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와서 느끼는 것들.
독일에 와서는 손수 할 수 있는 게 많고 항생제를 먹지 않아도 감기는 나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또 굳이 많은 물건이 필요하지 않고 화장도 시간을 들여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게 되는데 비해, 내가 구독하고 있는 한국에 사는 독일여자들 채널을 보면, 점점 세련되지고 이뻐진다. 그녀들이 지금은 뷰티 관련 영상을 하나씩 올린다. 뭐가 좋고 나쁘고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쁨이 나쁜 건 아니니까! 환경의 영향과 시간의 흐름을 체험한 기분이라 몇글자 남겨봤다.
어제 남편한테 저 영상을 보여줬더니 "이케아에 가서 독일 여자들 보며 놀라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떻게 다 했어?" 라는 반응이었다. 아, 내가 그랬어. 맞어.
이케아에 가면 애 데리고 여자 혼자 가구 사러 온 풍경이 흔하다. 처음엔 나는 정말 놀랐다. 그 여자 분이 상판을 거뜬이 들어 쇼핑카에 싣는 게 아닌가. 그걸 보고 여자애가 지켜보고 있었는데. 나중에 그 여자에도 그렇게 하겠지. 맥주 몇 박스를 끌고 가는 독일 여자들의 풍경도 흔하다. 우리 이웃집 아주머니는 차를 잘 고쳐서 그 차로 중국도 다녀왔다. 난 또 넘 당연하게 아저씨가 운전한 줄로 생각해서, 아줌마가 운전했다는 걸 듣고 엄청 큰 리액션을 했다. 그것 또한 나의 무지에서 나온 리액션이겠지.
참고로 남편은 지금 400키로미터 떨어진 곳에 취직하여 일을 시작했고 나와 롱디중이다. 20만원을 더 내면 이사짐센터 아저씨들이 해체와 조립을 해준다고 했지만, 나는 이런 거 해보고 자존감과 뿌듯함을 느끼고 싶었다. 왜냐면 이케아 브랜딩 서적을 몇 권 읽었는데, 개인적으로 이케아의 매력은 조립과 해체에 참여하며 미운정 고운정 쌓는 거라고 생각하므로. 여자인데 이거도 해! 하는 자랑용이 아니다. 남자든 여자든 흥미있는 것을 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걸로 인해, 저런 거 안 해주는 남편으로 보일 수 있겠다. 남편은 요리를 좋아해서 자주 멋진 요리를 해주는데, 사진을 sns에 올리면 '아내가 솜씨가 좋구나'하는 반응으로 아내인 내가 하지 않았다는 나는 의문의 1패가 생긴다. 밥 잘 안 해준다는 이미지가 생길까봐 나도 걱정했던 때가 잠시 있었다.
-라서, 아내라서, 장남이라서, 아빠라서, 엄마라서, 딸이라서, 큰엄마라서, 언니라서, 남자라서, 여자라서, 한국사람이라서, 독일사람이라서 그런 게 어딨나. 다 같은 사람이다. 그냥 나 자신, 개개인들이 모여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