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정제, 권력의 본질을 말하다

『옹정제』세부 내용 소개

by 샤를마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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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 내용 소개

권력은 인간 사회를 구성하는 데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입니다.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습니다. 권력을 기준으로 인간 집단을 분류하면, '권력을 쥔 사람'과 '권력에 의한 지배를 받는 사람'만 있을 뿐입니다. 권력자 : 피권력자라는 이분법적 구도는 앞으로도 깨지지 않을 법칙일 것입니다. 그 구도는 사회, 국가, 세계와 같은 '큰 집합체'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인간 사회의 내력을 담은 역사에도 권력의 냄새가 묻어 있습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라는 유명한 말이 그 사실을 대변하죠. 이처럼 권력은 인간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치며, 보편적이고 영속적인 힘을 함축하는 단어입니다.

권력 자체는 때묻지 않습니다. 권력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건, 권력자의 '때묻은 행태'를 피권력자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분명히 세상이 잘 굴러가려면, 권력이 필요하긴 합니다. 그런데 수많은 사람에게 전부 권력을 줄 수는 없죠. 그래서 소수의 선택받은 사람 혹은 능력 있는 사람이 권력을 위임받아 행사하는 것으로 '합의'했습니다. 전근대의 황제 또는 국왕, 오늘날의 대통령 또는 총리가 그 예시입니다. 피권력자의 위치에 있다가 권력자가 된 순간에는 '겸손한 태도'를 보이지만, 이내 타락합니다. 불완전한 인간은 권력의 힘에 심취해, 그것이 제 것인 줄 알기 때문입니다. 권력자의 때묻은 행태가 극에 달할 때, 권력은 자정 작용을 합니다. 그렇게 타락한 권력자의 몰락, 새로운 권력자의 대두라는 과정이 반복됩니다. 결국 권력은 순수하지만, 인간의 손길을 타게 되면 더러워지는 셈입니다.

권력의 특성에 대해 먼저 얘기한 이유는 『옹정제』를 집필한 저자의 뜻을 알려주기 위해서였습니다. 저자는 이 책 서문에서 '온통 중국에서 일어날 만한 일들만 기술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면 나의 의도는 완전히 실패로 끝났다고 봐도 좋을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책의 p.26). 일종의 반어법이죠. 그 말의 숨겨진 메시지는 '이 책에는 중국에서 일어날 만한 일들만 기술하지 않았다.'일 것입니다.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의도가 드러나는 문장이 곳곳에 숨어있습니다. 그 문장들에 유의하며, 옹정제가 누구이고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내용을 읽다보면 얻게 되는 깨달음이 있습니다. 그 깨달음이 무엇인지 몇 가지 사례로 알아보겠습니다.

청 왕조 계보(책의 p.42)

권력욕이 있는 사람의 첫걸음은 대개 '겸손'입니다. 겸손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하나로 귀결됩니다. 당장 권력을 쥘 수 없기 때문입니다. 몸을 사리면서 권력 기반을 차근차근 다지다가, 기회가 오면 최고 권력을 획득하는 사례는 수없이 많습니다. 필자가 글을 쓰면서 생각나는 사례는 흥선대원군(興宣大院君, 이하응, 18 21~1898)입니다. 그는 세도 정치 시기(순조~철종 대)에는 '바보 왕족' 행세를 하다가, 아들 고종이 즉위하면서 순식간에 조선을 호령하는 섭정이 되었습니다. 권력은 치밀해야 가질 수 있습니다. 설령 미리 정해진 권력 계승자가 있더라도, 그보다 더 준비된 사람이 있다면 역전극이 펼쳐지기도 합니다.

옹정제도 겸손하되, 치밀한 태도로 권력 계승의 역전극을 연출한 인물입니다. 본래 강희제는 이아거(황2자, 둘째 아들)를 황태자로 지명했습니다. 그런데 그 황태자는 벌써부터 황제가 된 것마냥, 자신의 세력 기반을 구축해 강희제에 위협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다른 황자까지 황태자의 일에 관여했습니다. 이에 강희제는 황태자를 폐위했고, 죽을 때까지 새로운 황태자를 지명하지 않았습니다. 황자들은 황태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반목했습니다. 강희제는 청의 전성기를 열어젖힌 대업을 이뤘지만, 순탄하게 황태자를 지명하는 '왕조의 미래를 결정하는 대업'을 이루는 데에는 실패했다고 봐도 좋을 것입니다. 속앓이를 하던 강희제에게 당시 황4자였던 옹정제는 '속을 썩이지 않는 고마운 존재'였습니다. 황제가 되고 싶다는 야망을 숨긴 채 겸손했던 옹정제는 마침내 강희제의 뒤를 이었습니다.

정대광명(正大光明)이라는 현판이 걸린 자금성의 건청궁(왼쪽)과 차기 황제가 될 사람을 적은 밀지(오른쪽). 정대광명 현판 뒤에 밀지를 넣은 상자가 있었다(책의 pp.16-17).

옹정제는 강희제 대의 황위 계승 분쟁을 교훈으로 삼아, 권력의 수중이 황제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는 걸 방지했습니다. 그것을 잘 보여주는 게 태자밀건법(太子密建法)입니다. 그는 생전에 황태자를 공개적으로 지명하지 않고, 밀지를 적어둬 건청궁의 정대광명 현판에 보관했습니다. 그 밀지는 차기 황제는 누가 될 것인지를 적어둔 '1급 기밀'이었습니다.

