하지만 이런게 무슨 꿈이야.. 그런 직업도 아닌 소비적인 것이 어떻게 꿈이 될 수 있겠어...

부부싸움을 했다. 7년간 연애를 하는 동안 그리고 결혼해서도 크게 싸워본적 없는 우린, 그날 좀 심하게 다퉜다. 결혼 2년차인 나는 착한 아들과 좋은 남편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 안에는 아들과 남편은 있었지만 정작 “나”는 없었다.

그 다음날 출근길을 잊지 못한다. 밤잠을 설치고 버스를 타러 걸어가는 길 내머리속에 떠오른 것은  “주도적인 삶” 이었다. 서른중반의 나는 내 삶을 살고 있지 못했다. 내가 아끼는 주변 사람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을뿐 정작 나 스스로를 위한적은 별로 없었다. 내가 뭘 원하는지를 찾았던 것이 아니라 뭘 하면 주변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지를 찾았던 것 같다.

그때가 아마도 나에게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 생겨난 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 동안 난 정말 내가 원하는데로 살아본적이 있던가.. 순간 과거에 많은 선택의 기로앞에 주변 눈치를 살피던 어린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날밤 나의 성찰을 아내와 공유했다. 그리고 꿈에 대해 말했다. 그것이 꿈이라 말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난 고백했다. 세계여행이 어렸을적 부터 내 꿈이었다고....내가 나의 꿈을 외면하고 있었다고....

나는 그렇게 서른여덟의 나이에 꿈을 되찾았고, 비록 많은 것을 버렸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 현재 세계여행 중이다.

혹시 만약 스스로 꿈이 없어서, 되고 싶은 것이 없어서 고민이라면, 한번쯤은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다른 사람 눈에 비치는 내 모습이 걱정되어 외면하고 있은건 아닌지 되돌아 보기를 권한다.

그것이 세상에서 정한 직업이 아니더라도, 전혀 생산적이지 않고 소비적인 일이라 하여도, 남들이 비웃을만큼 아주 작은 일이라도 그것은 분명 당신의 꿈이고, 당신이 도전할큼 충분히 가치있는 것이다.

그리고 꿈에 도전하기 위해 많은 것을 버려야 한다고 두려워 하지 않길 바란다. 꿈은 인생의 종착지가 아닌 삶속에 하나의 정거장인 것이다. 설령 그것의 모습이 내가 기대한 것과 다르더라도, 모든 것이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또 다른 새로운 시작이 있으니 용기를 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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