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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불링을 좋아했던 B의 최후 - 1화

누군가를 공개 망신 주길 즐기는 사람이 있었다

도대체 누가 문제일까.


당시 난 D팀의 단체 대화방을 보면서 생각했다.


대화방에서는 실시간으로 문자가 올라오고 있었다.   


수많은 문자가 올라왔지만 내용은 다 비슷했다.


[C팀은 D팀에게 왜 이 일을 주는 거야?]

C팀은 D팀과 일을 분배하면서 일했다.


C팀이 자발적으로 C팀과 D팀이 할 일을 구별한다.


그리고 C팀이 D팀에게 일방적으로 일을 할당하는 식이었다.


쟁점은 ‘일방적’이라는 분배 시스템이었다.


‘일방적’이라는 말은 국어사전에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것’이라고 나와 있다.


서로 균등하지 않은 입장에서 이루어지는 일의 분배.


D팀의 의지가 들어가지 않은 분배 시스템으로 인해, 서서히 D팀 내부에 균열이 나기 시작했다.


균열의 가장 큰 원인은 ‘인식’이었다.


C팀이 일을 나누는 기준은 C팀 자신들의 ‘편의’라고, D팀은 해석했다. 


한 마디로 "C팀이 자신이 번거로운 일을 임의적으로 나눠, 그 일을 D팀에게 넘긴다"라고 D팀은 해석했다. 


진실은 무엇일까?

C팀은 D팀에게 “이 일은 제가 하기 번거로우니까 D팀이 하세요.”라고 한 적이 내가 알기로는 없다.


그리고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C팀은 D팀에게 기본적인 매너를 지키며 일을 할당했다.


기본적인 매너를 지켰다는 말은, 일을 부리듯이 전달하지는 않았다는 의미이다.


사회생활이 다 그렇듯이,  C팀이 속으로 D팀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 알긴 힘들 것이다.


그러나 내가 볼 때는 C팀 사심이 아 상황판단력으로 일을 넘기는 것 같았다.


그리고 사심으로 일을 나눈다고 해도, 그걸 타인이 명확히 알아낼 수 있을까?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는 건 나뿐이었던 것 같다.

이미 D팀은 C팀이 일을 자신들의 편의대로 나누고, 독자적으로 행동한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물론 D팀도 그런 판단을 할시 나름 겪은 정황 정도는 있을 다.


그 정황을 통해 '유추'한 잠정적 결론이 "C팀은 D팀한테 자신들이 하기 번거로운 일을 막 넘긴다."였다.


그러나 그건 말 그대로 정황일 뿐, 여러 가지 가능성을 다 배제하고 오로지 한 가지 결론을 내리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그 실체를 확인하기 힘든 믿음으로 인해, 단체 대화방에서는 종종 난리가 나곤 했다.

특히 그 들썩거리는 비판 혹은 비난의 선봉장에 B가 있었다.


B는 D팀에 있다 E팀으로 이동했었다.


정석대로라면 C팀과 D팀이 함께 있는 대화방에서만큼은 B가 탈퇴해야 맞았다.


더 이상 B가 C팀과 일적으로 엮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뒤에도 C팀과 D팀이 합쳐진 대화방과 D팀의 대화방에 B는 계속 머물렀다.


그리고 C팀과 D팀의 대화방에 외근 일정이 올라올 때마다, B는 D팀 대화방에만 종종 문자를 올렸다.


문자의 내용은 비슷했다.


[C팀은 왜 일을 이렇게 주는 거야?]


그래. 그럴 수 있다. 사회생활이 원래 다 그런 거니까.


또 진실 여부와는 상관없이, D팀 소속이었던 B는 소통 없는 시스템 안에서 충분히 그렇게 느낄 수 있었을 것 같다.


그런데 B는 단지 판단으로만 그치는 게 아니었다.

B는 C팀 중 마음에 안 드는 사람들을 노골적으로 공개 저격하곤 했다. 단체 대화방에서. 그것도 실명으로.


[C팀 누구는 예쁜 얼굴이 오늘따라 못생겨 보인다.]


[C팀 누구는 내가 좋아해 주려고 했더니, 오늘 행동 보니까 마음에 안 들려고 한다.]


B의 문자가 올라오면, 뒤를 이어 그에게 동조하는 다른 일부 동료들의 문자가 이어졌다.


만약 C팀이 D팀에게 인격적인 모독이라도 했다면 비난받을 만한 일이었다.


그러나 C팀은 D팀을 마구잡이 대하지는 않았다.


그러므로 그런 종류의 도덕성 문제는 아니었다.

오히려 도덕성의 문제는 B에게 있었다.


B는 너무 자주 사이버불링을 해댔다.


B는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들을 결코 내버려 두지 않았다.


B는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있으면 가차 없이 대화방에 실명을 올려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B는 그 사람들을 공개처형 식으로 반드시 십자가에 매달았다.


그다음 그는 동료들에게 요구했다.

자신이 매단 그 사람들을 향해 같이 돌을 던져보자고.


대화방에서 B는 심판자 노릇을 자처했다. 그것도 아주 적극적으로. 


그는 끊임없이 "누구는 뭐가 안 좋다."는 문자를 일을 삼아 올렸다

사람들이 자신의 말에 동조하는 반응을 B는 즐겼던 걸까.


