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년 만에 돌아온 그리웠던 얼굴

메리 포핀스 리턴즈 (Mary Poppins Returns, 2018)

by Charley

제작 소식을 들었던 순간부터 손꼽아 기다렸던 메리 포핀스 리턴즈를 개봉일에 보고 왔다. 다시 만난 메리 포핀스와 마이클, 제인은 너무나도 반가웠지만 영화의 완성도가 그리 높지 않은 데다 스토리마저 과거의 답습 그 자체여서 아쉬움이 남았다. 그렇지만 객관적으로 생각했을 때 아주 매력이 없는 영화는 아니었기에 기억이 모두 사라지기 전에 이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을 기록해 보려고 한다.



좋았던 점

1.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점은 주연을 맡은 에밀리 블런트를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였다. 다른 얼굴의 메리 포핀스에게 낯가림을 하게 될까 봐 우려했는데 에밀리 블런트의 매력으로 앞선 걱정은 그저 기우가 되었다. 에밀리 블런트는 사랑스럽지만 엄격했던 전작의 메리 포핀스를 재현해 내면서도 거기에 본인만의 색을 더해서 색다른 메리 포핀스를 멋지게 창조해 냈고, 줄리 앤드류스의 맑은 음색과 차별화된 차분하고 따뜻한 목소리로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주었다.

그 외에도 이제는 성인이 된 마이클과 제인, 점등원 잭, 애나벨, 잭, 조지, 이제는 더 나이 들어 보이는 붐 제독과 미스터 구딩은 물론이고 잠깐씩 등장하는 공원 관리인 조차 영화와 너무나도 잘 어울렸고 분량에 상관없이 각 캐릭터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정말로 런던 어딘가에 체리 트리 레인이 존재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2.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을 맞이하는 과정 또한 인상적이었다. 특히 엔딩 부의 봄이 찾아온 체리 트리 레인의 아름다운 하늘과 흩날리는 벚꽃 잎들, 하늘을 나는 색색의 풍선들은 마치 동화를 보는 것처럼 사랑스러웠다. 발달한 기술 덕분인지 확실히 영상미는 훨씬 좋아진 것 같다.


3. 전작에 등장한 캐릭터와 사건들을 영리하게 이용했다는 점도 칭찬하고 싶다. 메리 포핀스가 잭에게 버트의 안부를 묻는다던지 어린 마이클과 제인을 처음 만났을 때의 대사를 인용한 것이 반가웠고, 특히 메리 포핀스와 아이들을 통해 구원받은 미스터 뱅크스가 가족과 함께 날렸던 연이 신작에서도 가족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주요한 소품으로 사용된 것이 너무 좋았다.


다른 시간대, 다른 배우들이 보여주는 같은 상황


모든 근심과 걱정으로부터 해방된 마이클이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즐거워하며 부르는 노래 Nowhere to go but up에 전작에서 미스터 뱅크스를 구원하는 넘버로 사용된 Let's go fly a kite의 멜로디를 샘플링한 것 또한 굉장히 의미 있었다. 메리 포핀스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거슬리지 않으면서도 기존의 팬들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밸런스를 유지하며 전작의 요소를 영리하게 배치한 것에 칭찬을 아끼지 않고 싶다.

* 딕 반 다이크의 재등장도 반가웠다! 전작에서 도스 시니어를 연기했을 때는 노인 분장을 했는데 이번에 도스 주니어 역할을 하면서 진짜 노인이 되어서 등장한 것도 재미있는 포인트이다.



아쉬웠던 점

1. 리메이크가 아니라 속편임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너무 충실하게 전작을 재현했다. 오프닝 시퀀스는 물론이고 영화의 전체적인 플롯이 전작과 너무나도 흡사해서 지루할 정도였다.

겉 보기에는 화목하지만 내적인 문제가 있는 가족의 아이들에게 어느 날 마법처럼 나타난 메리 포핀스가 마법을 보여주고, 그림 속의 세상으로 데려가기도 하고, 그녀의 범상치 않은 친척(전작에서는 삼촌, 신작에서는 사촌)을 소개하는 등 특별한 가르침을 선사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까지 메리 포핀스로부터 다르게 생각하는 것을 배우고, 결국 이를 통해 서로 화합하여 가족의 위기를 극복해 낸다. 그리고 메리 포핀스는 역할을 마쳤다는 듯 가족을 찾아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마법처럼 사라진다. 전체적인 뼈대는 모두 동일하고 거기서 몇 가지 요소만 바뀐 수준이다. 리메이크면 몰라도 적어도 속편이라면 이렇게 구태의연하게 만들면 안 되는 게 아닌가 싶다.


2. 스토리에 개연성이 너무 부족한 데다 안일하기까지 하다. 특히 메리 포핀스가 빅 벤으로 향하는 순간이 그 절정이었는데, 빅 벤만 보고도 이후의 스토리가 쭉 떠오를 정도였다. 거기다 잭의 팔이 시계의 분침에 닿지 않는 것을 보고 메리 포핀스가 어이없다는 듯이 코웃음을 치고 당연하다는 듯 날아가서 본인이 직접 처리하는 건 대체 무슨 연출인지. 전작의 메리 포핀스는 가족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가르침을 주고 도움을 주는 조력자였지 위기의 순간에 본인의 마법을 사용해서 가족을 구해주는 슈퍼 히어로는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문제를 겪은 가족들 본인이어야 한다. 그래야 교훈도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저지른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도스 시니어를 만나러 나가던 미스터 뱅크스의 쓸쓸한 뒷모습이 떠올라서 신작이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3. 무엇보다 가장 실망스러웠던 부분은 바로 전작에 비해 기억에 남는 넘버가 없다는 점이다. 아이팟에 메리 포핀스의 사운드트랙 앨범을 통째로 넣어 놓고 들을 만큼 좋아했던 터라 신작의 뮤지컬 넘버도 기대했는데, 어떻게 60년대 영화보다 못할 수가 있는 건지 모르겠다. 그나마 Can you imagine that?, Nowhere to go but up 정도가 귀에 잘 들어오고 입에도 잘 붙는 정도였고 나머지는 글을 쓰는 지금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수준이다. 물론 여기에는 개인의 취향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A spoonful of sugar, Supercalifragilisticexpialidocious, Chim chim cher-ree, Jolly holiday, Let's go fly a kite 등을 비롯해 오랫동안 사랑받는 인상적인 넘버가 많았던 전작에 비하면 신작의 뮤지컬 넘버가 초라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영화의 엔딩 부를 아름답게 장식했던, 희망적인 메시지로 가득한 "Nowhere to go but up"


글을 마치며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컸던 영화이지만 왠지 한 번 정도 더 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둡고 추웠던 런던에 따뜻한 봄이 찾아오고, 풍선과 함께 날아오르는 사람들의 행복한 표정과 웃음소리가 봄 하늘을 가득 수놓은 마지막 장면이 나의 마음까지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인 것 같다.

곰돌이 푸부터 시작해서 최근 디즈니 실사 영화의 트렌드는 자사의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아이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어른용 동화인 것 같은데, 뻔하다고 욕을 하면서도 볼 때마다 그 속에서 작은 행복과 위안을 얻는 것을 보면 디즈니가 일을 제대로 하고 있기는 한가 보다.


Goodbye, Mary Popp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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