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25.(목)
이제 겨우 한 달이 지났을 뿐인데 꽤나 오래전 일만 같아서 불현듯 느껴지는 감정이 매우 낯설기만 하다.
길을 걷다가, 드라마를 보다가, 침대에 누웠을 때 한 번씩 찾아오는 상실감은 눈물 없이는 흘려보낼 수 없고 또 그 시간은 짧기도, 길기도 해서 낯선 그 감정을 추스리기 어렵다.
죽음이라는 게 단순히 존재 양식의 변화라고 이야기한 조현철 배우의 말이,
세상에 속한 사람들은 모두 상실을 경험한다는 레이 앤더슨 교수의 말이 위로가 되어서 그나마 다행일까.
2025.12.1.(월)
12월 1일.
11월 30일 다음에 오는 특별할 것 없는, 지난 40여 년 동안 너무도 당연하게 지나왔던 날짜의 흐름임에도 불구하고, 2025년 11월과 12월의 구분은 그 어느 달의 넘김과는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43년을 함께했던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난 후 맞이하는 새로운 달은 일상이라고 하기에는 공허함이 커서 비범한 하루이자 시작이다.
나이가 들수록 아빠와 아들, 부자 사이의 애틋함이 얼마나 깊고 대화가 많았겠냐마는, 반평생을 함께 지낸 그 세월과 피로 맺어진 관계는 감히 옅거나 얕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아버지를 보내드렸고, 그렇게 11월을 흘려보냈다.
아버지를 보내드리기 위한 한 달의 준비 기간은 너무나 짧았고 슬펐으며 안타까웠다.
오래전 사진첩을 뒤적이며 그때의 나는 오 년 뒤, 십 년 뒤에 아버지가 곁에 없을 거라 상상이나 했을까.
태어나면서부터 언젠가는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죽음이라는 이별에 대해 너무 여유를 부렸다.
아버지의 목소리와 얼굴이, 모습이 몹시 그립다.
2025.11.26.(수)
감사 인사.
아버지의 장례식과 저희 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조문 오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아버지께서는 세 남매에게 신앙의 유산을 물려주셨고, 지금까지 그 유산으로 화목하게 하나님을 섬기며 신앙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장례를 통해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지라*라는 창조의 질서와 하나님의 섭리를 묵상합니다.
기도해 주신 것처럼 저희 가정은 더 우애 있고 사랑하며 살아가겠습니다.
유가족을 대표하여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2025.11.13.(목)
기도 요청.
생사화복이 하나님께 있음을 고백합니다.
그리고 확신합니다. 죽음이나 생명도, 천사들이나 악마들도, 현재 일이나 장래 일이나 어떤 능력도, 높음이나 깊음이나 다른 어떤 피조물도 그리스도 예수 우리 주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끊을 수 없습니다.**
저의 아버지께서 간경화로 오랫동안 투병을 해 오셨고 간경화 말기로 진행되면서 최근 간성 혼수로 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으셨습니다. 현재는 일반 병실로 옮기셨으나 주치의 말로는 한 달을 넘기기 어려울 것 같다며 집으로, 요양병원으로 옮기는 것도 의미가 없어 병원에서 임종을 지켜보자고 하셨습니다.
사무엘하 12장 속 다윗이 아들의 소생을 위해 하나님께 간구하며 금식하고 울었으나 죽음의 소식을 듣고 난 후 몸을 씻고 기름을 바르고 의복을 갈아입고 하나님께 경배했던 그 모습이, 그리고 나는 그에게로 가려니와 그는 내게로 돌아오지 아니하리라***는 그의 신앙 고백이 저의 삶과 고백이 되길 바랍니다.
주신 이도 여호와시요 거두신 이도 여호와시라****는 욥의 믿음의 고백으로 저희 가정이 이 과정을 잘 견딜 수 있도록 기도를 요청드립니다.
순간순간 위로하시는 하나님을 기대합니다.
애도는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문득 솟는 그리움과 뒤늦은 감사, 미처 하지 못한 말들을 천천히 정리해 가는 과정이라 믿습니다.
*성경 창세기 3:19 네가 흙에서 취해졌으니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네 얼굴에 땀이 흘러야 네가 음식을 먹을 것이다.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다.
**성경 로마서 8:38~39 나는 확신합니다. 죽음이나 생명도, 천사들이나 악마들도, 현재 일이나 장래 일이나 어떤 능력도, 높음이나 깊음이나 다른 어떤 피조물도 그리스도 예수 우리 주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끊을 수 없습니다.
***성경 사무엘하 12:19~23 다윗은 자기 종들이 수군거리자 아이가 죽었음을 눈치 채고 물었습니다. “아이가 죽었느냐?” 그들이 대답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죽었습니다.” 그러자 다윗은 일어나 몸을 씻고 기름을 바르고 옷을 갈아입은 후 여호와의 집으로 들어가 경배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자기 집으로 돌아와 음식을 가져오라고 해서는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종들이 다윗에게 물었습니다. “이게 어찌 된 일이십니까? 아이가 살아 있을 때는 금식하고 우시더니 지금 아이가 죽었는데 일어나 드시다니요.” 다윗이 대답했습니다. “아이가 아직 살아 있을 때 내가 금식하고 운 것은 혹시 여호와께서 내게 은혜를 베푸셔서 아이를 살려 주실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아이가 죽었으니 왜 금식하겠느냐? 내가 그 아이를 되돌릴 수 있겠느냐? 나는 그 아이에게로 갈 테지만 그 아이는 내게 돌아오지 못한다.”
****성경 욥기 1:21 말했습니다. “내가 내 어머니의 모태에서 벌거벗고 나왔으니 떠날 때도 벌거벗고 갈 것입니다. 여호와께서 주신 것을 여호와께서 가져가시니 여호와의 이름이 찬양받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