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두물머리 가는 길

겨울 강과 이하이

by 김도형


하늘은 흐린 얼굴로 머리를 풀어내렸다.


스피커에선 이하이의 한숨이 흘러나오고
바람은 차창 밖에서 두리번거리다 사라졌다.


강가를 거슬러 올라가면
철새 떼 한 무리가 물결 따라 출렁거렸다.


두 개의 물길 사이로는
늦은 오후가 천천히 걸어갔다.

강기슭의 갈대숲은 강을 아랑곳 않았고
바람은 그 갈대를 하나하나 세워 올렸다.



산책로 흙길은 적당히 질척거렸고
군데군데 흰 눈엔 발자국이 선명했다.

강은 흰 껍질을 뒤집어썼다.
그것은 찬바람과 깊은 밤이 빚어낸 단단한 거품이었다.



옛 철길의 좁은 다리엔 사람이 드물었다.
버티고 선 철기둥엔 검붉은 상처가 가득하고
그 아래 얼음에는 꽃송이처럼 무늬가 피어났다.


다리 한가운데에 서자

강철 바람이 온몸을 쓸어댔다.

바람에 날려 버려야 했는데

더 움켜쥐고만 기억.
그것을 창백한 얼음 위로 던져버려도 좋았다.



하늘에 실핏줄처럼 가지를 뻗은 나무들.

덤불에 깃든 새들의 소란스러움이 커지면

그만 돌아갈 시간이란 표시.

강 위로 옅은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고
되짚어가는 길은 한없이 길게 굽이졌다.



지난 계절을 건너온 마른 잎 하나

마침내 가지를 떠나

새처럼 겨울 강 위로 날아올랐다.




(표지 사진 속 두 인물은 고마운 웅이, 선희 부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