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모든 것들의 어머니

by 김도형


가난은 소유한 것이 없어 가볍습니다.
부피가 한 손에도 차지 않아 공중을 떠돕니다.
땅 위에도 닿지 않는 가난은 가벼워서 오히려 무거워집니다.
그 가난이 눈발로 날리는 계절입니다.

겨울 가난은 수은처럼 아래로 가라앉습니다.
내려앉은 가난은 한동안 지상에 머뭅니다.
그 가난을 끌어안은 사람들의 생은 하얗게 표백됩니다.


세상에는

가난해서 가난한 사람이 있고

가난하지 않아서 가난한 사람도 있습니다.


가난은 사람을 가리지 않습니다.

가난은 모든 이의 형제자매입니다.

누구에게나 반갑게 인사합니다.


가난은 늘 테이블에 마주 앉아 있습니다.

함께 검은 호밀빵을 뜯기도 하고

성찬을 즐기기도 합니다.

손님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가난은 곁을 떠나지 않습니다.


유일한 벗처럼 가난은 생의 마지막 날까지 따라옵니다.



가짐으로써 결핍을 가릴 수는 없습니다.

가난으로 삶을 벼리지 않으면 결코 시의 화톳불은 피어나지 않습니다.

결핍을 받아들일 때 영혼의 노래는 시작됩니다.


가난은 생의 등대입니다.


보이지 않는 빈 가난은

모든 보이는 충만한 것들의 어머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