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경력 단절이 아닌, 파견 근무를 마치고
2025년 3월, 40개월간의 길다면 긴 ‘가정 파견 근무’가 끝났다.
꿈에 그리던 자유가 눈앞에 있었다. 내 손길이 닿지 않는 5시간의 행복이라니. 시원섭섭하다기엔 시원함이 훨씬 큰 폭설이 내리던 삼월의 둘째 날이었다.
나보다 더 나의 자유(?)를 바랐던 주변 지인들이 말했다. “이제 좀 살만하겠네", ”다시 일 알아봐야지?"
그렇다. 나는 사회로 복귀를 해야 하는 경력단절여성이었다. 사회가 나를 그렇게 부르는 게 아니고, 말 그대로 시간의 누적이 온통 아이에게 가 있는 가사노동하는 가정주부이자 한 아이의 엄마였던 40개월의 삶.
텅 빈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 당연히 고민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보다 더 나를 걱정하는 시선들을 가만히 곱씹어 봤다.
지난 40개월은 경력이 멈춘 시간이 아니었다.
내가 선택한 생에 가장 치열하고 고난도였던 ‘특수 파견 근무’였다. 한 인간의 생존을 책임지고, 일 년 간은 다섯 번의 이사를 진두지휘하며, 가족의 상실이라는 거대한 슬픔 속에서도 냉정함을 유지하며 질서를 유지하려 했던 단 1분도 쉬지 못했던 극한의 근무였다.
말하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경력단절에 초점을 맞추면 ‘단절’만이 보이고, 단어가 주는 부정적 뉘앙스에 잠식당하게 된다.
나는 경력 단절된 사람이 아니다. 가정이라는 가장 작고도 위대한 조직을 살리기 위해, 잠시 긴급 현장으로 파견되었던 것뿐이다.
임무를 마친 요원은 본부로 복귀할 때, 지나온 시간을 '공백'이라 부르며 자책하지 않는다. 오히려 현장에서 익힌 위기관리 능력과 멀티태스킹,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삶을 지탱해 내는 단단한 '맷집'을 자산 삼아 더 강력한 프로로 돌아왔다고 자부해야 한다.
비굴하게 복귀를 구걸하지 않으려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기존의 낡은 틀은 버려야 한다. 그리고 긴급 파견 현장에서 40개월간 깎아낸 나만의 ‘삶의 질서’를 가지고 당당히 제 자리를 찾아야 한다.
차림식은 그 복귀를 위한 이야기이다. 어수선하고 혼란한 마음을 잠재우고, 중요한 본질만 남기기 위해 이성적인 시스템을 갖추려 애쓴다.
나를 다시 세우는 명쾌한 시스템, 그 날것의 기록을 시작하려 한다. 파견근무는 끝났다. 이제, 나를 차리는 시간으로 복귀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