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이 우선이다.

'신뢰의 법칙' 발췌 

의도냐 능력이냐

물론 나는 그가 나의 새로운 프로젝트에 관해 솔직히 피드백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함께 길을 걷다 강도를 만나면 나와 함께 싸워줄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그가 내 두개골을 열도록 맡기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이 그의 요점이다. 사람들 대부분은 신뢰에 관해 생각할 때 일반적으로 상대방의 의도에 초점을 맞춘다. 그들은 이렇게 묻는다. 이 사람은 끝까지 자신의 책임을 다할까? 물론 의도는 신뢰를 이루는 중요한 요소지만, 신뢰와 관련하여 우리가 주목해야 할 유일한 요소는 아니다. 능력 또한 신뢰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목표를 달성할 능력이 없는 선한 의도는 결론적으로 쓸모가 없다.

과학자들 대부분은 의도에만 초점을 맞추고, 의도만큼이나 실질적으로 중요한 다른 요소들을 간과한다. 다양한 요소들이 신뢰를 구성한다는 주장에는 일리가 있다. 누가 중요한 정보를 줄 수 있는 핵심 인물인지 평가하는 CIA요원에게든, 혹은 대체 요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의사의 조언을 믿어야 할지 고민하는 암 환자에게든, 능력은 분명히 신뢰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사람들 대부분은 상대방의 신뢰성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능력이란 요소를 쉽게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과학자들도 이러한 모습을 종종 드러내는 이유중 하나는 죄수의 딜레마와 같은 방법들의 활용과 관련 있다. 

첫째는 신뢰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의도와 능력이란 두 요소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는 훨씬 더 중요한데, 우리의 마음이 의식적인 작용 없이 혹은 의식의 외부에서 신뢰성을 평가하는 경우가 많음을 깨달아야 한다는 점이다. 

안타깝지만 일반적으로 시스템이 복잡해질수록 문제점이 발생하게 된다. 즉, ‘버그’들이 나타난다. 신뢰성에 대한 우리 마음의 판단을 뒷받침하는 시스템도 비슷하다. 시스템이 복잡해질수록 다양한 결함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중 어떤 것은 상대적으로 무해하지만, 어떤 것은 쉽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의 목표는 일종의 사용자 설명서를 여러분에게 제시하는 것이다. 즉, 신뢰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방식은 물론 자신과 다른 사람의 신뢰성을 정확히 측정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것이다.

능력에 주목하라 

선한 사람이라고 해서 해답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신뢰에는 두 가지 얼굴이 있다. 바로 의도와 능력이다. 여러분이 지금까지 만나 본 최고의 파트너나 교사가 세상에서 가장 마음이 따뜻한 사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잘 알았다. 상대가 정직하게 행동하기를 바란다는 점에서 의도는 중요하지만, 전문적인 능력이 떨어질 때는 의도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친구가 아무리 좋은 의도로 조언하더라도, 그에게 관련 기술이나 지식이 없다면 그 조언은 효과가 없을 것이다. 나중에 살펴보겠지만, 우리의 마음은 상대방의 의도뿐만 아니라 능력을 평가하는 기술도 갖추고 있다. 그러므로 상대가 선량한 영혼의 소유자라는 이유로 신뢰해야 한다는 유혹에 넘어가지 말자.

우리는 누군가를 신뢰해야 할 지 의식적으로 결정하고 이후 편안함이나 불안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다. 과정은 그 반대다. 우리는 먼저 느끼고, 나중에 신뢰를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