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흑(厚黑)의 황제, 옹정제

『옹정제』개관

by 샤를마뉴
『옹정제』책 표지

책 정보

저자: 미야자키 이치사다(宮崎市定)

제목: 『옹정제』

옮긴이: 차혜원

출판사: 이산

발행 연도: 2001년

쪽수: 232쪽

가격: 9,000원(교보문고 정가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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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개관

모든 명군이 '유명인'은 아닙니다. 인격적으로 결함이 없고, 정치력을 탁월하게 발휘하더라도 '눈에 띄는 업적'을 세우지 않으면, 역사에서는 '소리 없는 명군'으로 남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책 제목에서 그대로 나타난 옹정제도 그 경우입니다. 청(후금)의 5대 황제인 옹정제는 제국의 전성기를 대표하는 두 황제인 강희제(4대 황제)와 건륭제(6대 황제) 사이에 끼여 있어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은 인물입니다. 청의 전성기를 표현하는 용어를 '강옹건성세'가 아닌 '강건성세(康乾盛世)'로 부르는 게, 옹정제의 인지도가 어떠한가를 잘 보여줍니다. 그가 무능한 군주여서 강희제와 건륭제의 그림자에 가려진 것이 아닙니다. 눈에 띄는 업적, 즉 청의 위력을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행위(예컨대 정벌)를 보여주지 않아서입니다.

옹정제.png 옹정제(雍正帝, 1678~1735, 재위 기간 1722~1735)

옹정제는 오히려 폭군으로 비춰졌습니다. 초상화에서 보듯이, 그의 인상은 냉혹합니다. 사람의 인상이 냉혹하다면, '이 사람은 쉽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은 자연히 들겠죠? 가벼운 얘기가 아닌 게, 옹정제의 냉혹한 인상은 세간에서의 인식이 좋지 않은 요인으로 일정 부분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그가 황제에 즉위한 뒤 다른 황자를 숙청하고, '워커홀릭' 기질로 관료들을 엄격히 통제했다는 사실은 '냉혈한'이라는 이미지를 더 확고히 하기 좋았습니다. 분명히 그가 모두에게 자애로운 사람은 아닙니다.

'무뚝뚝한 아버지'를 떠올려봅시다. 평소에 표현을 안 하니, 자녀 입장에서는 '아버지는 차가워. 정말 사랑하는 게 맞나?'라고 투정을 부릴 만하죠. 하지만 철들면 그런 아버지의 진심을 알게 됩니다. 비록 낯간지러워서 자녀에게 솔직한 표현은 안 했을지라도, 가장으로서 궂은 고생을 감수하며 집안을 떠받들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옹정제의 입장이 어떠했는가를 대변하기 위해 '무뚝뚝한 아버지'로써 예시를 들어봤습니다. 그는 왕조의 미래를 좌우하는 황제의 자리에 있었습니다. 게다가 아버지 강희제는 60년간 재위하며 청의 전성기를 열었기 때문에, 아버지를 잇는 아들로서 그 번영의 유산을 유지해야 된다는 책임감도 뒤따랐습니다. 그러니 열심히 일해야 됐고, 사사로운 정에 이끌려서는 안 됐습니다. 옹정제는 개인적으로 '냉혹하다'라는 평가를 받더라도, 국가의 안녕을 위한 '엄정한 통치'를 더 중시했던 것입니다.

e16ad3356d445feec9de6c71f842e8a91a81c8be 서양식 복장을 입은 옹정제 [출처: https://m.cafe.daum.net/hanryulove/KTAr/233654?listURI=%2Fhanryulove%2FKTAr]
%E7%A1%83%E6%89%B9%E5%A5%8F%E6%91%BA_-_National_Palace_Museum.jpg 옹정제가 관료 개개인과 사적으로 연락한 기록인 『옹정주비유지(雍正硃批諭旨)』, 붉은 먹의 글씨는 옹정제가 쓴 답변이다.

『옹정제』를 읽어야겠다고 생각한다면, 인터넷에서 옹정제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보고 호기심이 생긴 게 원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필자도 그러한 경로로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원래 필자는 옹정제가 청의 황제였다는 사실만 알고, 그에 대해 더 알려는 관심조차 없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인터넷에서 서양식 복장을 입고 코스프레를 하는 그의 초상화, 『옹정주비유지』에 관한 일화를 보고 '독특한 황제'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옹정제 개인의 면모(서양식 복장 코스프레)와 권력의 작동 방식(『옹정주비유지』)에 흥미와 호기심을 느낀 것이죠. 그래서 인터넷의 가벼운 정보를 넘어 책의 무게 있는 정보를 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옹정제』라는 책을 알아냈습니다.

책의 저자 역시 옹정제에 대해 큰 흥미를 느꼈다고 고백합니다. 옮긴이의 말에서는 저자가 옹정제를 어떻게 연구하게 됐고, 학계와 대중에 널리 소개한 과정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저자는 청대사 연구를 위해 『옹정주비유지』를 읽던 중 '참을 수 없는 재미'를 느껴 곧바로 『옹정제』를 집필했다고 합니다(책의 pp.222-223). 필자도 그랬고 여러분도 이 책을 읽어보면, 저자가 왜 그렇게 큰 재미를 느꼈는지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재미를 불러일으키는 원인은 무엇일까요? 필자가 조심스레 추측하자면, 옹정제 개인의 면모와 권력의 작동 방식을 아울러 볼 때 생기는 '의외의 지점'과 연관이 있다고 봅니다. 옹정제는 냉혹한 인상의 초상화가 말해주듯,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사람은 자연스럽게 신비주의의 이미지를 형성하죠. 그의 인격적 성향은 권력을 작동하는 방식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었는데, 그것을 잘 보여주는 게 『옹정주비유지』입니다. 그는 정사를 돌보며 받게 되는 공문 이외에도 관료 개개인에게 공문에서 말하지 못한 내용을 담은 편지를 보낼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렇게 받은 수많은 관료의 편지를, 그는 '일일이' 읽고 답장을 했습니다. 그 답장은 칭찬이기도, 타박이기도, 또 다른 명령이기도 합니다. 답장에는 절대로 드러내지 않을 것 같던 옹정제의 속내가 솔직하게 드러납니다. 시간이 흘러 그 기록을 읽는 사람에게는 마치 비밀일기장을 들여다보는 느낌을 줍니다. 그 느낌이 곧 흥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책과 관련된 역사적 사실, 생각해볼 거리를 본격적으로 얘기하기 전, 옹정제에 흥미를 느낄 지점을 언급해봤습니다. 여러분도 이름만 들어봤던, 혹은 아예 모르던 옹정제에 대해 관심이 생기셨나요? 관심이 생겼다면 이어지는 세부 내용 소개글도 잘 읽어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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