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상하도, 역사교육이 과소평가한 문화사

『청명상하도』개관

by 샤를마뉴
『청명상하도』책 표지

책 정보

저자: 톈위빈(田玉彬)

제목: 『청명상하도』

옮긴이: 김주희

출판사: 글항아리

발행 연도: 2024년

쪽수: 253쪽

가격: 19,800원(교보문고 정가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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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개관

중국사를 공부하다 보면, 여러 왕조들의 전성기에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다른 국가에도 저마다의 전성기가 있었지만, '동아시아의 관점에서 볼 때'는 중국의 역사와 문화가 갖는 영향력이 절대적이라고 보는 게 맞겠습니다. 전성기를 맞이한 중국 왕조 속 문화는 '풍요 그리고 여유'라는 인상을 줍니다. 그러한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원인은 다양한 정체성의 민족, 억대 단위의 인구, 그 인구를 뒷받침하는 경제력, 유구한 전통 등 중국 특유의 소프트파워에 있을 겁니다.

중국 문화는 흥미롭고, 역사적인 측면에서 얻어갈 게 분명히 많습니다. 하지만 중국 문화를 역사적인 측면에서 조망하는 기회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중등 역사교육에서의 문화사의 비중은 극히 낮습니다. 고등학교 세계사/동아시아사 교과서에 서술된 중국 문화는 '이름만 나열된 정도'입니다. 그나마 동아시아사 교과서에서는 세계사 교과서보다 문화를 조금 자세히 다루지만, 그마저도 종교(유교, 불교) 쪽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재미가 없습니다.) 대학에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대학에서 개설되는 동양사 수업은 대개 '정치사'를 주로 다룹니다. 대학에서 동아시아 문화를 자세히 배우고 싶다면, 사학과 수업이 아닌 다른 학과 또는 교양 수업을 듣는 게 바람직합니다. 필자는 교양 수업으로 <동양미술사>를 들어봤는데 정말 재미없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쩌면 동양사의 딱딱한 이미지는 문화사의 참맛을 교육에서 알려주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송나라(960~1279) 지도 [출처: http://contents.nahf.or.kr/id/NAHF.edeao.d_0003_0010_0010]
청명상하도 전권(全卷)의 모습(책의 pp.14-15.)

중국 문화사 교육에 대한 아쉬움을 갖고 있던 필자에게 『청명상하도』라는 책은 매우 반갑게 다가왔습니다. 이 책이 반가웠던 이유가 두 가지 있습니다.

그간 청명상하도를 이름만 알고 있었던 게 첫 번째 이유입니다. 필자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알고 있었던 청명상하도는 그저 '북송 대의 장택단이 수도 카이펑의 번화한 모습을 그린 그림'이라는 교과서적 개념이 전부였습니다. 2015 개정 교육과정 기준 세계사 교과서 4종 모두에는 청명상하도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험생 입장에서 청명상하도는 기본으로 외워야 할 개념인데, 정작 왜 외울 정도로 중요한지는 몰랐습니다. 대학에 와서도 모르다가, 읽을 책을 고르던 중 이 책이 눈에 확 들어오더군요. 역사교육에서 말해주지 않았던 청명상하도의 구체적인 모습을 알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가지며 바로 구매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이 책이 바로 필자가 바랐던 '역사적인 측면에서 조망하는 중국 문화'와 걸맞았기 때문입니다. 역사를 전공하는 사람 입장에서 문화사를 접하는 최적의 방법은 '문화사가 실제 역사와 어떤 연관이 있는가?'를 찾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흔히 사학과의 전공기초 수업 이름에 주로 사용하곤 하는 '~의 역사와 문화'라는 의미와도 착 들어맞습니다. 현실은 역사만 다루다가 끝납니다. 문화를 역사적인 측면에서 자세히 다루는 분야는 대표적으로 고고학, 박물관학, 미술사학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분야의 수업도 사학과에서 잘 개설되지 않는 형편이며, 그 분야에 대한 관심이 없으면 내용을 이해하기도, 흥미를 느끼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 책은 그 두 가지 문제점을 딱 잡아줬습니다. 청명상하도에 대한 미술사적 해석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면서, '그 외에 궁금한 것들'이라는 목차에서 청명상하도와 실제 중국 역사와의 연관성을 관련 사료를 풍부하게 제시해 풀어냈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사실은 청명상하도가 명청대에 모사되고, 여러 왕조(금, 원, 명)의 사람들이 쓴 발문(그림에 대한 감상, 평론)이 남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와 관련한 실제 자료를 보았을 때 역사 전공자에게는 쾌감이 유독 컸습니다. 이래서 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에서도 다뤄졌나 봅니다.

이 책의 특전(?)이라면, 청명상하도의 전체 모습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위의 사진 말고도, 책을 처음 펼치면 팜플렛처럼 접힌 청명상하도 전체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펼쳐보면 꽤 깁니다. 긴 화폭에 세밀한 풍경을 담아낸 장택단의 대단함을 새삼 느꼈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는 고화질의 청명상하도 전체 모습 사진이, 필자가 여러 번 찾아봤는데도 없었습니다. 있어도 저화질입니다. 그런 점에서 책의 가격이 조금 비싸도 용납이 됩니다. 팜플렛 형태의 청명상하도 전체 그림에는 1~36까지 숫자가 기재되어 있는데, 그 숫자가 바로 책의 본문에서 미술사적 해석의 대상이 됩니다. 이어지는 세부 내용 소개에서는 독자 여러분과 함께 청명상하도를 감상하고, 필자가 큰 흥미를 느꼈던 청명상하도와 실제 중국 역사의 연관성을 짚어보겠습니다.

책에 수록된 팜플렛 형태의 청명상하도 전체 그림에 기재된 숫자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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