악당을 무찌르는 정의의 사도라도 된 듯한 기분을 B는 느꼈던 걸까. 


D팀에 올린 문자를 누군가가 C팀에게 전하지 않을까 불안해면서도 B는 공개 저격을 멈추지 못했다. 아니, 멈추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B의 도발에 반응하지 않는 것이었다.


B의 공개 저격은 남을 함부로 비하하는 내용이 있곤 했다.


나에게는 B의 그런 모습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B는 나에게화살을 돌리곤 했다.


나는 SNS에 가끔씩만 들려보는 편이었다.


그래서 B가 보낸 친구 신청에 곧바로 응답하지 못했던 적이 있다.


어느 날 나는 오랜만에 SNS에 로그인을 하고, B의 친구 신청 메시지를 발견했다.


나는 반가웠다.


메시지를 보자마자 B의 친구 신청을 수락했다.

즐거운 마음을 갖고 SNS를 둘러보는데, 눈에 띄는 메시지 하나를 발견했다.


다른 사람도 훤히 볼 수 있도록 공개적으로 올린 B의 메시지였다.


[오늘따라 누구누구 보고 싶다. 친구 신청을 안 받는 A도 보고 싶다.]


B는 아마 내가 일부러 친구 신청을 안 받는 걸로 오해한 듯했다.


정말 내가 보고 싶어서 저 메시지를 올렸을까.

당연히 그게 아니라는 건 나도 알았다.


메시지를 본 다른 사람들도 나와 비슷하게 느꼈을 것이다.


그 메시지를 본 뒤에도 나는 B에게 별 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난처했다.


내가 메시지를 못 봐서, 결론적으로 친구 신청을 안 받았던 정황이 돼버렸다.


그래도 저렇게 메시지를 올릴 거라면, 그전에 당사자에게 확인 정도는 할 수 있지 않나?


B는 나에게 앞뒤 상황을 묻지도 않고, 나의 입장을 알아서 정리해 공개적인 공간에 실명으로 올려버렸다.

B의 공개 저격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나는 텅 빈 사무실에서 혼자 밤늦게까지 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B가 D팀 대화방에 메시지를 올렸다.


[네가 좀 더 일을 많이 나가야 하지 않을까?]


당시 나는 D팀 외근 일정 분배하는 역할을 담당했었다.


언젠가 나를 비롯해 D팀 팀원들이 회사에 도착하기 전 외근을 나갈 상황이 되어 오전 일정을 조정했었다.


또 특정 일을 하는 내근도 D팀의 일이었다.


그런데 그때 나는 그 특정 일을 모두가 하기 싫어하는 일인 줄 알고, 자처해서 한 적이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나의 착각이었다. 오히려 그 특정 일은 다른 사람들이 더 편하게 생각하는 종류였다)


런 일 외에 가변적인 일정을 분배한 게 다였다.


도대체 어떤 상황을 보고 그러는 것일까?


저 위의 것들은 B가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싶어 일부러 떠올려 본 것들이다. 나는 의도 없이 상황상 일정을 돌릴 뿐이었다.

러나 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방어적인 B의 입장에서는 다르게 느껴지는 듯했다.


B는 내가 일정을 마음대로 휘두르는 걸로 믿고 있었다.


나는 난처했다.


나는 B에게 어떤 황을 보고 그런 판단을 한 건지 구체적으로 말하라고 했다.


B의 답장은 이것이었다.


[아, 그건 잘 모르고. 느낌이 그래서.]


그렇구나. B의 느낌이었다.


관해 대화 한 번 안 해보고, 이제 다른 팀이어서 D 내부 사정을 잘 모름에도 불구하고, B는 느낌상 그렇게 말한 거였다.


내가 밤 10시가 다 되도록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 B는 집에서 대자로 누워서 대화방을 죽 보다가 그냥 '느낌'이 그래서 메시지를 올렸다는 말인가? 아니면, 며칠 동안 고민이라도 했나?


더 큰 문제는 일정에 관해 별 생각이 없던 사람마저 그의 문자 하나로 나를 색안경 끼고 보게 된 것이었다.


누구는 아무 생각이 없다가, B의 문자를 보고 갑자기 자신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어이없게도.

순진한 D팀 사람들은 정말 그렇게 믿었던 걸까?


그 문자 하나로? 나랑 대화도 한 번 안 해보고, 혼자 판단한 B의 주장을?


사실 B가 D팀에 있을 때, 나는 B에게 일을 가장 적게 분배했다.


글쎄, 상황상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건데, 그때 B는 아무런 불평도 하지 않았다.


B는 일을 더 많이 나가게 해달라고 하지도 않았다.


본의 아니게 특혜(?)를 받은 B가 오히려 나를 저격하고 있었다.


신기한 건, 같은 상황도 보는 사람에 따라 다 다르게 느낀다는 거였다.

나는 똑같이 일하고 있는데, 누군가는 "네가 일을 더 나가야 하는 거 아니니?"라고 하고, 누군가는 "너만 일을 독차지하려고, 너무 욕심부리는 거 아니야?"라고 말했다.


같은 상황을 두고, 그들은 서로 상반된 평가를 하고 있었다.


진실은 무엇일까?


진실은 아무것도 없다.


나는 상황에 맞춰 일을 나갔다.


그게 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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