권력의 관점에서 태자밀건법을 해석해봅시다. 황태자를 공개적으로 지명하는 행위는 '먹잇감'을 알려주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먹잇감을 두고 싸우려는 무리가 생기겠죠. 그래서 황제는 싸움을 방지하기 위해 먹잇감을 감춰야 합니다. 여기에 더해, 옹정제는 차기 황제를 정해두었더라도 행실이 나쁘면 후보자를 바꿀 수 있다는 언급까지 했습니다(책의 p.69). 그 말의 숨겨진 메시지는 '차기 황제가 되고 싶거든, 내가 죽을 때까지 행실을 똑바로 하고, 충성하라.'이겠죠. '황제와 황자는 기본적으로 부모 - 자식의 관계인데, 마치 직장 관계처럼 너무 공적으로 대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권력 앞에서는 부모 - 자식의 '사적인 친분 관계'는 무시될 수도 있습니다. 저자는 책 곳곳에 그 메시지를 흩뿌려 놓았습니다.

(1) 군주 독재체제하에서는 황태자도 일개 신하에 지나지 않는다. 다만 황제가 될 후보자 정도인 셈이먀, 따지고 보면 더부살이 신분이므로 정치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 - 책의 p.37

(2) 중국식 독재황제에게는 형제도 없다. 관념적으로는 있을지 모르지만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황제 앞에 나서는 순간 형제라도 모두 신하로 변해 버리는 것이다. - 책의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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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가 절대권을 확립하려면, 황자뿐만 아니라 관료 집단도 확실하게 휘어잡아야 됩니다. 옹정제가 관료 집단을 휘어잡는 방식은 '공포 정치'를 연상케 합니다. 그는 워커홀릭 기질이 있었습니다. 관료는 그런 사람을 황제로 모셔야 했습니다. 그런 사람 밑에서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질책을 받고 파면될 것이 분명하니 버겁게 느껴지겠죠. 개관글에서 얘기한 『옹정주비유지』는 사소한 문제까지 황제가 직접 챙기고, 관료 개개인의 고과를 가늠하는 옹정제의 비책이었습니다. 옹정제는 공적인, 그렇기에 왜곡될 수 있는 업무 보고를 온전히 믿지 않고, 사적인, 그렇기에 솔직할 확률이 높은 업무 보고까지 듣고 싶어했습니다. 독재 권력은 사람에 대한 의심을 낳습니다. 의심을 해소하려면, 독재자가 직접 모든 현안을 처리해야 됩니다. 독재자 치하의 관료는 열심히 일하는 것에 더해 솔직하게 처신해야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관료 집단이 황제 권력에 고개를 숙이게 되는 겁니다.

<『옹정주비유지』에 나타난 옹정제의 답변 중 일부>
(1) 칭찬
"경의 보고는 꽤 길기는 하지만 변명할 필요는 없다. 아무리 길어도 이처럼 유익한 보고라면 읽는 것이 즐거워서 피로를 잊어버린다."
"짐의 병을 걱정하여 정양하라고 권하는 뜻은 고맙기 그지없다. 그러나 건강은 양생의 문제이지 일하는 것과는 상관이 없다. 짐은 그런 의미에서 양생하고 있으므로 걱정하지 말라."

(2) 질책
"이렇게 하찮은 것만 보고하는 걸 보니, 반드시 보고해야 할 중대한 사안을 감추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바보는 고칠 수 없다(不愚不移)는 말은 바로 너를 두고 하는 말이다."
"금수라도 너보다는 낫다."
"목석처럼 무감각해서 인간이라고 생각할 수조차 없는 녀석이다."

- 위의 책, pp.123-124, 126-127.

그렇다면 옹정제식 통치는 오래 유지되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옹정제의 재위 기간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13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13년도 길지 않나?'라고 생각한다면, 강희제와 건륭제의 재위 기간과 비교해보면 됩니다. 강희제는 61년, 건륭제는 60년을 황제로 재위했습니다. 옹정제식 통치는 오래 유지되기 힘들었습니다. 저자는 13년이 그 통치 체제가 유지될 수 있는 '최대 기간'이라고 평가했습니다(책의 p.201). 그 이상이라면, 관료 집단의 불만이 폭발했을 겁니다. 제아무리 유능하고 배울 점이 많은 상사라도, 혹독하게 일을 시키면 부하 입장에서는 지칠 수밖에 없습니다. 옹정제식 통치는 국정이 엄격하고 공정하게 처리되어 민중에게 널리 이로웠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그 통치를 감당해낼 사람은 옹정제말곤 없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결국 옹정제가 죽은 뒤, 건륭제 대에는 강희제 대처럼 '관대한 정치'로 돌아갔습니다.

다시 책의 서문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옹정제 대의 역사 이야기는 중국에서 일어날 만한 일에 불과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어디서든 일어날 만할 일입니다. 옛날의 황위 계승 분쟁은 오늘날의 재벌(기업) 가문의 상속 분쟁 등으로 비화되었고, 권력자 : 피권력자의 구도에서 나타나는 특유의 긴장감은 회사에서도 흔히 연출되는 분위기입니다. 『옹정제』는 권력의 본질을 설명한 책이며, 옹정제 대의 역사 이야기는 그저 한 사례일 뿐입니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더 와닿을 구절은 '독재제를 신뢰하게 된 민중은 독재제가 아니면 다스려질 수 없도록 틀지워지는 것' 같습니다(책의 p.213). 박정희 대통령이 떠오르지 않습니까? 독재자였지만 성과 또한 뚜렷해 지금도 어른들의 기억에서 소환되는 인물입니다. 문득 '권력이 무엇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면, 이 책이 통쾌하게 답변해줄 것입니다. 그 후 다른 독재자의 사례를 더 살펴보면 금상첨화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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