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史』개관
책 정보
저자: 후루타 모토오(古田元夫, 現 베트남 일월대학 총장 및 도쿄대학 명예교수)
제목: 『동남아시아史』
옮긴이: 장원철
출판사: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AK)
발행 연도: 2022년
쪽수: 545쪽
가격: 17,820원(교보문고 정가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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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개관
역사는 중요도를 따질 대상이 아닙니다. 어느 나라이건, 어느 민족이건 각자 소중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모든 역사를 다 알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살면서 연이 한 번이라도 닿을지 모르는 국가/문화권의 역사에 대한 관심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역사는 본질적으로 중요도를 기준으로 구분하는 대상이 아니지만, 현실적으로는 중요도를 따지게 됩니다. 이렇듯 역사는 선별적 특성이 있으며, 역사교육에도 그 특성이 그대로 전이됩니다.
역사교육에서의 선별은 신중해야 합니다. 그것이 피교육자의 역사 인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역사교육은 시험이라는 틀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러니 학생의 입장에서 역사적 개념을 받아들이는 기준은 '시험 출제 여부'가 됩니다. 거기서 더 세분화하면, '교과서에 자세히 서술된 역사 = 시험에 나오므로 중요', '교과서에 간략히 서술된 역사 = 시험에 잘 안 나오므로 중요하지 않음'이 됩니다. 사실 역사는 시험에서 자주 다뤄지느냐의 여부로 중요도를 구분하면 안 되지만, 현실이 그러합니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문제인 게 있습니다. 교과서 서술에서 아예 배제된 역사에 대한 학습자의 인식이 바로 그것입니다. 알 필요가 없는 것으로 여기지 않을까요?
'제3세계'라 불리는 권역의 역사가 역사교육에서 배제된 역사입니다. 제도권 역사교육에서는 제3세계의 역사를 자세히 만나볼 기회가 없습니다. 우리나라에게 그나마 지리적, 문화적으로 가까운 제3세계가 동남아시아일 겁니다. 여러분도 한 번쯤은 동남아시아가 어떤 공간인지, 동남아시아만의 독특성은 어떻게 생겨났는지와 같은 궁금증을 가졌을 거라 생각합니다. 다만, 궁금증이 해소로 이어지지는 못했을 겁니다.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제3세계의 역사와 문화는 교육적 배제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교육적 배제는 차별을 내면화하는 영향을 불러오기도 합니다. 역사교육에서 '중요히 다루는' 역사는 곧 그 역사와 관련된 국가, 문화의 중요성을 가늠하는 척도가 됩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역사교육에서 어떤 역사를 중요하게 다루지 않으면 그 역사와 관련된 국가, 문화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위험성도 도사립니다. 솔직해집시다. 우리나라가 제3세계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겠습니까? 인간 그리고 사회 특성상 내 위를 보려고 하지, 내 아래를 보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역사교육도 그 사회적 인식에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실정입니다.
역사교육에 대한 문제의식 제기로 서론을 떼봤습니다. 이 과정이 있어야 독자 여러분이 『동남아시아史』라는 책을 '생뚱맞은 책'이 아니라 '한 번쯤 알아볼 만한 책'으로 받아들일 거라 판단했습니다. 이 책은 동남아시아 통사 책으로,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모든 시대의 역사를 담았습니다. 서술 방식은 '어떤 시대'를 대주제로 삼은 뒤 그 시대 동남아시아 각국의 역사를 살펴보는 방식입니다. 저자는 또한 연구사 및 책 내용 이해에 필요한 지식을 각주로 풍부하게 정리하여 역사 이해의 세밀성, 학술성 또한 챙겼습니다. 동남아시아 역사를 주제로 하면서 구성이 튼튼한 책은 국내에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이런 책의 존재는 작금의 역사교육에 대한 문제의식을 더 선명히 해주는 데에도 탁월하죠.
책의 내용을 모두 세밀히 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동남아시아 각국의 역사가 보여주는 시대적인 상 그리고 동아시아 및 세계사와의 연결성입니다. 베트남 역사는 중국과의 연관성이 깊으며, 도서 지역(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의 역사는 근대 이후 서양 국가의 활동 무대가 되었습니다. 제국주의 시대에는 대다수의 동남아시아 국가가 식민지배를 겪었으며, 제2차 세계 대전 시기에는 일본의 영향력 아래에 들어옵니다. 동남아시아 고유의 민족성이 발현한 건 얼마 되지 않은 일입니다. 이렇듯 동남아시아 역사는 동아시아 및 세계사 모두와 연계되는 교차점 역할을 합니다. 그럼에도 제도권 역사교육에서는 여러 현실적 이유로 배제되어 왔습니다. 역사의 인과관계를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퍼즐 조각으로 작용하는데도 말입니다. 세부 내용 소개에서는 '동남아시아 역사가 동아시아 및 세계사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가?'라는 논제를 중심으로 전근대, 근현대를 각각 살펴보며, 우리가 몰랐던 역사 퍼즐 조각을 맞춰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