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갤러리 나들이

송광연 작가

by 김도형


(앞선 글 - 지난 2일간의 풍경 - 에 사족처럼 붙어있던 갤러리 그림을 따로 떼어내 보았다. 그렇지 않아도 한 편 글의 길이가 너무 길고 산만하다 싶었는데 분량을 나눠보라는 가까운 지인의 권유가 있었다. 사실 평소에 크게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의 작품을 돌아보면서 작가가 허락한다면 사진과 글로 한 편씩 만들어보고 싶었던 참이다. 이제 이 글이 그 시작이 될 수도 있겠다.)


인사동 메인 거리 1층에 위치한 갤러리만 구경해도 예술적 소양이 순간 업되는 기분이다. 더구나 작가랑 얘기라도 한다 치면 작품 너머까지 이해력이 확장된다. 다음에 들리시면 아무 곳이나 들어가 볼 일이다. 대부분 무료이며 사진도 ok~


뭐라도 물어보면 친절한 설명이 따라온다.


그 귀한 작가와의 일대일 대화!

작가들은 관심과 대화에 목마르다.


대개 전시장에는 작가쪽이나 전시관에 속한 스텝이 한 명 정도 앉아 안내인 역할을 한다. 그런데 운이 좋으면 그 자리에 작가가 직접 앉아있는 것을 볼 수도 다.

작품을 감상하다가 슬쩍 눈치를 보시라. 그러면 풍기는 아우라가 작가인지 단순 관리자인지 대충 감이 온다. 그러나 직접 작가님이냐고 물어보는 방법이 가장 빠르다.


그런데 물어봐서 뭘 어쩌라는 것이냐고요?


작품의 유형을 어느 정도 파악하는 수준이라면 자기의 감상을 피력하며 대화를 시도할 수 있다. 하지만 보통 그렇게 하기에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그냥 다음의 멘트만으로도 작가는 설명할 의욕이 충분히 생긴다. 의자에 가만히 앉아있기만 하는 것도 아주 힘이 드니까.


- 저, 작품들이 참 좋은 것 같네요. 작가님이 혹시 시간 되시면 간단히 설명 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


송광연 여류작가는 세련된 외모에 친절한 미소를 장착한 중견 작가이었다. 둘이 대화를 나누자 다른 여성 관람객도 현재 그림을 그린다고 하면서 전시 상황과 작품의 호수가 얼마인지도 물어왔다.

(1호는 엽서 한 장 크기로 보통 벽에 걸리는 큰 그림은 100호 사이즈이다. 가격은... 대략 2천만 원. 그러면 호당 얼마일까요? 네. 호당 20만 원인 거죠.

가격과 대관료, 화랑과의 관계 등에 대해선 다음 기회에 ~)


송 작가는 팝아트와 전통화에 자개 기법을 모방한 아크릴 그림으로 나비와 연꽃, 모란, 작약 등을 얹었다. 전시 주제는 Butterfly's Dream. 그런데 개별 그림에 대해 특별한 제목들이 없었다. 적혀있는 정보라고는 전시 주제와 아크릴화라는 것과 생성 연도만 나와 있었다. 그래서 그림 사진들을 풀로 꽉 차게 잡아보았다.


문득 장자의 호접몽이 떠올랐다.

작가의 꿈은, 그리고 나비와 꽃을 보시는 당신의 꿈은 무엇일까?...


신윤복의 미인도에서 차용한 듯하다. 조선조 여인들의 가채는 무게가 상당하여 목관절에 무리가 갔다고하니 지금으로치면 경추디스크를 앓았을 법도하다. 목 뒤 잔털까지 섬세하게 묘사했다.
위 그림은 바로 위의 조명이 반사되어 선명하지 않다. 실내에서 육안으로 볼 때는 빛 번짐 현상이 느껴지진 않았다.

멀리서 보면 나비와 연꽃은 영락없이 자개 조각처럼 빛난다. 그러나 알고 보면 섬세하고도 반복적인 붓질의 결과이다. 꽤 시간이 소요되는 작업이라고 작가는 말했다. 그리고 나름 표현 기법의 노하우를 터득해야 한다고 했다.



여왕의 이미지에 푸른 나비와 작약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다.

무료로 가져갈 수 있는 두 장의 엽서엔 대표적인 작품이 인쇄되어 있다. 그리고 뒷면엔 작가의 전시 경력이 나와 있다. 전시 연혁을 살펴보니 이전에는 팝아트 작품들을 다수 작업했음을 알 수 있다. 이제 작품은 기존의 팝아트 위에 우리의 전통 소재를 접목하는 방향으로 흐름을 잡았다.

작가의 상상력은 끊임없이 시대와 교류하며 흘러간다.



너무나 유명한 마릴린 먼로의 초상. 머리 한쪽에 핀처럼 놓인 나비 한 마리가 실을 꿰어 모란을 수놓고 있다.
웬디 워홀의 초상화를 차용했다. 그의 유명 작품인 깡통 스프에 모란을 얹고 주제를 새겨 넣었다. 예술에는 국경이 없으니 이렇게 서울 인사동에까지 희망을 쓰고 나타났다.
해골 이미지는 일견 섬뜩하지만 다루는 이에 따라 심오한 철학을 내포하기도 한다. 현재 신종 코로나의 전 세계적인 전염으로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작가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작품의 소재는 현대 여성으로까지 전개되었다. 혹시 작가 본인이 모델이냐고 물어보니 수줍게 웃으면서 아니란다. 근데 아주 많이 비슷해 보였다. 사실 이 그림은 미처 사진에 담지 못해서 가져온 엽서 그림을 찍어 올린 것이다.


작가는 준비한 작품들로 두 개의 갤러리에서 연속으로 전시를 진행하고 있었다. <갤러리 is, 7.14~7.19>의 전시 후에 곧바로 <아리수 갤러리, 7.21~7.27>에서 그녀의 예술혼을 느껴볼 수 있겠다.


매주 수많은 전국의 예술가들이 칩거한 상태로, 또 가끔씩은 경제적 곤란을 무릅쓰고 서울까지 상경하여 그간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그들의 작품을 구매하며 의욕을 북돋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러나 이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히지만 계획에 없었더라도 선뜻 들어가 감상하며 방명록이라도 남긴다면 작가는 자신의 지난 시간이 부정되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옆 건물 1층 갤러리에는 백자가 단아하게 줄지어 앉아있다. 일명 달항아리. 조선 선비들의 청아함이 고요히 배어 나온다. 사진 왼쪽 남성이 도예작가이시다. 멀리서 보았지만 눈길이 마주치는 순간 장인의 단단한 표정을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아쉽게도 사정상 직접 들어가 자세히 감상하는 시간을 갖지 못했다. 작품도 작품이지만 작품에 대한 작가의 한 마디를 담지 못한 것이 내내 아쉬웠다.




인사동의 진정한 보석은 맛집과 카페가 아니라 예술혼이 반짝이는 미술관과 전시장과 길가의 고미술 자기 파편이다.

그 보석들로 영혼이 순화되던 하루.

그날의 햇빛도 강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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